<김주언 칼럼> 광화문광장 개선 최대공약수 찾기

<김주언 칼럼> 광화문광장 개선 최대공약수 찾기

  • 기자명 김주언
  • 입력 2019.09.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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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소통의 공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하는 아고라이다.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거대한 용광로이다. 소수의 권력자가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향유하는 개방된 공간이기도 하다. 광화문 광장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섬으로 둘러싸인 폐쇄공간으로는 광장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현재처럼 일부 정치세력이 독점하다시피 집회를 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광화문광장은 재구조화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아왔다. 서울시는 2021년 5월 완공을 목표로 10∼11월 월대 복원을 위한 기초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본격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시민사회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박시장이 한발 물러섰다. 행안부는 두 차례의 공문을 통해 소통이 더 필요하다며 사업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는 ‘시민불복종 선언’까지 언급하며 소통부족을 지적했다. 박 시장은 “사업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시민의 어떤 지적이나 비판도 더욱 귀 기울여 듣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촛불혁명의 희망을 담아 새로운 광화문시대를 열기 위해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국제 현상공모도 시행했다. 공모작은 광화문광장을 넓히고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광화문주변에 월대와 해치상 동십자각 서십자각 의정부터를 복원하여 역사광장으로 조성하고 세종문화회관 쪽 차도를 없애 광장을 넓히는 방안이다. 차로를 6차선으로 줄여 한쪽으로 몰고 사직로를 우회시킨 것이다. 여기에 GTX-A 도심복합역사 신설 계획도 포함됐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는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최우선과제이다. 일부에서는 불과 10년전 오세훈 전시장이 722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현재의 광장을 또다시 뜯어 고치려는 데 의아심을 품는다. 심지어 2021년 5월을 준공시기로 정한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조차 한다.
시민사회는 “현재 추진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실익보다 부작용이 크고 미래의 가치를 담지 못한 단편적 토건사업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일대 차도를 줄이고 광장의 규모를 넓히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도시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광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검토중인 역사건립과 주변개발은 투기와 예산낭비가 예상돼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새로운 광장에 대한 폭넓은 고민과 논의 없이 정해진 일정에 맞춰 숙제하듯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지상부에 상업공간과 더불어 복합역사 사업비 마련을 위해 상업개발을 전제로 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 공간의 상업화로 부동산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도로계획은 차량중심에서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연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GTX-A 역사 설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복원 사업에 대해서도 찬반이 분분하다. 기존 광장이 축소될 우려가 있고 조선시대의 월대와 해태상, 그리고 의정부터 복원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량흐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광화문광장은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촛불혁명의 진원지였다.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의 함성이 타오른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현대의 문화와 혁명이 거쳐간 공간의 기억도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여론수렴을 위해 광화문광장 포럼에 이어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분과별 전문가 위원회도 두고 있다. 그동안 10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했다. 광화문 주변 주민의 민원도 청취했다. 수차례에 걸친 여론조사를 통해 광화문광장의 구조와 운영에 대한 문제점 및 개선방안도 파악했다. 최근에는 광화문광장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 그만큼 시민과의 소통에 주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 
대표적 사례가 광화문광장에 버티고 서 있는 동상의 이전 문제이다. 공모작은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을 광장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공모작 발표당시 질타를 받고 동상이전 문제는 여론수렴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동상 제작자와의 이견은 커다란 부담이었다. 교통문제나 월대 등 복원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친다. 그만큼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기 어려운 복잡한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수도에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표상하는 중심공간으로 광장이 있다. 중국의 천안문광장, 영국의 트라팔가광장, 스페인의 카탈루냐광장, 체코의 바츨라프광장 등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 광장은 모두 혁명의 기억을 품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2년 붉은 악마들로 뒤덮인 광화문광장을 기억한다. 2016년 촛불혁명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장엄한 서사극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권력의 심장부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철저하게 파괴됐다.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해야 할 이유이다.  
광화문광장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살아 숨쉬고 서로 연결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파괴되고 훼손된 역사적 유산을 복원해야 할 당위성은 있다. 그러나 원형 복원을 고집하지 말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또한 시민이 편하게 접근하고 즐겁게 휴식을 취하면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특히 소음으로 들끓는 대형이벤트가 아닌 소소한 문화공연으로 즐거움을 준다면 시민의 광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제된 외톨이공간이 되어버린 광화문광장을 시민이 주인이 되는 광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폭넓고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찾아가는 소통방식이 필요하다. 홈페이지를 개설해놓고 무작정 시민의견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SNS 등 소통창구를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 시민단체 토론회는 물론, 방송을 통한 찬반논쟁 등을 통해 동상이전과 같은 세부사항에 대한 공론화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의 단단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재구조화의 비전을 공유하고 현재의 고립된 형태의 광장을 해소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제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최대공약수 찾기에 나서야 한다, 광화문광장이 진정한 소통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재탄생을 위한 산고의 기간도 필요하다. 하루빨리 광화문광장이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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