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한국 기업 책임은 없나?

일본 수출규제, 한국 기업 책임은 없나?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7.04 14:27
  • 수정 2019.07.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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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 왜, 오래도록 일본에 의존했나?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과 관련해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발언을 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 작업까지 해가면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치가 기업과 국민의 살림살이를 이끌어줘야 저희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면서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처지에 있는 기업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수원사업장
삼성 수원사업장

보수언론은 이 발언을 “최근 통상 분쟁과 외교 갈등을 둘러싼 정치권과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부각해 보도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했고 그 첫날에 성난 민심은 ‘일본 불매운동’ 확산시키며 반일감정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직면한 것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발언처럼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인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삼은 반도체 제조용 소재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OLED 디스플레이용 재료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올해 1∼5월 기준으로 각각 91.9%, 43.9%, 93.7%로 집계됐다.

에칭가스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2010년 72.2%에서 2019년 1~5월 43.9%까지 낮아진 반면 리지스트(95.5%→91.9%)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97.7%→93.7%)는 여전히 높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의 가장 아픈 곳을 때렸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위험에 대비한 롱(long) 리스트를 만들어놨는데, 여기에서 1,2,3번에 해당하는 품목과 정확히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 시장경제주의에서 입각할 때 기업이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가? 정부가 추진하는가? 되묻게 한다. 롱 리스트가 있었다는데, 그리고 그 이유는 훨씬 이전부터 한국기업들의 일본 의존도가 너무 높은 사실 때문에 일본이 그 허를 찔렀다는 것인데, 우리 기업들이 장기적 대응전략, 생존전략을 마련할 책임은 없는 것일까? 일본을 그토록 믿었던 탓인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대목이다.

SK하이닉스, 96단 4D 낸드 기반 고성능 1Tb QLC 샘플
SK하이닉스, 96단 4D 낸드 기반 고성능 1Tb QLC 샘플

우리나라 대일 수입 의존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이다. 일본이 관세율을 인상할 경우 수입 적자 폭은 훨씬 더 악화될 가능성이 늘 상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개선할 전략을 마련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일본이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30% 인상한다면 대일 수출은 24억 달러, 약 2조 80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총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및 OLED 관련 주요 소재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해 4일부터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앞으로 3개 품목에 대해서는 계약건별로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로 인해 허가 신청과 심사까지 90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에 따라 수출을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제 와서 우리기업들이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대한 반성도 없이 문제 원인을 마치 정부 등 다른 곳으로 전가하려는 모습을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일본이 문제 삼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번복하라는 것인지, 다른 정치적 카드로 ‘우대조치 방식’ 복원을 교환하자는 것인지 일반 국민들은 그 대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다시한번 묻는다. 한국의 수출의 중심축인 반도체 산업 핵심부품이 지속적으로 일본에 의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체질 개선에 게을리 한 기업의 경영 문제점은 없느냐고.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IT업체들은 내로라는 글로벌 대기업들이다. 정권은 유한해도 늘 자력갱생해온 기업들이다. 일본의 성향이 한결 같았던 것도 아니고 어느 날에 훅, 변한 것도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대응 방안을 강구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를 이제 와서 타자를 넘기려는 것은 성난 민심을 아전인수로 읽는 경우이다.

물론 이번 수출 규제가 향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무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지난 5월까지 일본산 수입률이 93.7%에 달하는 수입 의존도를 이제부터는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응전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책임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보여줘야 한다. 일본이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에 대해 한국수출을 규제하면서 국내 소재업체의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였다.

현재 문제의 3개 품목은 국내 대기업이 일본에서 직접 수입하거나 중견업체와 중소업체가 원재료를 수입한 뒤 가공 후 대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에 의존하는 이런 생산 공정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길 국민들은 바람 한다.

정부 고위 간부 출신인 관련업계의 한 임원은 “해당기업들의 지난 5개월간 수입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오늘의 사태를 준비하고자 물량을 늘렸다는 의미”라면서 “다만 그런 과정에서 관련 부처와 중소기업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느냐는 문제가 관건이다. 외국기업에게는 제값으로 사들이고 국내 중소기업에게는 하도급 취급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하는 점도 이 문제 연장선에 있다”고 의미심장한 분석을 했다.

한편, 최근 출간된 ‘탈대일본주의(脫大日本主義)’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우선 정책으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지역 경제 불안도 켜졌다”면서 “일본은 미국 비호 아래 군사 대국화를 꿈꾸며, 헌법으로 금지된 전쟁에 참가할 수 있는 나라가 뒬까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일본의 자세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한반도는 평화를 향해 활발히 움직였지만 일본이 다시 대일본주의를 지향하는 것 같아” 그 우려감이 커서 책을 펴냈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는 “정치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일본의 허망한 꿈을 경계한다”면서 “과거 일본인들이 경험한 대일본제국 파탄을 교훈 삼아 자유와 인간을 존중하는 중규모 국가(미들 파워)를 이웃나라들과 더불어 착실히 만들어가는 그런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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