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아비의 유산, 혈루병적 유전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아비의 유산, 혈루병적 유전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8.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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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상징적으로 보아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혈루병적인 몸’ 외에도 역마살이 유전되어 ‘마음을 갉아먹는 번뇌’에 자주 휩싸였다. 그것은 그 안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저주받은 ‘변절적인 피’와 업(業)의 ‘심리적 유전’ 때문이리라.

박상륭은 낯설고 황무한 고장의 몰인정 앞에 내던져져 배회하는 영혼(주인공)의 ‘마음을 갉아먹는 번뇌’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는, 사막을, 그냥 남녘 끝을 한하고 질주해나간 것이 아니라, 날 속에 싸여드는 씨북처럼 헤맨 것이다. 헤맬수록 왠지 나는 더욱더 쓸쓸하던 것이다. 계집 하나 잘못 잡아먹고, 목에 비녀가 걸린 체 고독히 배회하는 그런 어떤 야윈 들개처럼, 왠지 내 목구멍에도 그런 비녀가 걸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에 걸린 야윈 들개의 비녀가 감지될 때, 또는 "황폐가, 혈루병이, 또는 저주가, 노파 형상으로 쭈그리고 앉아“ 그를 빼꼼히 내어다보고 있을 때마다 살해 본능과 성욕을 동시에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부성을 향한 살해본능’이었으리라.

그것은 그에게 자신의 내부에서 “장소로부터 도망치며 어쩔 수 없이 장소로 드는 죽음, 습속으로부터 계속하여 떠나가며 그 습속에서 죽은 죽음”을 매장시키기 위한 일종의 ‘종교의례적인 살인(Ritualmord)’과도 같은 강렬한 충동이었다. 그의 스승은 그에게 언젠가 그것을 “계집으로부터 도피해가며 계집의 자궁으로 드는 죽음, 세상으로부터 떠나며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는 죽음”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시지프스의 돌과도 같은 업의 고리로부터 영구히 벗어나는 일은 스스로를 ‘산 희생’으로 바쳐 “자기 소멸을 완전히 성취해버리는 일”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하나는 모태 회귀 본능과도 같은 ‘계집에의 집념’이요, 다른 하나는 원한과 증오 없이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구도를 향한 ‘살해 본능’이었다.

이 두 개의 본능은 그가 감내하기 힘든고뇌의 형벌 때문에 만들어 졌고, 그 “내독(內毒)이 밖으로 번져” 행해진 일종의 ‘간음’ 행위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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