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감정과 구속, 억압을 뚫고...자아의 성장

[숨은그림찾기] 감정과 구속, 억압을 뚫고...자아의 성장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7.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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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슬 작가, 뿔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

스스로 살아나기-반생,방독면-910x250x330mm-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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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과 이상이 괴리되는 상황을 끊임없이 경험한다.

오감(五感)의 감각이 가장 많이 열려있는 시기인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감정표현은 억압에 눌려 버렸고 자존감마저 없었다. 김다슬 작가는 스스로의 힘을 키워 사나운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다는 강한 욕구에 뿔이 달린 공룡을 좋아했다.

초식공룡은 무시무시한 육식공룡의 공격을 피하기 위하여 각자만의 특별한 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진화했다.

트리케라톱스는 지금의 코뿔소처럼 강력한 뿔을 이용하여 방어하였으며, 스테고사우루스는 등에 큰 골창을 이용해 육식공룡 공격에 방어하면서 꼬리에 뾰족한 뿔을 이용하여 공격하기도 했다.

큰 몸집도 방어 장비도 없지만 저항의 도구가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곱게 다듬어 나갈 수 있는, 강한 맹수에 부딪쳐도 부러지지 않는 강하고 든든한 잘 다듬어진 뿔로 태어나고자 갈망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와 무기력, 위축감 속에 살아왔다는 죄책감을 버리고 살을 뚫고 나오는 아픔을 견디며 조금씩 커져가는 뿔이 자라고 있다.

그 뿔은 대학시절에는 작업에서 보여줬던 두려움과 공포를 방어하기 위해 자라났던 ‘반항’의 뿔이었다면 지금의 작업에서 자라나는 뿔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얼어붙었던 마음을 콕콕 찍어 용기를 주며 무의식의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해가는 현실적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내면에 내재된 자아를 의미한다.

김다슬 작가의 작품 속 뿔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에이카시아eikasia)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서울에서 낯설음을 느끼며, 주어진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내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지난 시간들이 결국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도 저마다 내면에 한 번쯤은 마음속에 품는다는 것을 알았다.

평범한 내러티브가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과 구속, 억압에서 벗어나려고 내면을 뚫고 나와 성장하는 뿔, 작가의 작품은 선(철사)을 면으로 녹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칠고 강한 결과물을 통해 또 다른 하나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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