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농민수당’은 대한민국 都-農 상생 공동체 상징

<김성의 관풍(觀風)> ‘농민수당’은 대한민국 都-農 상생 공동체 상징

  • 기자명 김성
  • 입력 2019.09.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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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7일, UN 73차 총회에서 ‘유엔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됐다. 이 선언문에서 ‘국가는 모든 농민, 농촌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충족시켜야 한다. 선언문 권리들의 완전한 실현을 성취하기 위해 입법, 행정 및 기타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홀대해왔던 농업, 농촌, 농민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라는 요구였다.

농촌은 ‘자연의 관리자’ ‘환경 지킴이’ 공익적 기능 커

공업지역과 도시공간이 공산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안락함과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면, 농촌은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경작기능 뿐만 아니라 환경보존, 수자원 관리 등 공익적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공익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82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환경보전 기능이 67조7천만원으로 가장 높고, 논의 홍수조절 기능은 댐 20개의 효과를, 논의 대기정화 기능은 1ha당 이산화탄소 22톤 흡수, 산소 16톤 방출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하여 농촌을 단순한 1차 산업 생산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의 관리자’‘환경 지킴이’, 즉 공익 관리자로 보고 여기에 합당한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농민수당제’는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농민수당은 간단히 말해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이나 농가, 또는 농촌 거주인에게 공익적 차원에서 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취직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청년수당을, 노인에게 노인수당을, 직장을 잃어 구직(求職)활동을 하는 실업자(失業者)에게 실업수당을 주듯이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도 국민을 위해 자연보호와 환경보호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농민수당을 주자는 것이다.

세계무역 자유화 이후 최대 희생자는 ‘농민’

이것이 더욱 필요해진 이유는 세계자유무역시대 이후 소득의 양극화, 부와 권력의 집중화가 심각해져 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농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될 때만해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과 비교해 95%였으나 2012년에는 57.5%까지 떨어졌고, 그 이후 다소 회복됐다고는 하나 2016년 현재 63.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다 농촌인구 감소(1980년 1,083만명 → 2017년 250만명)와 초고령사회로 진입(2017년 농촌인구의 고령화율은 41.2% 추정)이 급속히 진행돼 3천여개 마을이 1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농촌을 이대로 놔두다간 어떻게 될까. 논밭 자리에는 공장이 들어차고 수로는 폐수로 넘쳐날 것이다. 마을에는 폐가(廢家)만 즐비하고 들개와 길냥이 천국이 될 것이다. 농민이 떠나면서 팔아버린 농지 대부분은 도시의 지주들이 사들여 경작도 하지 않은 채 부동산으로 한 탕 보려고 방치하는 바람에 젊은 영농일꾼들이 귀농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런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해결책은 농촌에 농민이 남아있어야 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숲과 나무, 물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도시인들이 찾아갈 고향이 존재하고, 이곳에서 쾌적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여 우리가 호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농촌을 지켜야한다.

실패한 농업직불금제도 … 대안 필요

우루과이 라운드 체결 이후 정부도 농촌 회생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농업직불제 등 10여 가지의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경지면적이 넓은 상위 10%이상의 대농·기업농만 많은 액수를 보상받을 수 있었고(평균 직불금 350만원), 75.8%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농가(재배면적 1ha미만)는 평균 직불금이 28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직불금마저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정책의 공백을 보완하고 농촌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농민수당을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수당 제도가 정착되기까지에는 아직도 갈 길이 험란하다. 우선 정부의 재정 문제이다. 정부는 농민수당을 ‘농업정책’ 범위에 묶어두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농촌이라는 국토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복지정책’으로 볼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에 나누어 주지 않고 여전히 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국세로 예산을 확보하여 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는 여러 수당 가운데 하나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둘째, 농민 수당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논쟁 때문에 정책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수급자가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냐 농가냐 와 농촌에 거주하는 거주민 모두냐 등 세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서둘러 중단하고 면적에 관계없이 경작 농가를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 뒤에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현상 유지나 확대를 결정해야 한다.

“공돈 주면 게을러진다” “세금폭탄 터진다” 주장은 지나친 비약

셋째,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시급히 만들어가야 한다. 도시 거주자는 농민수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 시각이 높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은 “농민에게 공돈을 주면 게을러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도시민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고 지나친 비판을 하고 있다. 자신이 농촌의 공익적 기능으로 쾌적함을 누리고 있으면서 공짜만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맨 먼저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던 전남 해남군의 경우 이 수당을 지급받을 농업인에 대해서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준수, 농지·산지 훼손 금지, 친환경농업 적극 실천, 토양 유실 및 홍수 방지를 위한 논·밭 둑 등 농지 형상 유지 등 9개 항목 준수를 약속받고 연간 60만원을 2회에 나누어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였다. 전남 강진군도 유사한 경영안정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논밭 1,000㎡ 이상을 경작하는 농업인에게 연간 35만원은 현금으로, 35만원은 강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키로 하였다. 충청남도도 농업생태프로그램에 따라 연간 1개 농가당 식량자급(150만원 한도), 농업생태(200만원 한도), 농촌경관(100만원 한도)사업 등에 실천 후 지급하는 제도를 실시키로 하였다. 결코 허투루 돈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농민, 또는 농촌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지키는 참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을 방치하는 것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농민수당 제정으로 상생하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김성(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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