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회자정리, 익숙한 것과 이별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회자정리, 익숙한 것과 이별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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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나이가 서른세 살이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회자정리’를 경험한다.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으리니, 온갖 정과 회포를 벗어던질 지어다. 모든 것이 덧없음이라!

주인공이 보기에 그의 스승은 ‘꽃 위에 앉은 한 바위’처럼, 항마좌인 채 소롯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스승이 “어쨌든 유리로 떠나란 말야"라고 했던 말과 “다만, 나로부터 떠나란 말이지. 옴마니팟메훔”이라고 했던 말들을 차례로 떠올렸다.

주인공에게 윤회며 재생은, ‘가장 두려운 그러나 타도해버려야 할 적’임이 분명했다. 그는 이 질긴 윤회의 고리로부터 영구히 벗어나는 일이 자기 소멸을 완전히 성취해버리는 일처럼 여겨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그는 아직도 사별의 ‘독한 슬픔’을 여의지 못했다. 그는 “하나는 장소로부터 계속해서 떠나고, 하나는 습속으로부터 한없이 도망치는 것밖에”는 더 이상 다른 것을 감행할 수가 없다. 내가 1000일 간의 수행을 위해 그토록 사랑했던 나의 집을 떠나 잠시 다른 곳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그도 자신의 거처였던 암자를 벗어나 표표히 유리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는 길을 ‘떠난 지 달포도 더 걸려 유리의 문전에 닿”았다. 내 보기에 그곳은 전라남도의 땅 끝 그 어드메쯤 될 성 싶다.

주인공은 항상 “일진이 사나운 날”에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죽음은 ‘혈루병자’의 그 것이었는데, 그의 죽음은 그에게 “도대체 풀릴 길 없는 매듭인 것만 같”다. 그가 혈루병자에 대해 기억해 낸 것이라곤 다만 풍문으로 떠돌던 것들뿐이었다.

죽은 그 혈루병자는, 주인공 스승의 오랜 친구였는데, 스승은 말하지 않았지만, 풍문으로 듣기로는 ‘한 속녀(俗女)에의 애착을 못 여의어 환속한 중’이라고 했다. 혈루병자는 애욕에 못 이겨 환속한 후 계집을 멀리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울타리를 쳐두었음에도 재생의 문을 닫지는 못했다.

그에게선 ‘황폐의 냄새’가 풍겼다. 그는 ‘이승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승의 것이 아니어서 속(屬)을 짐작할 수 없는 짐승’이 되어 죽어간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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