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김민재 대학생 기자] 그동안 무기력하기만 했던 대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이흥실 감독 부임 이후, 경기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새로운 전술 실험들이 계속됐다. 그 결과 무기력하게 패배했던 대전의 경기력이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최근 4경기는 경기 결과마저 따르고 있다.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14일에는 홈에서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홈 무승행진을 끊어냈다. 21일 수원 FC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역전까지 성공했으나 경기 막판 실점하며 2-2로 아깝게 승점 3점을 놓쳤다.
물론 이는 그간 이흥실 감독의 계속된 실험, 선수들의 노력, 다시 구단에 돌아온 팬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여 일어난 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경기 내용을 살펴볼 때, 최근 대전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정문의 활용이다.
195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스피드와 발밑이 장점인 이정문은 대학 시절 자신의 본 포지션인 센터백을 제외하고도 다용도로 활용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 심지어는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해본 경험이 있고, 이에 따라 각 포지션의 이해도가 높다. 이흥실 감독은 이러한 장점을 살려 이정문에게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센터백 이정문
과거 고등학교, 대학교, U-20 월드컵까지 이정문이 가장 많이 소화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센터백은 이정문이 가장 편한 자리이다. 실제로 대전에서도 후반 막판 투입될 때나, 선발 출전 시 센터백으로 출장한 적이 많았다. 이정문은 좋은 신장, 빠른 발, 능숙한 빌드업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센터백에 적합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이정문이 센터백으로 빛난 경기는 FC 안양전 0-0 무승부를 이끌어낸 경기였다. 지난 8월 31일 안양 원정에서 백3로 선발 출전한 이정문은 안양의 에이스 조규성을 강한 압박과 거친 수비로 저지했고, 특유의 빠른 발로 안양의 역습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정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정문에게 두 번째로 편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시절,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도 했으며, 프로 무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종종 활용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의 장점이 드러난 경기는 지난 8월 26일 광주전이다. 물론 라인업 상에는 백3 중 한 명으로 출전한 이정문이었지만 이날 이정문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광주의 에이스 펠리페만 따라다녔다. 장신인 펠리페를 장신인 이정문이 마크하자, 펠리페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결국 이는 광주의 득점력 부진으로 이어졌다. 결국 펠리페를 완벽하게 봉쇄한 대전은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문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활용된 이정문이지만 최근 놀랍게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용되고 있다. 키쭈의 부상과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의 폼이 좋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결과는 긍정적이다.
9월 14일 서울 이랜드전을 시작으로 21일 수원 FC전까지 3경기 연속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되며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서울 이랜드전 박인혁과 함께 투톱 스트라이커로 기용된 이정문은 포지션에서 어색함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안지호의 퇴장을 이끌어내며 대전의 1-0 승리에 공헌했고, 이어진 부산전에서도 스트라이커로 기용됐다. 또한 21일 수원 FC전에서는 원톱 공격수로 나서며, 올 시즌 첫 득점까지 뽑아냈고, 자신감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아직까지 이정문이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어린 나이에 많은 포지션에서 활용되다 보면 장점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전은 이정문의 변화와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고, 이정문에게 특정 역할을 맡긴 시점부터 패배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