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동화작가 서성자의 추억열차] 1970~1990년대 교단일기

  • 기자명 서성자 기자
  • 입력 2019.08.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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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아닌 10미정?> - 2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성자 기자] “어떡해! 미정이 동생이 맞네!”

걱정이 먼저 앞섰다.

‘미정이 닮았으면 어떡하나?’

미연이를 만나기 전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드디어 입학식 날. 너무도 순진해 보이는, 눈이 소처럼 큰 아이 미연이를 만났다. 입학식이 끝나고 미정이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다행이에요. 선생님이 미연이 담임이 안 되면 어쩌나 걱정 했는데요”

이름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무능한 담임인데. 다행이라니?

“무슨 말씀을요. 미정이를 제대로 못 가르쳐서 죄송합니다.”

“미정이가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한다고요. 우리 미정이에게 잘해 주신 것 저도 알아요”

미정 엄마의 칭찬에 가슴이 뜨끔했다. 쑥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 능력이 이것뿐인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고, 죄 없는 미정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었는데….

“미연이와 미정이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미연이가 언니만큼만 하면 무슨 걱정을 하겠어요”

맙소사!

언니보다 못하다면 미연이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걸까?

그 답을 입학식 이튿날 알게 되었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분홍. 각 반의 깃발이 운동장에서 펄럭이며 아이들을 불렀다. 모두 자기반을 찾아 모이는데 미연이는 다른 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미연아, 우리 반은 노란색이야. 네 가슴에 달린 이름표와 같은 색을 찾아.”

우리 반으로 찾아 데리고 오며 몇 번이나 말해 주었지만 그 다음날이면 또 다른 반에 가 있곤 했다.

‘그래도 미정이는 반을 못 찾지는 않았는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운동장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간 첫 날. 1교시가 끝나고 화장실에 간 미연이가 2교시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들어오지 않았다.

미연이를 찾으러 나가는데 다른 반 선생님이 손을 잡고 오셨다. 이미 미연이는 1학년 선생님들도 다 아는 유명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미연이는 다른 일로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미정이처럼 아이들과 싸우지도 않았고, 그냥 빙그레 웃으며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언니 미정이에겐 좀더 잘해 보려고 짜증도 냈지만 미연이는 그냥 안쓰럽게 여기며 예뻐해 주었다. 반 아이들도 미연이를 동생처럼 대했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미연이 자리가 비어있었다. 미연이 집에는 전화도 없어,

결석인지 아닌지 알아볼 방법도 없었다. 3학년 교실이 있는 2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같이 학교에 왔는데요”

아침에 현관 앞까지 같이 왔다는 것이다.

“교실까지 데려다 주지. 혼자만 보냈냐?”

애꿎은 미정이만 나무라고 미연이를 찾느라고 마음을 졸였다.

날씨가 궂은 날이면 미연이 자리는 어김없이 비어있었다. 결국 미연이를 찾는 친구들을 세 명 정해 놓았다.

미연이를 찾아 데리고 오라는 임무를 준 것이다. 만일 위험한 일이 생기면 한 명은 뛰어와 알리라고 단단히 교육을 시켜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연이가 무사히 2학년으로 올라간 것이. 지금 같은 무서운 사람이 많은 세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야무진 미정이, 착하고 예쁜 미연이. 둘 다 결혼해서, 아이를 기를 만큼 세월이 지났다. 지금쯤 결혼을 해서 모두 잘 살고 있겠지?’

<불이야!> - 1

장학사가 오기 한 달 전부터 우리들의 교실 청소는 시작되었다.

교실 바닥은 노란 물로 예쁘게 물들여서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야했다.

일 년에 두 번씩은 교실 물청소를 했다.

교실바닥에 물을 쏟아 붓고 수세미로 빡빡 닦는 대 청소였다. 바닥의 때를 깨끗이 닦고 난 후 바닥을 노랗게 물들였다.

양동이에 노란 물감을 풀어 교실 바닥에 꼼꼼하게 바르는 것은 내가 어릴 적부터 해온 전통 방법이었다. 내가 어릴 적엔 짚을 뭉쳐 만든 수세미를 사용했다면 교사가 된 후에는 가게에서 파는 수세미로 바뀐 정도였다.

학생 때 했던 그 원시적인 청소를 몇 십 년이 지나도록 계속 하다니. 정말 웃기는 전통이고 나쁜 전통이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08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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