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금주 '화제의 책'

[BOOK] 금주 '화제의 책'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7.19 10:25
  • 수정 2019.07.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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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발해로 가는 저녁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금주의 출판계 소식 중 '화제의 책'으로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쯤인가를 묻는 시인이자 방송작가 김경미의 소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담은 책, 지 작은 풀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한 정윤천 시인의 시집을 선정했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김경미, 혜다, 272쪽)

시인은 태생적으로 인간임을 슬퍼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저자는 “고통은 달래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 말한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저자가 소소한 일상에서 담담히 건져 올린 작은 이야기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늘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불안한 영혼에겐 그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자의 태도임을 일깨우고, 때때로 양치컵만 한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이에겐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는 관계가 아니라면 차라리 그만두라는 조언도 건넨다.

동네 과일 가게의 주인아저씨가 건네는 작은 지혜에도 귀를 기울이고, 어느 날 홀로 문턱을 넘어가 버린 청소기에게서도 삶의 자세를 발견하며, 우연히 마주친 다정한 이들에게 ‘숨을 들이쉴 때마다 복이 따라 들어가라’고 곱고 따뜻한 주문을 외운다고 토로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다 보니 현대인은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 우리를 추월해 밟고 지나갈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히려 잠시 숨을 돌리고 물 한 잔 마시며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자문해보라고 속삭인다.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지금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과연 당신만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사람인지, 아니면 당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여유를 갖고 자신의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 80여편 에피소드에는 일상에서 놓치고 지나간 우리 마음속 편린들이 담겼다.

저자는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밤의 입국 심사’ 등 시집을 펴냈다. 노작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김미숙의 음악 살롱’, ‘노래의 날개 위에’ 등 유명 장수 프로그램 원고를 썼다. 2007년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도 받았다.

발해로 가는 저녁
발해로 가는 저녁

△ 발해로 가는 저녁(정윤천, 달을 쏘다, 110쪽)

지리산문학제를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이 제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정윤천 시인의 수상시집이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적 모티프는 많은 부분 기억의 지평선 아득한 지점에 묻어두었던 것을 새삼 발굴해 드러내는 형식에 의존한다”고 평했다.

정윤천 시인의 시적 경향성은 소멸의 운명과 신생의 갈림길에 놓인 풍속적인 존재의 현황을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고 심리적 공생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경림 시인은 “정윤천의 말들은 온몸으로 살아낸 자리에 피어난 씀바귀 꽃 같다.”면서 “신산한 누대의 삶들이 즐비하게 누운 들판에서 누군가 나직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같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가 걸어온 길에서 만난 키 작은 풀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들을 그는 잊혀져가는 모국어로 맛깔나게 노래한다. 내 어머니는 사라진 해동성국 발해라고. 이 들판을 한 없이 걸어가면 두 나라의 해안을 간직하고 있는 미쁘장한 여자 발해가 있다고. 나는 가느다란 발목을 가졌던 여자, 사라진 발해의 아들이라고.

해서 그의 언어는 먼 시간의 저편에서 들리는 고어처럼 신비롭고 낯설다. 나직이 흥얼거리는 그의 노래 속에는 쇠치는 대장간, 어느 장터의 국밥집, 호미자루를 고르는 노파, 팔뚝 굵은 대장장이 등 눈물겹도록 정겨운 민초들이 있다.

이경림 시인은 “깊이 있는 사유와 노회한 비유, 돌올한 말의 운용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시집에 당분간 붙들려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윤천 시인은 전남 화순 출생으로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9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 등이 있으며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이 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주말판 19면 BOOK(2019.7.19)
데일리스포츠한국 주말판 19면 BOOK(201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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