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화제의 책, 새로 나온 책

[BOOK] 화제의 책, 새로 나온 책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5.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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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헷세,대변동,질병,혁명,난민,낙태죄 등 소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금주의 출판계 흐름을 되짚어본다. 화제의 책은 데미안 출간 100주년을 맞아 헤헷세를 논하는 안은교 등 각계 명사 58명이 수필 형식으로 쓴 '내 삶에 스며든 헤세 그리고 재래드 다이아몬드가 6년만의 내놓은 신간 '위기를 이기는 '선택적 변화'....60년 문명연구 총결산서인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이다.

[화제의 책]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

△ 내 삶에 스며든 헤세(강은외 외, 라운더바우트, 500쪽)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출신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올해로 출간 100주년이 된 고전이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다.

최근에는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이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아 2집 앨범 ‘윙스’(WINGS)를 만들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덕에 ‘데미안’'을 접한 청소년도 있겠지만,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의 고독한 성장기를 그린 이 작품은 오래전부터 방황하는 청춘들 필독서였다.

1877년 태어난 헤세는 1919년 이 소설을 발표했다.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1962년 타계했다. ‘데미안’을 읽고 자란 청춘들도 어느새 중년, 노년이 됐다.

신간 ‘내 삶에 스며든 헤세’는 우리 사회 명사들이 헤세 문학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영화평론가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이 기획하고 각계 인사 58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강은교, 김경주, 박노해, 이외수, 이해인 수녀 등 문인들을 비롯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송한샘 뮤지컬 프로듀서, 심영섭 영화평론가, 오거돈 부산시장,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임진모 음악평론가, 임현정 피아니스트, 최재천 변호사 등 헤세를 읽고 자란 다양한 분야 필자가 헤세를 말한다.

문인들은 헤세 문학이 자신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보고, 학자들은 헤세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필자들도 저마다 헤세와 인연을 맺고 보낸 지난날을 수필 형식 글로 추억한다.

1975년 처음 헤세 문학을 접하고 ‘헤세앓이’를 했다는 기획자 전찬일 평론가는 “지난 44년을 헤세와 함께 살아왔다고 감히 고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헤세는 개별 인간의 자아 성찰·탐구는 물론 인간 일반의 근원적 존재성을 탐색한 문화예술가-인간”이라며 “헤세야말로 작금의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히 소환·요청돼야 할 존재”라고 찬사를 보냈다.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600쪽)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 중국의 4대 고서인 주역(周易)에 나오는 핵심 철학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신간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를 읽다보면 이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동서고금을 초월한 가르침이어서일까.

미국 UCLA 지리학과 재레드 다이아몬드(82) 교수는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으로 꼽힌다.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동적 변화를 예리하게 파헤쳐왔다. 생리학자로 출발해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교육과 연구 일선에서 인류문명의 이정표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영어판과 한국어판이 동시 출간된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역작에 이어 그가 6년 만에 선보이는 회심의 저서이자 60년 문명연구의 총결산이다.

기존 책이 인류사적·문명사적 거대 담론을 다뤘다면 이번 저작은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천착해나간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한국 사회와 밀접한 일본, 미국이 당면한 위기를 상세히 분석하며 향후 우리 인류가 선택하고 변화해야 할 최선의 해법을 제시해 더욱 눈길을 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영어에서 ‘위기’를 뜻하는 ‘crisis’가 그리스어 명사 ‘krisis’와 동사 ‘krino’서 파생됐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 크다. ‘구분하다’, ‘결정하다’, ‘전환점’을 뜻하는 이 말은 중대한 고비야말로 결정적 전환점임을 상기시킨다. 기존 대처법이 위기 해결에 적절치 않다면 새로운 대처법을 고안해 해결해 보라는 압력이자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하면서 그 해결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을 12가지로 정리해 분석해 나간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안팎의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들 12가지 요인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정직하게 평가’해 새롭게 닥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부분과 바꿔야 하는 부분이 뭔지 가려내는 ‘선택적 변화’를 하는 것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위기가 닥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과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위기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점진적 변화의 결과이다. 오랫동안 갈등을 겪은 부부는 이혼하기 마련이고, 칠레의 쿠데타도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축적돼 나타난 결과였다.”

“개인이 위기에 처하면 유사한 위기를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해결책을 모색하듯이, 국가도 위기에 처하면 유사한 위기에 부딪힌 다른 국가들이 이미 고안해낸 해결책을 차용하고 채택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개인의 위기 극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국가의 위기에 확대 적용한다. 저자가 밝힌 ‘국가 위기 해결을 위한 12가지 요인’이란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울타리 세우기,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국가 정체성, 정직한 자기 평가,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위기,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 국가의 핵심 가치,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 같은 요인을 토대로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이 분석 대상이 됐다. 이들 7개국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에 부딪혔으나 선택적 변화를 통해 국가 위기를 극복해냈다는 것.

예컨대, 1939년 국경을 맞댄 소련으로부터 대대적인 공격을 받은 핀란드는 저자가 제시한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정직한 자기 평가’로 생존을 위해서라면 소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했고,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는 대대적인 ‘울타리 세우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했다.

위기는 파도처럼 개인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지금도 끊임없이 밀려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때마다 현명하고 과감하게 선택하고 극복하는 것. 앞에서 언급한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의 연속적 순환이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위기는 과거에도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대 국가와 현 세계는 어둠 속에서 헤맬 필요가 없다. 과거에 효과를 발휘한 변화와 그렇지 않았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자신을 ‘신중한 낙관주의자’로 표현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위기를 나열하는 것도 비관주의를 퍼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들려준다.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비로소 선택과 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개인과 국가나 다를 바 없다. 위기의 국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는 지혜와 용기를 저자는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새로 나온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조한진희, 동녘. 396쪽)

철인 3종 경기를 꿈꿀 만큼 건강했던 저자에게 어느 날 암이 찾아왔다. 잘못 살아서 몸이 아픈 거라는 자괴감, 소중한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질병 때문에 삶의 방향과 계획을 잃은 상실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무력감.

몇 년간 세 글자짜리의 처절한 감정에 부딪혔던 저자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질병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상처 입은 것은 질병 때문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 때문이었다. 아픈 몸이 되고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건강 중심의 사회임을 알게 되었다”(7쪽)

저자는 세상에는 오로지 건강한 몸만을 ‘올바른 몸’의 기준으로,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언어는 건강세계의 언어뿐이었다고 말한다. 그간 쓴 글에 자기 생각을 몇 편의 글로 더해 책을 낸 계기도 아픈 몸을 설명할 언어가 별로 없었다는 데 있다.

저자는 질병을 둘러싼 편견과 차별,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구조,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살핀다. 그리고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바뀌기를 갈망한다.

이 책에는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페미니스트로 활동한 저자는 건강과 관련해 마치 ‘탈(脫)코르셋’하듯 ‘탈(脫)건강’하자고 제안한다. 건강을 벗고 질병을 입자는 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자는 뜻이다. 아픈 몸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질병과 아픈 몸에 대한 혐오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 필수라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
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

△ 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양창아, 이학사, 416쪽)

한나 아렌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독일계 동화 유대인 지식인’이자 ‘무국적 난민’ 관점으로 아렌트 사상을 조명했다.

쫓겨난 자들의 행위성 원리와 조건, 아렌트 행위 개념이 지닌 관계성, 쫓겨난 자들이 투쟁하고 다른 삶을 실험하는 장소, 추방된 이들의 언어를 분석했다.

저자는 “최근 아렌트에 대한 관심은 그가 보기 드문 여성 철학자라는 사실과 페미니즘에 기인한다”며 “아렌트는 27세부터 45세까지 무국적 난민이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정치적 권리 박탈과 의미를 고찰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렌트 행위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에게 가해진 폭력의 여파로 생겨났음을 지적하고,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향후 우리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두의 혁명법
모두의 혁명법

△ 모두의 혁명법(신승철, 알렙, 468쪽)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가 1980년에 쓴 ‘분자혁명’서 정리한 14가지 실천 강령을 생태철학 연구자가 해설한 책이다.

가타리가 내놓은 강령은 불교 간화선(看話禪) 화두처럼 메시지가 모호하다. 예컨대 첫 번째 강령은 ‘욕망을 조만간 사라질 주체적 상부구조로 생각하지 말라’이고, 마지막 강령은 ‘흐름을 해방시켜라. 책략에서 항상 앞서가라’이다.

저자는 분자혁명 강령에 대해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랑과 욕망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분자혁명의 메시지를 서로 연결된 자연, 사회,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사회화학적 변화의 초석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한다.

속초 보광사의 문화유산
속초 보광사의 문화유산

△ 속초 보광사의 문화유산(최선일·정각 스님 외, 온샘, 252쪽)

보광사는 전통사찰로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에 위치한 설악산 신흥사 말사이다. 1623년 광명당 등휘가 안양암을 창건한 후 폭우로 유실되자, 속초의 옛 절터로 이건하여 보광사로 사명을 개칭했다. 이 책은 보광사에 남은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17세기 중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지장보살좌상 재질과 연대 분석, 불상 복장 전적, 복장 직물, 지장보살상을 통해 본 조선 중기 정토신앙에 관한 글을 수록했다.

또 보광사 풍수담론, 보광사가 소장한 현왕도와 전적을 다룬 논고도 실었다.

지탱
지탱

△ 지탱(김병욱, 여연제, 485쪽)

정치학 메타개념을 살펴보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이 시대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 자신이 진단하고 처방하는 ‘좋지 않은 공적문제’와 우리 자신이 발견하고 해석하는 ‘좋은 공적주제’를 어떤 식으로 어떤 개념 속에 담아서 사용할 것인지 보다 명료하게 하는 데에 있다.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33개 메타개념으로 정치 본질과 정치 방법을 풀어냈다.

그는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근대 서구 민족주의 프리즘을 투영해 저항민족주의로 규정하는 시각을 거부해야 한다면서 “정치 본질은 지탱의 정치이고, 지배의 정치는 파생 정치”라고 주장한다.

임신중지
임신중지

△ 임신중지(에리카 밀러, 아르테, 352쪽)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중지 권리에 관한 논의도 한층 본격화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임신중지 운동사를 살펴보며 임신중지와 관련해 보편적으로 공유한 ‘절박한’, ‘끔찍한’, ‘불행한’, ‘소름 끼치는’, ‘후회되는’ 등의 생각과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밝힌다. 임신중지가 ‘차악’ 내지 ‘필요악’이라는 상식은 국가, 민족, 계급, 인종, 장애, 젠더를 둘러싼 정치 역학의 산물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아울러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근원은 법이 아닌 규범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법 개정이나 폐지를 통해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를 이룬 국가에서도 보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움직임이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임신중지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수치’, ‘애통함’, ‘모성’으로 얼룩진 임신중지 규범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올랭프 드 구주, 옮김꿈꾼문고, 128쪽)

여성 권리뿐만 아니라 흑인 노예, 빈민, 병자 등 소외된 약자와 하층계급에 대한 차별, 부당함을 고발한 프랑스 인권운동가 올랭프 드 구주의 글을 모았다. 책 제목이기도 한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은 올랭프 드 구주가 프랑스 인권선언을 빗대 내놓은 선언문이다.

프랑스 인권선언에는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태어났다고 언급하지만, 이 인간은 남성만을 의미할 뿐 여성은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제1조를 통해 ‘모든 여성은 자유롭고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고 천명한다.

이 책은 성차별과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의 폭력, 위선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꿈꾼문고가 기획한 ‘ff(fine books×feminism)시리즈’ 첫 발간물이다.

헤겔과 그 적들
헤겔과 그 적들

△ 헤겔과 그 적들(남기호, 사월의책, 332쪽)

독일 철학자 헤겔(1770∼1831)을 향한 상투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호 연세대 교수가 논박한 책.

헤겔은 흔히 전체주의와 왕정복고를 옹호한 프로이센 국가 철학자로 일컬어진다. 현대 철학자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헤겔을 나치즘 인종주의의 사상적 선구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헤겔은 드물고 기이한 평가에 시달린 철학자”라며 “비록 성숙한 헤겔의 어조는 절제됐으며, 그 표현은 신중하게 선택된 것일 수 있어도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면서까지 현 상황과 타협한 증거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철학의 체계, 자유주의를 진보주의로 보는 시각,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대립적으로 여기는 관점을 교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더 마인즈
아더 마인즈

△ 아더 마인즈(피터 고프리스미스, 이김, 366쪽)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정신철학 연구자이자 호주 시드니대 교수인 저자가 바다에 사는 생물인 문어를 통해 ‘마음’을 분석했다.

문어는 몸에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뉴런이 5억 개 정도 있다. 인간이 보유한 약 1천억 개보다는 적지만, 개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문어는 학습을 통해 간단한 미로를 통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저자는 “문어는 포식자로 이동과 사냥을 한다”며 “문제 해결 능력은 문어의 기회주의적 생활 방식에 대응해 진화를 통해 뇌를 변경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문어 사례를 통해 다른 동물의 정신에도 고유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조지프 헨릭, 뿌리와이파리, 656쪽)

인류가 포유류를 압도하는 신체 능력을 지니지 못했음에도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조지프 헨릭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문화’에서 답을 찾는다. 180만∼200만 년 전쯤에 인류가 ‘진화의 루비콘강’을 건넌 뒤 문화가 유전자 진화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에 거주한 인간은 18세기 말까지 매우 단순한 도구 24가지만 사용했는데, 저자는 그 이유로 규모가 작은 집단과 교류의 부재를 제시한다.

그는 문화와 유전자가 함께 진화했다는 가정 없이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 종이 창조와 혁신을 이뤄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결론짓는다.

세계는 들끓는다
세계는 들끓는다

△ 세계는 들끓는다(놈 촘스키, 창비, 316쪽)

언론인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놈 촘스키와 2013년 6월부터 4년간 진행한 12차례 인터뷰를 엮었다.

촘스키는 신자유주의 득세와 민주주의 퇴보, 테러로부터 방어를 강조하는 미국 대외정책,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위기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2017년 6월 인터뷰에서 한반도가 분단된 주된 책임은 미국에 있고, 북한이 파멸의 위협을 당하는 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한다.

이어 미국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이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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