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제주도 샤머니즘 신화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제주도 샤머니즘 신화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5.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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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한국의 굿에서 죽음과 관련한 신격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차사본풀이>는 제주도 굿의 죽음의례인 시왕맞이, 귀양풀이 등에서 지속적으로 연행되고 있다.

시왕맞이는 망자의 혼령을 정화하고 천도하여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례이고, 귀양풀이는 장례를 치른 날 저녁에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연행하는 간소한 굿이다. 이 서사신가에는 죽음의 기원과 인간의 죽음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인간의 죽음은 왜 질서가 없게 되었는지, “명정, 기일제사법, 초혼” 등 상장례의 근원과 같은 다양한 의미가 담겨 전해오고 있다.

우리는 이미 저승사자가 저승을 관장하고 있는 염라대왕의 명을 받들어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존재로 알고 있다. 제주도 신가에서는 저승사자는 사자와 차사로 구분되어 있는데, 본디 인간이었다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저승차사가 된 ‘강님(림)’이 저승을 관장하는 시왕의 명으로 적패지를 들고 와 수명이 다한 인간을 저승으로 잡아가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다음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과 제주도 무속신화에 나오는 차사본풀이를 요약한 내용이다.

동정국 범을(버무)왕의 아홉 아들 가운데 세 아들만이 살아남았는데, 하루는 지나가는 중이 아이들을 보고서 (정명이 15세이니) 세상에 나가 장사하며 고생을 해야 오래 살 수 있다고 일러준다. 삼형제는 중의 말대로 장사를 하게 되고, 주년국 연못에 이르러 과양생이 처(妻)를 만난다. 재물에 욕심이 생긴 과양생이 처가 삼형제를 꾀어내어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죽이고는 재물을 뺏고 (주천강) 연못에 시체를 던져 넣는다. 그 뒤 과양생이 처가 (빨래하러) 연못에 갔다가 꽃 세 송이를 꺾어 와서 그 꽃에서 나온 구슬을 삼키고는 아이를 가져 아들 삼형제를 낳는다. 세 아이가 커서 과거에 급제하여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모두 죽는다. 과양생이 처는 억울하다며 김치원님에게 소지를 올려 자신의 원통함을 풀어 달라고 한다. 원님은 (열여덟 각시를 거느린 똑똑한) 강님을 시켜 염라대왕을 잡아오도록 한다. 강님은 큰 부인인 아내의 말을 듣고 떡을 준비해 길을 떠난 뒤 조왕과 세 신선의 도움을 받아 저승차사를 만나서 염라대왕을 데려온다.

염라대왕은 연못물(연화못물)을 퍼내고 삼형제의 시체를 찾아내어 과양생이 처의 죄를 다스리려고 사지를 아홉조각으로 찢어 죽이고, 강님의 (삼)혼을 데려가 저승차사로 삼는다.

위의 차사본풀이 요약 인용문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승의 김치원님이 저승의 명부를 관장하는 염라대왕을 잡아오라고 명하는 대목이다. 이승에서 일어난 죽음의 문제를 저승의 힘을 빌려 해결하고자 한다. 김치원님과 염라대왕은 이승의 왕으로서의 권위와 저승의 왕으로서의 권위로 상징되는 대결구도에서 이승의 원님이 저승왕의 도움을 간절히 청하지 않고 죄인을 다루듯이 잡아오라고 명령하는 설정이 흥미롭다.

제주도 샤머니즘 신가인 <차사본풀이>의 초기에는 인간계와 신계가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 수평적 이원 체계로 동등하게 설정되어 있으나 종국에는 신계의 우위가 증명되어 수직적 이원 체계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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