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갯가 언덕배기의 고향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갯가 언덕배기의 고향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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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그가 살던 고향은 고기 비린내 나는 갯가의 언덕배기에 있었다.

그가 엄니와 살았던 골목 그곳은 ‘성역(性域)’으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육신만으로 살던 여자들”과 “늙었거나 병든 창부들만이 모여”살던 곳이었다.

삶의 희망을 잃은 그녀들은 충동적으로 생명을 낭비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육신의 껍데기를 하루하루 벗겨내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야, 몰락해가는 창부들이 모여 살던 그 곳에는, 거의 ‘늙은 뱃놈의 얼굴 하나 보이지 않는 날’이 허다했다.

나는 그 곳과 대비를 이루는 지점, 유리의 ‘마른 늪’이 더 이상 생산을 허용하지 않는 불모의 여성성을 상징하는 금단의 지역으로 여전사들만이 거주하는 아마조나스(Amazonas) 정글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그는 어린 시절 한센병(문둥병)이 걸려 뭉들어진 코를 가진 사람들의 농 흐르는 사타구니와, 간질 발작을 보며 자랐다. 그는 습습한 해풍이 불어오는 맑은 날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죽음을 희구했던 ‘창부들이 송장이 되어 거적에 싸여 달구지에 얹힌 뒤, 화장장으로 보내지는 골목’의 살풍경을 보아왔다.

그녀들은 임질이나 매독에 걸려 습습한 해풍에 늙어져, 갓마흔에도 노파가 되어 기침을 콩콩 해댔던 것이다. 배가 고파도 일을 하려고 들지도 않았던 그녀들은 구호미라고, 읍소에서 한 달에 서되씩 주는 보리며 수수로 삶을 연명했다.

기억하건데, <에로티즘>의 저자인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는 그의 아버지가 중증 매독환자였는데, 병의 후유증으로 바타유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장님이었다고 한다.

바타유는 어린 시절 우울증으로 허우적거리는 어머니를 대신해 병든 아비를 돌보며 자랐고, 이 후 그는 신부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려고 했다.

뜻을 이루지 못한 그는 도서관의 사서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성장했고, 결국 에로티즘의 대가가 되었지만 말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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