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간’ 검찰과 허접한 언론보도

‘여의도로 간’ 검찰과 허접한 언론보도

  • 기자명 김주언
  • 입력 2019.09.14 10:25
  • 수정 2019.09.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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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김주언 논설주간] “그때 그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고 여전히 덮을 사건은 덮고, 뒤질 사건은 뒤지며 수사로 정치를 하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착시현상에 속아 여전한 검찰에 환호하는 것을 보며 참 허탈했다.” 임은정 검사는 검찰이 “수사로 정치를 한다”고 꼬집었다.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변한다. 알아라 이젠부디. 거두라 그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 서지현 검사는 “정치성을 의심받을 발언을 한 제 잘못이 정치성을 의심받을 수사를 한 검찰보다 크다면 깊이 반성해야할 일일 것”이라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검찰은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치검찰로 의심받을 만한 행태를 보였다. 검찰 내부 양심있는 두 검사의 지적이 따끔한 이유이다. 검찰은 청문회 과정에서 압수수색과 과잉수사, 피의사실 공표, 수사자료 유출 등 의혹을 받았다. 특히 당시 후보 부인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한 것은 후보 사퇴를 유도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조 장관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래서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여의도 청문회장까지 왔다”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 들어맞는다.

검찰은 청문회가 끝날 즈음 후보 부인을 기소했다. 당사자를 불러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것도 압수수색 3일만이었다. 어쩌면 검찰이 국회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해 검증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국민여론에 영향을 끼치려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자료들이 청문회장에서 공개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수사기밀이 언론에 흘러나온 것은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검찰이 상관인 법무부장관 임명에 칼자루를 쥐었다고나 할까.

그래선가. 조후보 관련 수사정보를 유출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0만명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검찰이 부산의료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환중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는 보도를 문제삼았다. 윤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에서 흘러나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형법 제127조의 공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달 가까이 한국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검찰만이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려 제기한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철희 민주당의원이 청문회에서 조국후보 관련기사가 “한달동안 네이버에서 118만건 검색된다”고 했을 만큼 기사량만도 엄청나다. 표창원 민주당의원은 “혼란의 한 축은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표의원은 법무부장관 지명이후 20일 동안 네이버 기사량을 비교했다. 2013년 황교안 후보는 2,000여건에 불과했지만, 조후보 관련기사는 12만7,000여건으로 60배가 훨씬 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사는 단편적인 데다, 자극적 제목을 바꿔 달며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어뷰징기사로 넘쳐났다. 검색순위를 올리거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 기사가 양산된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딸이 몇 등급이다’, ‘직인을 찍은 적 없다,’ ‘논문이 취소됐다’ 등 맥락없는 단편적 사실을 기사로 내보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배경과 함의를 알고 싶은 뉴스 이용자에게 사건과 당사자를 평가할 충분한 설명을 생략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언론이 결탁하여 ‘정치 전선’에 나서는 잘못된 행태도 변하지 않았다.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이 재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검찰이 야당과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이 받아 자극적으로 가공해 보도하는 관행이다. 검찰이 청문회 당일 밤늦게 부인을 전격 기소한 뒤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부인의 PC에 보관돼 있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검찰이 해당 내용을 흘리지 않고는 나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보도는 언론의 망신주기 기사의 전형으로 비난과 질타를 받아왔다. SBS는 2009년 노 전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을 당시 권양숙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보도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전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서거했다. 시계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당시 수사검사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진상조사위는 국정원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인규씨는 2년전 미국으로 도피한 뒤 잠적했다.

언론의 조국관련 보도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포털 사이트에는 ‘근조 한국언론’ ‘기자 질문수준’ 등의 검색어가 오르내렸다. 조 후보 지지자를 포함한 대중의 시선이 반영된 것이었다.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던진 질문은 누리꾼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특히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이 샅샅이 털린 조 장관은 엄청난 치욕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의혹이란 이름으로, 취재란 명분으로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훼손하는 보도행태가 가져온 폐해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면서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하면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서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검찰개혁을 당부했다. 검찰의 정치개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조장관도 검찰개혁 의지를 다졌다.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강한 힘을 가진 권력기관들에 대해서 민주화이후 통제 장치가 마련되었고 권력이 분산되었으나, 검찰만은 많은 권한을 통제장치 없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습니다.” 조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말이다. 조 장관의 의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검찰이나 언론의 역할은 비슷하다. 언론이 권력을 비판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해야 하는 것과 검사가 불의를 감시하고 힘없는 사람을 돌봐야 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검찰과 언론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정치에 관여하고 여론을 주무른다. 따라서 검찰과 언론의 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검찰개혁은 이제 닻이 올랐다. 미흡하지만 사법개혁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대통령과 장관의 개혁의지도 확고하고 국민여론도 뒷받침한다.

언론개혁은 아직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면 언론탄압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이번 ‘조국 사태’ 보도에서 나타난 한국 언론의 고질적 관행을 고치지 않고서는 언론개혁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더 나쁜 관행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래서는 언론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하나. 언론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시청자이자 독자인 국민의 신뢰를 얻는 첩경이다. 국민도 두 눈을 부릅뜨고 언론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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