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바리공주 설화의 의의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바리공주 설화의 의의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6.10 09:45
  • 수정 2019.06.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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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 영혼의 정화와 천도를 통한 재생

[데일리스포츠한국] 서울. 경기 지역의 <바리공주>와 제주도의 <차사본풀이>의 주인공인 ‘바리’와 제주의 ‘강림’은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남성과 여성 무조이다. 두 개의 샤머니즘 신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죽음관과 사후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두 명의 신령 모두 이승과 저승을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두 개의 서사신가를 통해 샤머니즘의 저승이 죽음의 공간일 뿐 아니라 삶의 공간, 특히 생명을 살리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오귀굿의 <말미>에 나오는 바리공주 신가에서 바리공주는 죽음에 임박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저승의 약수를 구해와야만 한다. 생명의 약수를 구하러 가는 저승길은 “육노 삼천리”와 “험노 삼천리”의 아주 먼 길 임에도 뚜렷한 이정표도 없고, 여행가이드도 없다. 바리공주에게는 불안과 두려움을 내포한 험난한 고행의 가시밭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리공주는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 무쇠주령으로 험한 길을 평탄하게 하고, 석가여래 세존님의 낙화(나화)로 (칠)성을 무너뜨려 평지를 만들어 저승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간다. 저승길을 열고 무장승의 약수를 길어오는 것은 오직 바리공주 개인의 지극한 정성과 노력에 달려 있다.

약수를 구하기 위해 바리공주는 무장승에게 “밑 빠진 독에 물 삼년 길어다 붓고, 불씨 없는 아궁이에 불 삼년 지펴”놓으며, “일곱 아들을 낳아”준다. 그로부터 구한 약수를 손에다 들고 “황천강을 건너고, 까치여울 피바다를 건너, 앞바다 열두 바다 뒷바다 열두 바다 불탄고개 지옥고개 염불암고개 가시문고개 넘어” 길을 나선다. (노들제 바리 공주 자료 인용)

홍태환은 <서울 진오기굿 〈바리공주〉의 저승관과 그 의미>라는 논문에서 바리공주가 (진)오구굿에 구송되는 의미를 ”죽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제약을 풀어준다”는 것이고, 이는 망자가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했을 한들을 풀어주고”, 제갓집의 가족 구성원은 “망자를 무사히 아무런 제약이 없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바리공주를 들으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제약은 극복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서울 경기 지역의 망자천도굿인 진오귀굿에서 무당은 세 시간 남짓한 <바리공주> 신가를 구송한 후 <말미>의 끝부분에는 말미상의 위에 놓아두었던 쌀 위에 세발심지를 태운다. 무당은 쌀이 타고 남은 흔적에서 새, 나비, 뱀, 개, 궁궐(극락을 상징) 등과 같은 모양을 확인해 망자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는가를 확인한 후 제갓집에게 알려 준다. 이 의례를 통해 우리는 바리공주가 망자의 영혼을 저승에 도착할 때까지 돌보고 보호하는 역할 뿐만이 아니라 망자를 정화하고, 천도하여 새롭게 재생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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