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천변풍경> “수험생 여러분, 힘내요! 학부모님도요”

<이수경의 천변풍경> “수험생 여러분, 힘내요! 학부모님도요”

  • 기자명 이수경 기자
  • 입력 2019.09.05 12:05
  • 수정 2019.09.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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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제는 2020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있는 날이었다. 수험생은 약 55만명. 작년보다 5만1천여 명 줄었다. 출산율이 줄어 재학생은 5만5000여 명 감소한 데 비해 졸업생 등은 9만여 명으로 되레 3천600여 명 늘었다.

3천600여 명에는 검정고시 출신자와 만학도가 포함됐지만 N수생이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치열한 내신경쟁 속에서 1~2등급을 받기 어려우니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 내신 따러 고등학교에 가는 게 아닌데 내신경쟁을 피해 교문을 나서는 것이다.

‘추석이 가까워졌습니다. 밤도 익었습니다. 감도 익어 갑니다’

학부모들 가슴도 익어간다. 수능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내일은 수능원서접수 마감일이고 내일부터 5일간 수시원서 접수 기간이다. 입시생이 있는 가정은 추석이 가까워지면 귀성 준비를 하기보다 수능 마무리에 집중한다. 귀성은 ‘허가받고 패스’다. 수험생들은 추석연휴를 어떻게 활용해 공부할지, 어떤 추석특강을 들을지 고심한다.

학부모 세대에도 대입시험은 있었지만 1년에 두번 설, 추석은 설레고 기다리는 명절이었다. 입시는 삶의 일부였고 명절을 즐기면서도 충분히 치러낼 수 있는 시험이었다. 지금은 입시전쟁이라고 부른다. 전쟁인데 명절이 무슨 대수겠는가.

예전엔 입시생이 있어도 학부모는 신경쓸 게 별로 없었다. 시험 당일 도시락 싸서 따라가주는 정도만 해도 다들 잘만 대학 갔다. 요즘 수험생이 있는 집은 1년이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입시가 끝나야 한해가 마무리된다.

문제는 합격해서 대학에 잘 다니는 것 같아 보여도 여전히 입시생인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언제 휴학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고 2학기 대학 강의실엔 빈자리가 늘어난다. 2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도 수능원서 접수 때가 되면 출신고교를 찾는다. 수험생 할인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며 원서를 접수하는 것이다. 수능 최저가 필요없는 전형이 늘면서 대학에 다니면서 수학공부만 열심히 해서 또 한번 시험을 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올해 연세대 논술시험에 수능최저가 없어지면서 그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연세대 건물 많이 올라가겠다”는 말들을 한다. 장당 5~6만 원 되는 수시 원서비 수입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원서 가격이 적정한가 묻고 싶다. 합격 가능성이 낮아도 쓰게 되는 수시 원서 6장이면 평균 30만 원이다.

입시 비리가 터질 때마다 학부모들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이 있다. “학종 다 없애고 줄서기로 대학 가면 좋겠다.” 줄서다 보면 다 가게 마련인데 미로처럼 여러 줄을 만들어 놓으니 학생도 학부모도 힘들게 헤맨다.

사교육이 범람하고 미로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돈 들여 컨설팅을 해야 하고 자신보다 실력이 안 좋은 친구가 더 좋은 대학에 가니 만족 못해 재수나 반수 길로 나서게 된다. N수 권하는 사회라 입시학원과 재수학원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대학생인지 N수생인지 구분이 안 되고 지인의 자녀가 대학에 갔는지 묻는 것도 실례지만 대학을 갔어도 몇 학년인지 안 묻는 게 예의란다.

N수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 있는 선후배끼리 다같이 돈낭비 시간낭비 안 하도록. 수능시험장에서, 재수학원에서 학교 선배가 후배를 만나는 것도 민망하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식에서 친구들끼리 주된 대화 내용은 재수를 하느냐 안하느냐다. 몇개월 후 졸업생들은 수능원서 접수장에서 재회하고 수능시험장에서 다시 만난다.

내신성적은 등급별로 줄서기이니 어쩔 수 없지만 학종에서 중요한 수상 실적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몰아주기를 해야 몇 명이라도 학종에 합격시킬 수 있으니 작은 상이라도 내신성적 좋은 학생에게 주기 쉽다. 평범한 학생은 별 볼 일 없는 상 하나 받기도 어렵다. 각종 교내대회에 참석해도 이 학생은 왜 상을 받았고 저 학생은 왜 못 받았는지 기준을 알기 어렵다. 수상 과정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대입제도 공정하기라도 하자. 공정성 제고는 수능 정시가 답이다” “다양성과 재능을 중시한다는 지금의 입시는 실제 능력보다는 겉치레와 포장 위주의 제도” “고위층 자녀 누구 하나 떳떳할까요?” “그 논리면 친일파도 사회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었고 죄가 아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국민들은 대입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하지만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권층이 특혜를 누리며 학종으로 대학에 갈 때 평범한 학생들은 종일 책상에 앉아 있고 운동시간 부족으로 변비까지 겪는다. 이 과정을 몇 년씩 반복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수능일 하루 컨디션 따라 성적이 오르내리니 평가원은 수능시험이 멘탈테스트가 되지 않도록 난도 조절에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수험생이 9월 모의평가 치던 어제 교육부 장관 주재로 ‘대입개편’ 첫 회의가 열렸다. ‘금수저 요소’를 없애 학종의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공정성이 얼마나 강화될지 기대되지만 각설하고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수험생 여러분, 힘내요. 학부모님도요. 어제 날씨가 안 좋았지요? 태풍 예보도 있네요. 하지만 여러분 앞날엔 환한 햇살이 비출 겁니다”

이수경(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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