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반야지 획득을 위한 인신공희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반야지 획득을 위한 인신공희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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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아버지라고 불러주었어야 마땅했을, 그 괴팍하고 늙은 스승’은 주인공에게 종교적인 수행과 고행의 육화(肉化)를 통해 ‘각(覺)’의 ‘반야지(般若智, Banyaji)’를 얻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실용 한-영 불교사전에 의하면, 반야지란 ‘보살행의 이상인 동시에 욱바라밀의 하나로, 대승불교에 있어서 법(法)의 참다운 이치를 완전히 체득함’을 이른다.

나는 박상륭이 표현한, “읍이나 촌락들은, 뱀이 삼킨 통계란 모양” 혹은 “길을 꾸리 감아 가고 있는 것”, 또는 “길이 그를 삼켜, 길 속으로 어디로 뚫려진 곳으로 음험스런 데로 구덩이 속으로 자꾸 끌어넣어가는 것처럼만” 같은 문장을 읽었을 때 아슴푸레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인 우로보로스(Ouroboros): 꼬리를 삼키는 자란 뜻)의 영상을 머리에 떠올렸다.

“보이지도 않는 귀신 나부럭지니 우주 따위, 또는 그와 같은 기타의 것을 찾으려는 노력은 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출발점에서 너 자신을 재료로 택한 뒤, 너 자신 속에서 찾을 일이지. 네놈의 속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그 자신의 것으로 하고 말하기를 나의 신, 나의 마음, 나의 생각, 나의 영혼, 나의 몸이라는 그것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일인 것이다. 슬픔이, 사랑이, 증오가 비롯되는 근원을 알작시라”

시작이자 끝인 윤회와 영원성의 상징인 우로보로스는 스스로를 제물로 삼켜 또 다른 스스로를 창조하는 불사의 동물이다. 우로보로스는 주로 중세 시대에 연금술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는데 ‘하나로부터 전체(ex uno omnia)’를, 또는 ‘원시반본(元始返本: 모든 존재는 본원(뿌리)로 돌아가고 원래의 이치대로 회복됨)’하는 영적인 질서를 의미한다.

나는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서 우로보로스의 상징과 겹쳐진 주인공의 스승이 주인공에게 “출발점에서 너 자신을 재료로 택한 뒤, 너 자신 속에서 찾을 일이지”라고 하는 말이 자신을 제물로 바쳐 그 안에서 그의 진아(眞我)를 찾는 구도의 길을 가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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