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미와 풍요를 잃은 모성의 폐기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미와 풍요를 잃은 모성의 폐기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8.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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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의 마른 늪으로 이주한 이후부터 줄곧 고적과 고독의 몰약에 잠겨 있던 주인공은 수도녀의 “한 되의 나드 기름만큼” 고봉 담고 있는 깊은 정을 느꼈다. 그는 그녀가 뿜어내는 새둥지다운 안온한 에너지에 포근히 잠겼다.

그녀는 잠시 얼굴도 씻고 분가루도 바르고 온다며 쪼르륵 달려 나갔다 다시 돌아와 그의 앞에 수줍게 섰다. 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

오늘 따라 그녀는 화장한 얼굴에 성장을 하고 온 것이었다. 그의 눈에 보름달이 막 솟아 오른 듯한 그녀의 목은 탁월했고, 어깨는 우아했다.

그의 기억에 그녀의 “전에 그 어깨, 그 목에 얹혔던 얼굴은, 죄를 너무 몰라 거의 백치다운 것”이었는데, 다시 바라다 본 그녀의 얼굴은 죄를 너무 많이 알아, 차라리 청초해버린 암뱀다운 윤기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내가 정든개, 고 정 땜시, 나도 사람 겉고라우 여자도 겉여라우”라고 말했다. 그는 응수할 말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그 사이에도 둘은 서로의 응시의 둘레를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수도녀의 눈에 투영되어 그에게 얼른 떠오르는 눈은 엄니의 그것이었다. 그렁그렁한 진주 방울이 맺힌 그녀의 투명한 눈은 그에게 “유아는 젖을 빨며, 저 맑지만 뭔지 닫힌 눈으로, 그냥 어머니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상념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잊혀져간 영원한 모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에게는 “풍요가 끝나고, 더 이상 생산할 수도 아름다울 수도 없을 때, 어머니는 죽는 것이 아마도 좋다. 늙고 허리 굽은데다, 더러운 노쇠의 냄새나 풍기며, 매사에 간섭만 많은, 번데기 같은 어머니는 아들에게 있어서, 모든 추악함의 여성적인 덩이”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어머니가 아니며, 그 때부터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싹트고, ‘어머니에 대한 배반’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하나의 ‘친모살해(親母殺害)’다.

그는 “여자에게 있어서의 아름다움과 풍요함은 자기의 남편 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아들 때문에 영원히 지켜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굳게 확신한다. 바람나서 떠난 그는 긴 쓸쓸한 행로 끝에, 자기가 살해한 옛 엄니를 다시 그리워한다. 그리하여 다가온 엄니는, 영원히 아름답고, 영원히 풍요로우며, 아들의 정액을 삼킨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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