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마음속 제주도의 자연을 담다

[숨은그림찾기] 마음속 제주도의 자연을 담다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7.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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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섭 작가, 호분과 은분만으로 강한 존재감 표현

ZEN(禪) - 백법(白法)석굴암본존불 장지에 은분, 호분 185×185cm 2018
ZEN(禪) - 백법(白法)석굴암본존불 장지에 은분, 호분 185×185cm 2018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제주도의 자연을 담은 조기섭의 작품은 실재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심상의 풍경과 닮아있다. 제주도의 풍경들이 다시 구성한 그림은 호분(흰색)과 은분만으로 강한 존재감을 표현해 낸다.

작가는 삶의 태도가 작업의 태도와 일직선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작업은 고민의 결과물인데 작업을 위해서 작업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호흡이 긴 사람이고 살아갈 힘이 되는 몇 가지 것을 선택하는데 깊게 고민을 한다. 그리고 선택한 일을 묵묵히 밀고 나가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 태도를 작업에 대입하면 화면에 깊게 들어가 그 끝을 마주하게 되고 정신의 영역에 맞닿은 이미지를 표현하게 된다.

또한, 자연물과 대상에 내포된 무형의 공간을 화면에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데, 작업을 할 때 그림 앞 찍힌 발걸음 수만큼 그림의 깊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그릴 때 사생의 자연이 아니라 마음에 각인된 기억을 소환해서 작업한다. 그는 자연이 마음에 들어오려면 한 현장을 다양한 시간, 계절, 날씨 달리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걷고 멈추어 응시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눈을 감고 바라봐야 하며, 그렇게 관찰한 자연은 눈을 감아도 피부로 느껴지는 빛의 세기와 몸으로 흡수되는 공기의 질감과 함께 눈앞의 자연이 시공간을 느껴져야 소환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흐놀다 장지에 은분, 호분 188X502cm 2017
흐놀다 장지에 은분, 호분 188X502cm 2017

황정인 큐레이터는 조기섭 작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기섭의 풍경은 자연, 넓게는 작가의 주변을 둘러싼 대상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사유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거대한 자연의 이미지 안에 숨은 그림처럼 자리한 곤충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질서 안에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하는 삶을, 넓은 화폭의 여백을 가르는 잔잔한 파동과 쉽게 감지할 수 없는 작은 움직임 속에 대상과 대상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빛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형상들을 통해 모든 존재에게 시간의 흐름은 공평한 자연의 섭리임을 이야기한다.

분명한 건, 자연이 기억 속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지나 그에게 다시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거리로 성큼 다가온 후, 그것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을 넘어서 세상에 대한 생각을 깊고 길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은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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