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망자천도굿의 의미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망자천도굿의 의미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5.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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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연적인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거나 예기치 못한 죽음을 부정한 것으로 여겼다. 이에 속하는 죽음으로는 단명으로 인한 조사(早死), 혼인 전에 죽음(손각시, 몽달귀신), 자손이 없는 상태에서의 죽음(여귀), 자살, 사고로 인한 죽음(비명횡사) 등이 있다.

예기치 못한 죽음이나 망자가 생전에 원한이 있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의 이 곳 저 곳을 방황하면, 유족은 망자를 보호하고, 천도한 후 저승으로 보내야 자손도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망자의 방황하는 원혼(잡귀잡신)이나 악령이 된 ‘원귀(寃鬼)’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고, 질병이나 죽음을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망자를 위한 죽음 의례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시 되었다.

요즘도 민간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이승에 남은 유족들이 부정한 죽음으로 인한 부정 및 사기(邪氣)를 제거하고, 정화하여 정상적인 죽음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천도제, 천도굿 등을 진행한다. 유족들은 죽음 의례를 통해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지극한 정성을 드리고 선행을 쌓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샤머니즘의 (망자)천도굿은 죽은 자의 영혼을 정화한 후, 이승에서의 미련과 원한을 풀고 왕생극락을 기원하며 좋은 곳으로 천도하고, 산 자는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조화로운 ‘풀이’로 볼 수 있다. 영국의 사회인류학자이자 ‘서태평양의 항해자’인 말리노프스키(Malinowski, B. Kasper: 1884-1942)가 말했듯이, 살아남은 자는 (망자)천도굿을 통해 “주검에 대한 애정과 혐오의 이중적 감정”을 해소하고,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을 극복하여 희망적인 삶으로 귀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죽음의례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살아생전에 사후의 영혼을 위해 치르는 의례로 불교식의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와 샤머니즘의 산오구굿이 있다는 사실이다.

구미래는 <불교와 무속의 생사관과 의례체계>라는 논문에서 불교와 무속의 죽음의례를 비교.했는데, 탈상지점에서 행하는 사십구재와 진오기굿을 대상으로 불교의 천도재와 무속의 넋굿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녀는 “불안하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망자를 위해 남은 자들이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다고 할 때, 유족은 안타깝고 간절한 마음으로 의례에 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종교성을 내포한 망자천도의례는 죽음의 사기와 부정을 제거해 영혼에 대한 두려움과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현세에서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산 자의 염원을 담고 있다. 죽음 의례에서 남겨진 자들은 초월적인 존재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그 자신의 슬픔과 애도, 상실을 극복한 후 “승화와 재생”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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