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화제] 서울서 만나는 '데이비드 호크니전'

[전시 화제] 서울서 만나는 '데이비드 호크니전'

  • 기자명 김충호 미술전문 기자, 하채연 대학생 기자
  • 입력 2019.07.26 11:03
  • 수정 2019.07.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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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인기리에 전시 중...내달 4일까지 다큐 상영

[데일리스포츠한국 김충호 미술전문 기자, 하채연 대학생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작품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경매에서 1019억 원(약 9030만 달러)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 중 가장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거액도 거액이지만,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적 성취는 억만금을 줘도 교환할 수 없는 가치라는 해석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호크니는 2017년 80세 생일을 맞았으며 60년가량 작품 활동 중에 다양한 실험을 도전적이고 과감하게 해왔다. 이번 기획전 ‘데이비드 호크니’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 등 일곱 개의 소주제로 작가의 대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해 주요 미술관에서 대여한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133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호크니의 다채로운 삶의 경험에 대한 감각이 작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브래드퍼트 예술학교 학생 시절 호크니는 추상주의가 주로 지배하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호크니는 그것에 반하면서도 작품에 도식적인 기술을 사용해 작품 세계를 넓혀나갔다. 그 시기에 호크니가 작업했던 주제로는 성과 사랑이다. 동성애에 대한 사유, 성적 다양성에 대한 사유를 작품 속에 처연하게 녹여냈으며, 그 감각은 ‘세 번째 사랑’(The third love painting)과 같은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호크니 자신의 정체성 형성을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으며, 당시 영국의 사회상을 고려했을 때 성적 소수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 자신의 우울감도 종종 드러난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날씨가 화창하고 푸른 수영장이 있는 로스엔젤로스로 이주한 까닭일까. 호크니의 예술세계는 LA의 지지 않는 햇살아래서 더욱 빛났다. 작품 ‘더 큰 첨벙’은 보는 순간 물의 상쾌함이 온 눈을 적시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인물을 배제하고 물의 움직임만을 세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단순화된 형태의 평면성과 회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호크니는 이 시기에도 당시 유행했던 추상주의 사조를 따르지 않았다. 자신이 관찰하고 공감하는 물질 그 자체의 감각을 끌어와 작품을 구성한 덕분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대표작을 남길 수 있었던 셈이다.

로스엔젤로스에서의 관찰성이 두드러지는 작품 창작 활동에 이어, 호크니는 빛과 그림자, 인물, 공간의 깊이에 천착한 작품들을 창작했다. 그 대표 작품으로는 ‘클라크부부와 퍼시’가 있다. 이 작품은 세밀한 사전 스케치로 부터 탄생한 작품으로, 당시 영국 테이트 미술관에서 가장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남고 있다.

작품 속의 부부의 과시가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아름답게 맞물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기의 작품은 호크니의 자연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욕망을 읽을 수 있으며 그가 얼마나 일상 속의 모습들이 관심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나의 부모님’ 같은 작품에서도 그가 부모님이라는 인물들에 동화되어 그의 예술적 열망을 투시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기의 작품들에게선 그가 이전에 계속해서 발전시켜온 색감에 대한 감각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호크니의 중기 작품은 피카소의 죽음 이후 영향을 받아 창작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는 자연주의에서 벗어난 또 다른 작품 세계에 대한 도전을 도모했으며, 그 도전에 피카소의 죽음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시기 때 중국의 회권이나 연극 무대 장치들에 영감을 받아 작품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했으며 입체적인 공간 인식을 작품 세계에 풀어냈다. 그는 이후 추상의 세계에서 그의 모티브가 되는 색감과 도형을 조립한 여러 작품들을 선보였다.

데이비드 호크니, '클라크 부부와 퍼시'
데이비드 호크니, '클라크 부부와 퍼시'

호크니는 현재까지 작품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이며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21세기 이후 기술의 발전을 예술의 발전과 함께 도모하며 카메라를 이용해 풍경을 포착하고 그것을 실제 크기로 창작하는 등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으며, 특히 고향 요크셔로 돌아가 창작한 작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는 가로 12미터, 세로 4.6미터로 호크니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다. 호크니는 이 작업을 위해 디지털 사진과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연의 무한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호크니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끊임없이 실천해왔으며, 미술뿐만 아니라 휘트먼, 카다피 같은 시인의 시들에게서도 영감을 받아왔다. 그의 이러한 다채로운 열망은 그가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의 예술가’라는 평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전시 외에도 호크니의 삶을 담은 다큐를 상영하는 ‘호크니라운지’ 등이 운영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예술은 예술 자체의 이해이기도 하지만, 예술가 한 사람의 시간을 담고 있는 총체이기도 하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 내 안의 예술성을 키울 거장의 전시에 발길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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