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동양과 서양의 죽음 의례

[유명옥의 샤머니즘 이야기] 동양과 서양의 죽음 의례

  • 기자명 데일리스포츠한국
  • 입력 2019.05.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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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그리스의 신화를 보면, 초기 그리스인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산 자들의 세계와 죽은 자들의 세계는 왕래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살아 있는 자는 죽음의 세계로 들어갈 수가 없고, 죽은 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삶의 세계로 되돌아 올 수가 없다고 믿었다. 지하 세계를 흐르는 ‘강’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경계를 나누고, 지하 세계의 입구로 통하는 문이 하나 있는데, 이 문을 ‘개’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 지하 세계의 강과 문, 그리고 입구를 지키는 개는 이승과 저승을 분리하고 경계를 짓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죽으면 숨을 쉬는 육체(thumos)로부터 영혼(psyche)이 빠져나와 지하 세계를 다스리고 관장하는 하데스(Hades) 신의 영토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림자의 영토를 지배하는 하데스는 그리스어로 ‘지하 세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죽은 후 장례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그 영혼은 하데스의 영토로 들어 갈 수가 없다고 믿었다. 인간의 영혼은 ‘하데스’의 영토로 들어가면 그곳으로부터 다시는 이 세상으로 되돌아 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중국의 이기론(理氣論)에 따르면 혼백은 양기와 음기일 뿐이지만, 조상숭배와 관련해 혼백을 다루는 죽음의례는 가정과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제도를 의미했다. 그리스에서는 죽음의례를 통해 영혼의 정화를 추구했으며 이것은 윤리적 삶의 근거를 마련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영혼불멸의 관점에서 보면, 두 문화의 전통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본 영원성의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국 문화에 귀속된 영혼의 영원성은 기의 원형적인 순환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기틀을 마련하고, 창의적인 삶을 준비하는 역할을 했고, 그리스 문화에서 영혼의 순환성은 영혼의 정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삶을 변화시키고 존재의 완성을 추구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는 죽음은 영원한 자유와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의 기능을 했고, 동아시아적인 세계관에서는 죽음은 또 하나의 세상을 열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로 인식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시신을 화장하는 관습은 죽은 자를 산 자의 세계에서 분리시키려는 의도와 정화의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초기 그리스 장례 의례를 통해 강력한 혼령 숭배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혼령숭배는 영웅들의 잔해가 주술인 힘을 가진다는 믿음으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스인의 죽음의례는 특정한 씨족 혹은 집단의 사회적인 일체감과 통합을 이루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동서양 모두 장례 의식에서 희생 제물을 바치는 행위는 죽은 자를 위로하는 동시에 산 자를 위한 용도로 쓰였다. 장례의례에 바쳐진 희생제물에서 나온 육류는 산 자를 위한 것이었고, 그 육류에서 채취한 피는 의례 진행 시 죽은 자를 위해 사용되었다.(계속)

※ 여기 연재되는 글은 필자 개인의 체험과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한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종교와 종교인 등과 논쟁이나 본지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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