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에리직톤 신화의 회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에리직톤 신화의 회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7.03 09:1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며칠 전 나는 힘겹게 박상륭의 문장을 읽어내며 이 소설의 화자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리직톤(Erysichthon)을 동 일시하게 되었다. 왜일까? 그것은 “삼천대천 세계를 다 삼키 고도 배가 고파 허리가 휘인, 그런 늙은이들”이라는 문구 때 문이었으리라. 세상에나! 보아구렁이도 아니고, 우주 사람 만상의 지혜를 다 삼키고도 배가 고픈 노인네들은 도대체 뭣 하는 중생이란 말인가?

그리스의 신화 속의 인물 에리직톤은 그리스어로 ‘땅을 쪼 개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테살리엔의 왕 트리오파스의 아들 인데, 신에 대한 경외심이 전혀 없는 교만하고 불경스럽기 짝 이 없는 위인이다.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의 성스러운 떡갈나무를 도끼질해 죽 게 만들어 타부(Taboo: 금기)를 범한 에리직톤은 기근과 굶 주림의 여신인 리모스(Limos)가 내린 저주의 형벌을 받는다.

그는 먹고 또 먹어도 배가 고픈 영원한 헝그리가 되었다. 영원한 정신의 헝그리인 그는 극심한 배고픔으로 인해 기진 맥진해 갔다. 그는 눈앞의 먹을 것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도 주체할 길 없는 허기를 느끼게 되자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그 의 모든 재산을 팔았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외동딸이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애 인이었던 메스트라(Mestra)까지 노예로 팔고 먹을 것을 장 만해 먹어치웠는데도 영원한 허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혈관 깊숙이 스며든 아귀(餓鬼)의 굶주림을 견디지 못했던 그는 자신의 팔다리를 뜯어 꿀꺽 삼키고, 온 몸을 뜯어 먹어 나중에는 이빨만이 남은 채 비참하게 죽고야 말았다.

‘천고의 병’ 신병앓이 시절 나는 그리스 신화속의 인물인 에 리직톤의 초상과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에서 주인 공의 중첩된 이미지를 통해 절망적인 (정신의) 허기에 빠진 상처 입은 인간 군상의 마지막 몸부림과 고뇌를 절절하게 경 험했다. 그 인간 군상 중의 하나가 바로 나였다.

자, 그럼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 떤 인물인가? 그는 ‘나이가 서른 셋이나 된 젊은 놈’이자, 계 (戒)도 받지 않은 ‘돌팔이중놈’, 딱히 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걸사(乞士) 나부랭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FUTURA ENERGIA 심리영성상담소 seelenscan@gmail.com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