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다원, 'Now Here' 전, 담금질된 화가의 예술적 완숙함

작가 박다원, 'Now Here' 전, 담금질된 화가의 예술적 완숙함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6.24 09:38
  • 수정 2019.06.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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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모더니즘으로 본질과의 조우, 서울옥션 삼청 프린트베이커리서 다음달 14일까지 열려...

Becoming 2019 146X112
Becoming 2019 146X112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세계시장에서 한류는 케이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사조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단색화 거장들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종현 화백은 국제 갤러리 부산에서, 이우환 화백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50년을 조망하는 전시를 진행했으며, 박서보 화백의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보기 드문 굵직한 전시들의 향연이 이어지며 미술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일부터는 포스트 단색화 그룹의 선두주자인 박다원 작가의 'Now Here'전이 서울옥션 삼청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열리고 있어 관심을 받는다. 다음달 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적 모더니즘, 우리내 기억 속에 잠재된 동양의 추상정신을 캔버스에 소환시키며 마침내 본질과의 조우를 시도하고 있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박다원 작가는 동양 철학을 화폭에 담으며 생명력의 근원을 점, 선, 여백으로 표현해왔다. 이 전시에서는 인내심과 마음을 내려놓은, 오랜 시간 담금질된 화가의 예술적 완숙함이 가감 없이 보여진다. 적색, 청색, 다홍색 등 다양한 색의 화폭에 일필휘지의 선으로 에너지를 응축시킨 'Becoming' 시리즈 신작 외 작가의 대표작인 'Now Here' 시리즈 등 2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사전에 의도된 조형적 구성에 의해 진행되기 보다는, 우연의 필치가 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정신성에 의한 독자적인 조형성을 지향한다. 우연과 필연의 공존, 그리고 자유로움과 자제력의 동시 작용은 궁극적으로 화면에서 생동감과 물성의 에너지를 나타내며, 나아가 전 화면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힘을 자아낸다.

이러한 작품 세계에 대해 박다원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삶을 돌아보면 지난 10년의 시간도 우주의 긴 역사도 한 줄의 글로 기록된다. 우리의 시간은 우리가 만든 약속일뿐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늘 지금 여기(Now Here)이다"며 "나는 순간이며, 시공간이 연속된 여기(Now Here) 한 획의 점과 선으로 몰입한다. 이 시공간은 우리의 삶, 역사, Everything이다"고 기록했다.

이처럼 박다원 작가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의 근원인 빛과 우주 만물의 본질을 점, 선, 공간으로 시각화한다. 다양한 색의 바탕 위에 그어진 지극히 절제된 한 획은 관람자로 하여금 조용한 마음 속 울림과 공명을 경험하게 한다.

미술계는 그가 보여주고 있는 ‘단색화’에 주목하고 있다. 박다원 작가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작업실에서 수천 번의 붓질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바탕색을 만든다. 넓은 작업실을 거닐기도 하고 편안하게 호흡하는 등 몸과 마음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가 되고 명상의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순수 에너지를 한 획으로 표현한다. 윤진섭 평론가는 “바탕색을 만들고 호흡을 하는 과정, 기다림, 온 몸의 기와 정신을 모아 선수행을 하듯,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에서 순간적이며 직관적인 선을 일필로 뽑아내는 그 특유의 방법론, 그가 하는 일련의 작업과정은 퍼포먼스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퍼포먼스에 가까운 박다원의 작품은 생명과 연관된 자연의 법칙을 형상화시킨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그것은 선의 강약과 리듬, 호흡의 완급을 통해 시간의 흐름, 피조물의 생멸, 공간의 이동, 계절의 순환적 주기 등등 자연의 법칙을 극도의 환원적 행위를 통해 시각화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박다원의 단색화는 환원적인 동시에 원초적인 행위를 통해 사건을 되돌리려는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사건(event)이란 의미는 물리적인 사건이 아니라 문화적인 사건을 말한다. 그것은 수 없이 많은 캔버스 상의 사건이 있었지만, 의미를 지닌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다원이 풀어내는 저 몸의 퍼포먼스는 하나의 사건으로써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디선가 이우환은 예의 바둑론을 전개하면서 바둑판에 돌을 하나 놓을 때 판 전체에 긴장감이 흐른다고 썼는데, 이는 박다원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나는 선을 그을 때 우주의 시간과 공간과 역사, 그리고 신의 깃드심, 신의 사랑을 기도한다. 그리고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기를 바란다. 하나의 선(線)이나 혹은 하나의 점으로 우주의 신묘한 이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박다원의 이 발언에는 그의 우주적 관점 혹은 시간관과 공간관, 역사관이 담겨있다. 화가는 그것을 예민한 예술가적 직관의 작용을 통해 작품으로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시 기획을 맡은 김은영 본부장은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배경은 일필휘지(一筆揮之)를 통해 보여지는 선묘의 힘있는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에는 거침없는 운동의 힘과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처럼 급변하는 리듬감, 순간 숨을 멎게 하는 고도의 절제감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사색과 사유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단숨에 그려낸 순발력 있는 필치, 다양하고 강렬한 정신적, 심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박다원 작가의 작품을 서울옥션 삼청 프린트베이커리에서 경험하고 교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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