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읍내의 버려진 교회와 한 주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읍내의 버려진 교회와 한 주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9.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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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읍의 입구에 들어서자 때는 동틀 녘이며, 검게 잠들었던 것들이 희게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마을 교회당을 둘러볼 작정으로, 또 방해받음 없이 노독도 풀 생각으로 교회당을 향했다.

그가 다다른 교회당은 아직도 헐려 있지는 않았다. 그 주위로, 능금나무와 벚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늘어서 숲을 이루고 있는 언덕에, 삭다리 십자가를 아직도 높이 세우고 서있었다. 그것은 번쩍이는 햇빛 아래, 고풍으로 정숙히 서 있어 아름다웠는데, 왠지 고향 없는 한 돌중의 심사를 불편스러이했다.

그는 버려진 교회당의 햇빛이 잘 드는 어느 곳에, 곤한 육신을 뉘일 아늑한 방이 하나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그의 바람

(願)은 또한 바람(風)이어서 자꾸 그를 어디론가 불어갔다. 그는 배가 고파 손에 잡히는 대로 설익은 애능금을 하나 따서 입에 베어 물어 씹어 건물을 천천히 돌때 바람(風)인 바람(願)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 곳에는 ‘소리까지도 몰락’했을 것만 같고, ‘황폐해졌을’ 것 같은, 그래서 울려퍼지지도 못하고 소리의 녹이나 부스러뜨릴 것 같은 교회당의 종이 하나 있었다. 그는 잠시 종을 한 번 쳐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소롯이 잠든 고요를 무엇 때문에 다시 깨워낼 것인가?

그는 교회당의 내부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정문에 트여진 개구멍을 버르적거리며 통과해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선 그는 한 번 더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안쪽의 문을 열어 청에 들어섰다. 그곳은 몰락하고 색폐(塞廢)되었던 교회당이 간직해올 수 있는 온갖 것을 다 떠올리게 했다.

그 곳에는 습습한 곰팡내가 가득 차 있고, 한 뼘 두께의 먼지도 쌓여 있었다. 마치 혀를 토해내어 길게길게 태워 올렸던 방언(方言)의 제연(祭煙)이 천장에 붙어 있는 듯도 했다. 그런그런 원귀들이 똬리를 틀고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그의 발길이 음침스러운 곳에 닿자 수십 년 잠을 일시에 깨우는 빛줄기가 내리 쏘이며 푸르게 운집해들었다. 그가 설교단 위로 올라섰을 때, 기도대 위에는, 한 벌의 검은 법복이, 엎드려 있는 꼴로 얹혀 있는데, 그것은 어떤 반쯤의 형체를 싸아안고 있는 듯이도 보였다. 그것(검은 주검)은 그로 하여금 일상적인 데에 끼어든, 비일상적인 것 앞에서 당하는 불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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