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인간의 삶을 노래하는 담과 벽

[숨은그림찾기] 인간의 삶을 노래하는 담과 벽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8.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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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작가, 담과 벽에 담긴 세월의 흔적

wall 100P 2015
wall 100P 2015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김영신 작가는 담과 벽(Wall)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는다. 담과 벽은 인간의 삶과 비슷하기에 세월의 흔적 속에서 인간의 삶을 노래한다.

벽이 건물을 지탱하는 역할이라면 담은 그 건물을 보호하고 경계를 규정한다. 그래서 담과 벽 안쪽의 공간에는 자유와 쉼이 존재한다.

구조물을 지지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담과 벽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겉모양이 낡아도 완전히 생명이 다하기 전까지 자리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는 모습은 세월의 흐름을 버티며 이겨온 인간의 삶과 비슷함을 느낀다. 결국 인간의 삶을 노래하는 담과 벽은 인간의 생명과 함께하는 운명인 것이다. 작가는 또한 풀과 꽃 그리고 나비를 등장시킴으로써 인간내면의 통찰을 통한 소통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wall 100F 2019
wall 100F 2019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평론이다.

그의 작품속의 벽면은 낡고 퇴색한 벽돌벽이자 오랜 시간의 풍화를 겪어낸 흔적, 계절과 세월의 다양한 층위가 겹겹이 쌓인 퇴적층 같은 벽이다.

어느 그림은 벽의 하단에 싱싱한 초록의 풀과 흰색, 노란색 나비가 날고 있는 장면이 ‘슬로우모션’으로 삽입된다. 따스하고 나른한 봄날의 정취나 어느 계절의 시간대가 감지되는 풍경이기도 하다. 원근이 형성되지 못하는 이 벽 그림은 전적으로 벽 자체의 물질감, 그 피부를 생생하게 조우시킨다. 아니 저 벽과 보는 이의 시선, 몸을 하나로 엮어낸다. 그런 모종의 핍진함이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실제 벽을 연상시키는 환영으로서의 벽이자 그려진 벽이고 동시에 벽을 이루는 물질 그 자체로 성형된 듯한 질료 덩어리로 다가온다.

wall 100F 2018
wall 100F 2018

그의 작품은 그림인 동시에 물질적 체험을 극대화하고 있는 조각적 작업이고 동시에 아예 벽 그 자체를 떠내고 있는 듯한 오브제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면에 일루젼을 부여하는 회화이자 저부조의 견고한 질감, 물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입체적 작업인 셈이다.

아마도 작가는 아득한 시간의 결을 지닌, 낡고 허물어져 가는 벽을 보면서 많은 상념에 젖은 것 같다. 생각거리를 안겨준 저 벽을 화면에 호출하고 그 느낌, 이미지를 물질화하고 있다. 동시에 어딘가에 풀과 나비 등을 개입시켜 벽과 대비되는 장면을 만들어 시간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얹혀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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