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바리공주의 버려짐과 고난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바리공주의 버려짐과 고난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6.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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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입무의례와 비슷해

[데일리스포츠한국] 바리공주의 서울본 중에는 노량진의 한 무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성신말법(聖神語法)’이라는 필사본이 있다. 이 문서에는 “바리공주는 무상선(無上仙)에게 시집가 일곱 아들을 대동하고 영약(靈藥)을 가지고 와서, 이미 죽은 아버지를 회생시켰다”고 되어 있다.

현존하는 바리공주 문서의 줄거리는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어느 지역, 어떤 문서이건 간에 대략 아래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바리공주의 탄생과 버려짐

2. 바리공주가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는 약을 구하기 위해 저승에서 온갖 고난과 고초를 겪는 이야기

3. 저승으로부터 약을 구해와 부모를 살리고 만신의 몸주인 무조가 되는 이야기

위의 세 가지 과정은 비교종교학자인 엘리야데(Mircea Eliade: 1907-1986)가 그의 책 <샤머니즘, 고대적 접신술>에서 정리한 무당이 입무의례 과정에서 경험하는 “제의적 죽음-재생-부활”의 모티브를 담고 있다. 한국의 샤머니즘 전통에서는 무당으로 입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뭉뚱그려 ‘신병(神病)’이라고 칭한다.

신병은 강신무가 입무과정에서 치르는 종교적인 체험이지만, 의학적인 질병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종교. 사회. 문화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들림의 현상은 사회, 문화와 환경적인 요인 및 종교적인 배경이 촉발한 입무(入巫) 예정자의 일시적인 정신장애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간한 정신 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DSM-V: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의하면, 신병은 ‘문화특유 증후군’ 혹은 ‘문화 관련 증후군(Culture-related syndrome)’으로 분류된다. 이 장애는 “DSM-V의 특정 진단 기준에 부합하든 혹은 그렇지 않든 간에, 반복적이고, 지역적으로 특수하게 나타나는 이상한 행동 양상 및 고통스러운 경험"과 ”각국의 문화적 배경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뜻한다.

이 증후군의 한국형 진단명으로는 신병(Shin-byung)과 화병(Hwa-byung, 울화병)이 속해 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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