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바리공주 설화 속 ‘샤먼’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바리공주 설화 속 ‘샤먼’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6.12 09:23
  • 수정 2019.06.1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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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적인 치유사의 전형

[데일리스포츠한국] 대모신의 ‘한국형 농경문화의 원형’인 바리공주 신화는 바리공주가 저승이라는 내적인 여행을 통해 영적인 성장을 이루는 서사의 메타포이다. 바리공주는 버려짐을 경험하면서도 죽어가는 부모를 살린다는 약수를 구하기 위해 저승에서의 긴 인종의 세월을 겪으며 종국에는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권능을 가진 신적인 존재로 성장한다. 그녀는 만신의 몸주인 무당의 어머니이자 ‘상처 입은 영혼의 치유사’로서 자애와 모성,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두루 겸비한 자기희생적인 치유사의 전형이다.

샤머니즘적인 전통에서 이런 자질을 갖춘 치유사는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고, 질병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환자의 정신적인 안정과 내적인 평화를 되찾는 데에도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리공주 신화는 버려짐을 통한 고난과 시련, 죽음과 재생을 동반한 통과 의례의 신화적인 모티프를 갖추고 있다. 신화의 주인공인 바리공주는 긴 통과 의례의 과정을 거치며 인격의 승화와 자기실현을 완성한 후 질병과 죽음을 초월한 치유사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바리공주 신화에 나오는 ‘샤먼’의 직능을 가진 치유자의 원형상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부과한 윤리적인 의무와 효행이라는 사회적 기대치에 부응해 사회적인 관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세속적인 가치에 대한 부정과 자기 포기, 개인적인 욕구의 버림을 통해 완성된다.

바리공주 신가에서 석가세존은 빈사 상태에서 버려진 아기인 바리공주를 구해 비리공덕 할미와 할아비에게 주었고, 바리공주에게는 저승 여행을 위해 필요한 주령과 낙화(나화)를 제공한다. 영적인 인도자로서의 석가세존은 바리공주에게 있어 초자연적인 조력자이며, 칼 융이 말한 자기실현을 위한 영적인 스승이자 지혜의 현인인 필레몬(Philemon)과 같은 존재이다.

‘인간중심치료’를 창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 1940-1987)는 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일컬어 ‘만남, 공감, 개입, 신뢰’라고 했다. 현대의 상담자는 치료동맹을 맺은 내담자와 함께 아래의 세 가지 덕목을 실천하며 스스로 개성화를 추구한다.

① 순수함과 진실함을 동반한 일관성

② 긍정적 수용과 돌봄

③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

바리공주는 위에 언급한 모든 자질과 덕목뿐만이 아니라 가여운 중생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공명’과 자애로움까지 겸비한 치유사의 전형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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