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청각 장애 선수 최초로 ATP 투어 단식 본선 승리

이덕희, 청각 장애 선수 최초로 ATP 투어 단식 본선 승리

  • 기자명 김백상 기자
  • 입력 2019.08.20 15:37
  • 수정 2019.08.2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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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청각 장애 3급 불리함 딛고 최초로 투어 대회서 승리

[데일리스포츠한국 김백상 기자] 이덕희가 청각 장애를 딛고 최초로 ATP투어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덕희의 경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덕희의 경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덕희(212위)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총상금 71만7,955 달러) 대회 이틀째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 스위스)을 2-0(7-6<7-4> 6-1)으로 이겼다.

생애 처음으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출전한 이덕희는 2017년 세계 랭킹 93위까지 올랐던 라크소넨을 맞아 서브 에이스 9개를 몰아쳤다.

이덕희는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후 2세트에서는 단 한 차례도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지 않는 일방적인 경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날 이덕희가 2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앞선 상황에서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5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되 자칫 흐름이 끊길 수 있었지만 다시 재개된 경기에서 이덕희는 집중력을 잃지않고 2세트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한 게임을 따내며 현지 시간 밤 10시를 넘겨 경기를 끝마쳤다.

이날 승리로 32강에 오른 이덕희는 이번 대회 3번 시드를 받은 후베르트 후르카치(41위, 폴란드)와 16강 진출을 두고 2회전을 치른다.

후르카치는 이달 초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8위, 그리스)를 꺾는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덕희보다 한 수 위의 선수다. 키도 196㎝로 175㎝인 이덕희보다 20㎝ 이상 크다.

이번 대회에서 톱 시드는 브누아 페르(30위, 프랑스)가 받았고, 2번 시드는 데니스 샤포발로프(38위, 캐나다)에게 배정됐다.

이덕희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청각 장애 3급의 어려움을 안고 동메달을 획득하며 테니스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998년생인 그는 선천적 청각 장애의 어려움을 안고도 어릴 때부터 '테니스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노박 조코비치(1위, 세르비아), 라파엘 나달(2위, 스페인)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도 청각 장애를 딛고 어렵고 힘든 세계 테니스 투어 무대에 도전하는 이덕희를 응원했다. 

특히 이덕희가 제천동중 3학년 때인 2013년 성인 랭킹 포인트를 처음 따내자 나달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항상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글을 올리며 그의 승리에 애정어린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4년 6월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스타 드 롤랑가로에서 남자프로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라파엘 나달과 함께 훈련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덕희를 지도하는 바르셀로나 토털 테니스 아카데미의 호세 루이스 로페스 카바예로 코치, 이덕희, 나달. (사진 = S&B 컴퍼니 제공)
지난 2014년 6월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스타 드 롤랑가로에서 남자프로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라파엘 나달과 함께 훈련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덕희를 지도하는 바르셀로나 토털 테니스 아카데미의 호세 루이스 로페스 카바예로 코치, 이덕희, 나달. (사진 = S&B 컴퍼니 제공)

이때의 인연으로 같은 해 9월 한국을 찾은 나달은 이덕희와의 만남이 이뤄졌고, 2014년 프랑스오픈을 앞두고는 이덕희를 직접 초청해 훈련을 함께하기도 했다.

이덕희는 2014년 7월 국내 최연소 16세 1개월 나이에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 호주오픈에서는 조코비치와 함께 대회 홍보 영상을 찍었다. 조코비치 역시 그해 윔블던을 앞두고 이덕희와 함께 훈련하며 애정을 보였다.

2016년 7월에는 국내 최연소(18세 2개월)로 200위 벽을 돌파했다. 종전 기록이던 정현의 국내 최연소 200위권 진입(18세 4개월)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승승장구하며 2017년 세계 랭킹 130위까지 올라선 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지만 그러나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시달렸다.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 조차 좀처럼 1, 2회전 통과를 하지 못하자, 주위에서도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6월 미국 아칸소주에서 열린 리틀록오픈 챌린저에 참가한 이덕희는 2016년 대만 가오슝 대회 이후 3년 만에 챌린저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여기에 이번 투어 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출전해 승리까지 따내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윈스턴세일럼 오픈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와 인터뷰한 영상을 게재하며 "ATP 투어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이덕희의 청각 장애 선수 사상 첫 투어 대회 단식 본선 승리 소식을 메인 화면 첫 소식으로 전했다.

이덕희는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일부 사람들이 저의 장애를 비웃기도 하고, 저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가족과 친구 등 주위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2회전에서 세계 랭킹 41위의 강호 후르카치를 상대한대 대해 "미국이 환경이나 시설이 훌륭하고 음식도 맛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2회전도 오늘처럼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백상 기자  104o@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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