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목과 향일암, 갓김치와 굴 구이 맛을 찾아

무슬목과 향일암, 갓김치와 굴 구이 맛을 찾아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5.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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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37, 여수시 돌산도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돌산도는 여수시 남쪽 끝자락에 있는 읍 소재지의 섬이다. 한려수도 시작점인 여수반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섬이다. 이 섬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배들이 드나든다. 1984년 연륙교 돌산대교가 개통돼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돌산대교는 길이 450m, 폭 11.7m의 사장교이다.

돌산에서 바라본 여수시
돌산에서 바라본 여수시

돌산도 면적은 71.6㎢, 해안선 길이는 104km에 이른다. 섬은 모두 22개인데 유인도 2개와 무인도가 20개이다. 2019년 5월 현재 6,046가구에 14,941명의 주민이 산다.

남해바다와 섬을 오고 가는 여객선은 늘 장군도를 지나 돌산대교 사이로 운항한다.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돌산대교와 돌산도 운치는 낮이나 밤이나 이색 볼거리. 특히 밤풍경이 장관이다.

돌산도에는 포구마다 유독 등대가 많다. 그만큼 해안선이 굴곡지고 작은 섬 사이로 오고가는 배들이 많아 안전행해를 도와야하기 때문이다. 대미산, 소미산, 수죽산, 천마산, 봉황산, 두산 천왕산, 금오산 등 풍경이 아름다운 여덟 개의 명산도 둥그런 아치 형태로 솟아 멀리서 바라보면 드넓은 바다 위 등대처럼 다도해의 이색 풍경을 연출한다.

장군도와 돌산대교 등대
장군도와 돌산대교 등대

돌산대교를 바로 지나 만나는 돌산공원 오르면 이들 마을 풍경과 암자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여수시 풍경과 여유롭게 미끄러져 가는 여객선과 요트놀이, 배꼬리에서 퍼 올리는 포말, 이를 따라 동행하는 하얀 갈매기들이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하다. 이 자리는 돌산과 여수시를 조망하는 감상 포인트이다.

굴전마을 갯벌
굴전마을 갯벌

천마산 아래 평사리로 가면 굴전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고니도래지. 하얀 고니 떼가 비상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고니들은 매년 입동 무렵에 찾아와 돌산에서 겨울나기를 한 뒤 이듬해 정월 보름께 이국으로 떠난다.

봉화산 끝자락 해안가에 굴 구이 거리도 있다. 바다를 앞에 두고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자연산 굴을 구워 먹는 맛과 주변 풍경이 일품이다. 돌산 바닷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아닐 수 없다.

향일암 동백숲의 일출 장면
향일암 동백숲의 일출 장면

다시 돌산 섬 맨 끝자락으로 가면 금오산 자락을 따라 으악새가 갯바람에 우는 산길 끝에 향일암이 있다. 일출 조망하는 암자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은 산자락이 뻗어 내려 막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지형이다. 그 모양새가 금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 향일암을 에워싸는 동백 숲 또한 장관이고 바로 아래 갯바위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낚시 포인트이다.

향일암로 804-6에 방죽포 해수욕장이 있다. 돌산도 동쪽해안에 작은 항아리처럼 오목하게 자리 잡은 백사장이 송림과 잘 어우러진 아늑한 해수욕장이다. 길이 150m, 폭 30m 규모인데 수심이 얕고 경사가 낮아서 가족 단위로 이용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대형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돌산대교에서 한참 지나서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지형에 무술목가 있다. 700여m에 걸쳐 펼쳐진 몽돌해변과 일부 백사장이 어우러진 곳이다. 특히 일출 때 몽돌해변이 붉게 물드는 풍경이 절경이다. 무술목은 남해와 서해의 거친 파도의 해변과는 달리 아주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 같은 바다이다.

무슬목 바닷가
무슬목 바닷가

무슬목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선 60여 척과 왜군 300여명을 섬멸한 전승지이다. 무술목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몇 가지 설이 전한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섬멸한 후 이곳이 온통 피로 물들어 ‘피내’라고 부르다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무서운 목’이라 불러 무실 목 또는 무술 목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무찌른 때가 정유재란 마지막 해 1598년 무술년이었기 때문에 무술 목이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물’의 고어인 ‘믌’ 이 ‘뭇’ 으로 변화되며 무슬목으로 불렸다는 설이 설득력이 얻고 있다.

무슬목은 몽돌해변과 함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동백 골’로도 불린다. 나는 유서 깊은 이 해변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그 해 스승의 날을 맞아 중학교 때 은사님 사시는 곳을 수소문한 끝에 여수시에 살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수십 년 만에 찾아 뵌 선생님은 손수 운전을 하여 돌산도 유람을 시켜줬다. 그리고 이 무슬목 해변에 앉아 지나간 학창시절의 이야기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겪어온 인생론을 주고받았다.

그 앞 바다에는 형제섬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슬치섬이라고도 불렀다. 형제섬 앞 바다는 형형색색의 부표들이 출렁였다. 서울로 돌아와 그 때 그 추억과 풍경을 떠올리며 ‘형제섬’이라는 시를 써 발표했다.

“전생에 무슨 인연 있었을까/동백꽃 피고 지며 그리움으로 깊어간 바다에/두 개의 섬 어깨 나란히 겯고 있다//조약돌은 파도에게 씻겨 마음 다스리고/파도는 제 가슴 울려 하얀 포말을 흔든다/터지는 함성 참깨처럼 흩날리는 햇살들//이제 행진이다/하늘엔 갈매기, 바다엔 부표들/더 이상 떠돌지도 흔들리지도 말자/눈보라 속 꿈꾸는 복수초처럼/섬 기슭 동백꽃 생꽃 모감지로 떨어져도 이 악물고 살자//산다는 건 두 가슴이 한 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하 맑은 한려해상 한결같이 출렁이는 섬/오늘도 두 섬 의초롭게 어깨 겯고 있다.”(박상건, ‘형제섬’ 전문)

무슬목 형제섬
무슬목 형제섬

그날 은사님께서는 헤어지면서 제자 손에 돌산 갓김치를 선물로 쥐어줬다. 돌산은 전형적인 반농 반어촌. 아무 집에 들어가도 식탁에 싱싱한 생선과 갓김치가 올라온다. 돌산의 독창적인 맛 가운데 하나가 갓김치 맛이다. 갓김치는 돌산의 특산품이자 대명사이다.

나는 섬에 태어나 어릴 적 고모, 삼촌, 할머니 등과 토방에 둘러 앉아 감자와 고구마에 갓김치를 얹혀 먹곤 했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구치게 하는 갓김치는 인절미의 밑반찬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런 갓김치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월암마을 이장댁을 찾았다. 이 마을에서 평생 갓 농사를 지어온 박해동 씨. 채소농사를 짓는데 갓을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었다.

박 씨는 밀짚모자를 쓰고 아내와 아들 셋이서 뙤얕 볕에서 송글송글 땀방울을 흘리며 채소밭을 일구고 있었다. 그이가 애지중지한 돌산 갓은 반세기 전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돌산에서 재배한 것이라고 일러줬다. 그이는 “돌산 갓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사질토에서 재배돼 다른 지역 갓에 비해 섬유질이 적어 부드럽고, 매운맛이 적고 쉽게 시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갓은 섬유 성분이 적어 조직이 부드러우며 단백질 함량이 다른 채소류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주식인 곡류에 부족한 무기질, 비타민을 많이 보충해주어 아낙들이 식탁에 자주 올리는 밑반찬이다. 갓 김치는 칼슘이 발효에 의해 생긴 젓산과 결합해 젖산칼슘이 되어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돌산 월암마을
돌산 월암마을

갓에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과 B1,B2및 C의 함량이 높아 야맹증, 결막염 및 감기 예방에 좋고 맛깔스러운 탓에 주부들의 호평을 받는다. 박 씨는 “소금농도가 높으면 오히려 고혈압 환자에게는 해롭기 때문에 싱겁게 담아 보존기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고 일러주었다.

그에게는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섬을 뛰쳐나갈 수도 없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섬지기로서 돈 안 되는 땅에서 대책 없이 살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꾸역꾸역 돈 안 되는 것이었지만 땅을 믿고 평생을 땀 흘려 살아온 덕분에 푸른 상추 갓과 돌산명품 갓이 행복한 삶의 종자돈 노릇을 했다. 자식들 모두 대학 졸업시키고 성장시킨 뿌리 역할을 했다.

돌산 갓 재배지
돌산 갓 재배지

최근 푸른 채소가 몸에 좋다고 알려지고 채소 인기바람이 불면서 갓을 심기도 전에 예약 주문부터 몰려온다고 좋아했다. 그이는 “요즈음 같이만 농산물 제 값 쳐주고 이런 수확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한평생 농사 지어온 사암으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후손에게도 자랑스러울 농민으로서 함박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돌산 갓김치
돌산 갓김치

돌산 갓은 강하게 쏘는 매운맛이 덜하고 섬유질이 적어 잎과 줄기에 잔털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일반 갓이 적갈색인데 비해 돌산 갓은 연녹색을 띠면서 독특한 향을 풍긴다. 돌산 갓으로는 돌산 갓 물김치, 돌산 갓 된장국, 돌산 갓 나물, 돌산 갓 김치전 등 다양한 밑반찬이 가능하다. 갓김치에는 실파, 고춧가루, 멸치젓, 굴, 밤, 배, 잣, 마늘, 생강, 통깨, 실고추, 굵은소금, 계란, 양파 등 다양한 영양소가 어우러진다. 갓김치를 담금 때 배추김치나 무김치에는 붉은 갓을 쓰는 게 좋고, 갓 애호가가 아니라면 푸른 갓을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외적을 물리친 진검승부의 섬, 돌산도. 요즘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부상한 가운데 갓으로 웰빙과 질 높은 삶을 일조하는 농사로 명승부를 걸고 있다. 톡톡, 쏘는 갓처럼 돌산 멧부리와 어촌마다 파도소리도 푸르게, 푸르게 출렁였다. 포구마다 삼치와 갈치, 멸치, 전복을 퍼 내리는 어부들의 광경도 생동감 있고 역동적이다. 돌산 앞바다에서는 감성돔, 볼락, 농어가 등이 많이 잡혀 사계절 낚시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의: 여수시 관광과(061-659-3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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