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도쿄올림픽은 ‘방사능 올림픽’이 될 것인가

<김주언 칼럼> 도쿄올림픽은 ‘방사능 올림픽’이 될 것인가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19.08.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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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열릴 도쿄올림픽은 과연 안전한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사능 올림픽’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본정부는 ‘재건과 부흥 올림픽’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도쿄올림픽을 재난극복 국제선전장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는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주 열린 선수단장 회의에서는 후쿠시마 인근지역 경기장 및 선수식당 식자재의 방사능 안전성 문제에 대한 강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가 완전 복구됐다’는 홍보수단으로 여긴다. 이를 위해 방사능이 오염된 후쿠시마 지역의 식재료를 선수촌에 공급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인근지역에서 성화봉송과 일부 경기도 추진한다. 방사능에 직접 오염된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지에서 성화봉송이 시작된다. 야구와 소프트볼 축구 경기도 열린다. 이에 대해 올림픽 참가국들은 위험이 가시지 않았다며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우려한다. IOC는 “문제없다”는  일본입장만 대변할 뿐이다.  
일본정부는 이미 대대적으로 ‘후쿠시마 안전’ 캠페인에 나섰다. 아베총리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먹어서 응원하자’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소비촉진 운동도 벌였다. 한중일 정상회의나 영국 왕세손 접대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한국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WTO는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입금지 조치의 해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일본주장과 달리 두릅 고사리 죽순 등 농산물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다.
미국 언론들은 도쿄올림픽이 ‘방사능 올림픽’이 될 우려를 제기했다. LA타임스는 현지 르포기사를 통해 “올림픽 선수단의 발암 위험은 매일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문은 “일본정부가 방사능에 의한 건강리스크를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낮은 수준의 방사능도 발암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존스 홉킨스대 조너선 링크스교수(공중보건학)는 “도쿄올림픽 기간에 후쿠시마원전 지역을 방문하는 선수단은 매일 발암위험이 비례적으로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미국 템플대학교 도쿄캠퍼스 카일 클리블랜드교수(사회학)는 “이 지역 주민은 도쿄올림픽을 정부의 거짓 선전행사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 피폭량은 ‘기준치 이하’라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피폭량 ‘안전 기준치’는 없다. 일본정부가 말하는 기준치는 국민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책적 기준치’일 뿐이다. 그마저 사고 2개월만에 연간 피폭량 허용치를 1밀리시버트에서 20밀리시버트로 올렸다. 이후 철수명령을 철회하고 이재민에게 지급했던 이주보조금도 중단했다.
뉴욕시립대 미치오 카쿠 석좌교수는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방사능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주는 실험용 쥐와 같다”고 지적했다. “세슘에 폐가 오염된 사람이 땅에 묻히면  방사능 무덤이 되고 대대로 무덤에서 방사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증가하는 암 환자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은 최근 ‘후쿠시마는 올림픽을 치르기에 안전한가?’라는 기사를 통해 탐사결과를 공개했다. 네이션은 “일본 정치인들은 후쿠시마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해졌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다녀온 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일본정부가 방사능에 대한 안전을 과시하려는 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일 열린 선수단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노출 위험과 후쿠시마 식자재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안전성 입증을 위한 조치와 자료 제시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안전한 식품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체육회는 IOC에도 이를 위해 전문적 국제기구가 조사하고 검증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별도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일본 현지에 훈련캠프를 설치하는 계획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직위 공식사이트는 성화봉송 경로 안내지도에 독도는 물론 러시아와 분쟁지역인 쿠릴열도를 자국영토인 것처럼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조직위와 IOC에 항의했다. IOC는 전례를 따라 조치하겠다고 응답했다. 한국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 IOC의 권고로 한반도기에 그려진 독도 표기를 삭제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조직위가 지도에서 독도를 삭제할 지는 미지수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독도가 다케시마라고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 쌓아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방류되면 약 1년 뒤 동해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와 플루토늄이 포함된 용융물은 반감기만 2만4,500년가량이라며 “방류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5∼2016년 동해의 방사성 동위원소 세슘137의 수치는 2배 증가해 한국이 직접 피해를 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IOC총회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Under Control)”라고 밝혔지만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래선가.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청원이 10여개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일본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에 공급하겠다’는 발표로 올림픽을 정치수단화하고 있다”며 “우리 선수들을 위험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성급하게 추진할 단계는 아니다. 4년동안 올림픽을 기다리며 피땀을 흘린 선수들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연대를 통해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개최 이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는 “후쿠시마산 목재를 이용한 선수촌 건설, 후쿠시마산 식재료 선수촌 공급, 후쿠시마 지역에서의 경기개최라는 3가지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활동가는 이를 위해 일본시민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통받고 있는 후쿠시마 주민과의 인권적 연대가 긴요하다. 아베정권은 미워하되 일본시민은 미워하지 말자는 뜻이다.
2011년 일어난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통해 인류는 원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이를 계기로 원전 인근주민은 물론 일본 국민 대다수가 탈핵정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정부는 원전재가동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도쿄올림픽을 원전은 안전하다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탈핵시민행동은 최근 아베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방사능 올림픽’을 규탄하는 항의서한을 일본 대사관에 전달했다.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이 원전사고로부터 안전하다는 홍보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원전 사고 지우기’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쿠시마원전 복구와 방사능 위험을 제거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아베총리는 더이상 자국민은 물론, 주변국과 인류전체를 불안에 떨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주언(논설주간ㆍ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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