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나중에 보니 둘 다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서로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밖에서 누군가 보는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방문에 비치는 두 여자들의 뛰고, 소고치는 동작이 코미디보다 웃겼을 것이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라도 있어, 동영상을 찍어놓았다면 엄청 인기가 있었을 장면이었다.
정 선생님은 그 해 가을 농악 놀이로 히트를 쳤다고 한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학생 모두의 고깔에 매달 종이꽃을 손수 만들어 주기까지 하셨다고 한다.
다음 날, 과수원에서 먹었던 사과의 그 신선하고 달콤한 맛이 아직도 생생한데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우리 모두 퇴직을 했다. 그 시절 교사들은 무용 말고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언젠가 만난 진 선생님에게 그 날 밤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도움 받았던 나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말이다.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꾸벅!
<감이 익을 무렵>
분홍색 보자기에 싼 네모난 상자를 양손에 들고 의혁이 엄마가 교실로 들어왔다.
의혁이 엄마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조심조심 걸어와 허리 굽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선생님, 집에서 딴 감이예요”
“웬 감을요?”
뜻밖의 선물에 어색해 하는 내게 의혁이 엄마는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이 고맙다니.
의혁이 엄마는 날마다 감나무 밑에 서서 감 익기를 기다렸다던 의혁이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생님이 감을 좋아하시니까 감이 익으면 갖다 드린다며 매일 감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얼마 전 슬기로운 생활시간에 가을철에 나는 과일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사과를 좋아합니다”
“나는 배를 좋아합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과일 이야기에 떠들썩하던 애들 중에 한 녀석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어떤 과일을 좋아하세요?”
“응, 난 감을 좋아해.”
감이라면 단감, 홍시, 곶감, 생감, 하다못해 떫은 감까지도 좋아하는 나이기에 별 생각 없이 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의혁이는 그 날부터 감 익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오늘 가져온 감이 바로 그 감이라고 했다.
한 상자는 동료 선생님들과 나눠 먹고, 다른 한 상자는 집에 가지고 가서 먹으란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의혁이가 선생님께 그토록 감을 드리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교육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가는 의혁이 엄마를 배웅하며 난 얼마나 행복했던가? 보통의 엄마였다면 뭐라고 했을까?
“니네 선생 참 웃긴다. 철없는 1학년 아이들 앞에서 감 좋아한다는 말은 왜 해서 이 난리라니?”
아미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의혁이는 엄마의 고마운 마음 따라 누구보다 공부도 잘하고 반듯하게 자랐다.
지금도 감이 익을 무렵이면 감 상자를 들고 조심조심 교실로 들어오던 의혁이 엄마가 생각난다.
선생도 사람이니 어찌 부족한 점이 없겠는가? 그러나 의혁이 엄마처럼 선생님을 좋은 쪽으로 생각해 줄 때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열정은 배가 되지 않을까?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을만 되면 의혁이 엄마가 생각난다.
그 때마다 내 마음은 주황색 감 빛깔처럼 따뜻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