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세상나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세상나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9.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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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장로에게 그가 오기 전에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마저 끝마치겠다고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세상나무’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세상 가운데에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한다오. 일러서 ‘세상나무’라고 한다지. 그래서 이 세상나무를 통해 상제라던둥, 미륵이라던둥, 한울님이라던둥 하는 이들이, 이 세상을 다스리고, 또 원통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그 나무를 올라가 자기의 억울함을 고해바쳤다는 것이오. 나중엔 이런 일은 무당이나, 또는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떠맡기는 했지만, 그러기 전의 세상은 참 살기 좋고, 평화스러웠다고 하오”

박상륭이 주인공의 입을 통해 기술하고 있는 이 세상나무(세계수, 우주목)는 “샤만이 지니는 최고의 기술”인 신령과의 접신에 필요한 중요한 도구이다. 종교사학자이자 종교현상학자인 엘리야데(Mircea Eliade; 1907-1986)가 그의 책 <샤마니즘, 고대적 접신술(까치)>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샤만은 성무과정을 통해 전 생애동안 이 세상나무를 타고 하나의 우주 역에서 다른 우주역으로-이 세계에서 천상계로 혹은 이 세계에서 지하계로-넘어가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샤머니즘의 신화에 의하면, 우주는 천상, 지상, 지하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이 나무의 가지는 하늘에 닿아 있고 뿌리는 저승에 닿아 있다.

이 세 우주역은 서로 관통하는 ‘입구’ 혹은 ‘구멍’이 있어 중심축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서로 왕래할 수 있는데, 이 중심축은 신들이나 사자들이 지상으로 내려오거나 지하세계로 내려갈 때 지나는 관문이다.

이와 다른 형태의 세계수로는 한국의 무당이 신령을 자신의 몸에 임하게 한 접신 상태에서 천계와 인계를 잇는 다리로 활용하는 ‘작두’가 있다. 네팔을 비롯한 히말라야 샤만들은 천계와 인계를 잇기 위해 작두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샤만의 자작나무’에 오른다. 엘리야데는 “샤만은 의례 때 자작나무를 오름으로써 우주수의 맨꼭대기로 오르는 행위를 대신한다”고 했고, 샤만은 이 세계수로 자신의 무고(巫鼓: 히말라야 샤만이 접신할 때 사용하는 작은 북)를 만든다.

우주론적으로 보면, 엘리야데가 말한 이 세상나무는 지구의 중심인 움빌리쿠스(umbilicus: 배꼽)에 솟아 있고, 나무의 꼭대기는 바이 윌갠의 궁전에 닿아 있는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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