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한강을 걸으며, 철길을 걸으며

[주말여행] 한강을 걸으며, 철길을 걸으며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5.1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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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타고 걷고 사색하는 서울근교여행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봄의 절정이다. 5월의 꽃향기가 나부끼고 봄바람이 일렁인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가고 축제장마다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를 물고 새들이 비상한다. 한적한 길가를 걷노라면 동네마다 나들이객들의 웃음소리도 정겹다. 이야기꽃들이 피고지면 기찻길 골목길 강물 따라 핀 꽃망울도 툭, 툭 터지면서 봄의 절정을 더한다.

경춘선 숲길
경춘선 숲길

잠시 상춘객들의 왁자지껄 소음이 멈출 즈음에 다시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태운 전동차가 투덜대며 지나고 자전거 여행객들이 그림 속의 풍경처럼 스쳐 지난다.

그렇게, 5월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훌쩍, 떠나고 싶다. 멀지 않으면서 자연과 호흡할 수 있고 적당히 머물다가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이면 좋겠다. 그렇게 나를 조용히 돌아보고 싶다. 금방 끝나버릴까 아쉬운 봄을 사색하며 곱씹어보고 싶다면, 서울근교 걷기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면, 잠시 빠른 속도에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면, 서울근교에도 이런 풍경들이 있었구나 하는 곳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명동성당 순례길
명동성당 순례길

고요함과 사색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곳은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매력적이다. 교황청이 지난해 9월 아시아 최초로 공식 승인‧선포한 품격의 길이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명동대성당, 삼성산 성지 같은 서울시내 순례지를 잇는 길이다.

말씀의 길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에서 명동대성당에 이르는 7개개 코스다. 생명의 길은 가회동성당에서 경기감영 터에 이르는 8개소이다. 일치의 길은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삼성산 성지에 이르는 8개소이다. 포도청(옥터) 순례길 A코스는 종로성당에서 명동성당에 이르는 7개소이다. 포도청(옥터) 순례길 B코스는 종로성당에서 중림동 약현성당에 이르는 9개소 등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국내외 여행객 누구나 종교적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서울 순례길’을 운영한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에 포함된 순례지 일부와 인근 관광명소를 연계한 3개 코스가 있으며, 예약 시 문화관광해설도 받아볼 수 있다.

‘한강순례길’은 마포음식문화거리-한강순례길특화구간-절두산순교성지-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2시간 30분소요)을 걷는다. 특히 한적한 한강순례길 특화구간은 사색에 잠기기에 그만이다.

‘북촌순례길’은 광화문시복터-조계사-운현궁 노락당-석정보름우물-가회동성당(2시간 30분소요)을 걷는다. 한국에서 최초로 순교한 외국인 신부 주준모, 그를 숨겨준 강완숙 등 역사 속 인물들의 활동하던 곳을 살펴볼 수 있다.

‘서소문순례길’은 명동대성당-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밖네거리순교성지-중림동약현성당(2시간 30분소요)을 걷는다.

한강 서래섬 유채꽃
한강 서래섬 유채꽃

한강걷기도 빼놓을 수도 없다. 반포한강공원 서래섬에는 노란 유채꽃이 절정이다. 서울에서 유채꽃을 즐길 수 있는 한강의 숨겨진 명소이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지하철과 버스, 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수양버들 아래서 조용히 사색하기에도 좋고, 그림 그리거나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좀 더 역동적이고 싶다면 18일 주말부터 양일간에 펼쳐지는 한강서래섬 유채꽃축제 ‘애프터 페스티벌’에 가보자. 작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한강 서래섬 메밀꽃 축제부터 함께 추진된 이 행사는 축제 후 남겨진 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환경과 자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채꽃과 농가에서 갓 수확한 꽃으로 부케를 만들거나 유채꽃 염색, 드로잉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재활용품을 활용한 포토존 등 다양한 이벤트와 풍성한 즐길 거리도 준비했다. 오른 편에 있는 무지개분수를 거쳐 잠실 방향으로 걸을 수도 있고 노들섬을 거쳐 여의도 방향으로 한강 걷기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여의도 지나서 만나는 선유도는 신선이 노닐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양화대교 아래 선유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한 생태시민공원으로 잘 단장했다.

선유공원
선유공원

선유도는 본래 10만평 모래밭에 솟은 40m 선유봉이란 작은 봉우리 섬이었다. 경기도 김포군 양동면 양화리에 속했던 선유도 서쪽에 양화나루가 있었고, 주민들은 배를 타고 김포와 서울 한강을 오고 갔다.

선유도에는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는데, 대부분 보리, 수수, 메밀 농사로 생계를 꾸렸거나 양화나루터에서 짐꾼 일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함께 숨 쉬는 섬이라는 것이다.

봄이면 산수유 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철쭉이 강바람에 휘날린다. 멀리서 바라보면 4만평 한강에 핀 푸른 빛깔의 산봉우리 혹은 뒷동산, 아니면 아름다운 정원의 이미지다.

시인묵객이 정자에서 난지도 방향을 보며 유유자적했던 선유도의 정서를 재현하는 각종 행사도 열린다. 현재 ‘선유도아티스트’ 10팀을 28일까지 모집 중다. 평소 버스킹을 원하는 시민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시민예술가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 ‘제1회 모두의 버스킹’을 개최하고자 공연 할 ‘선유도아티스트’ 10팀을 선발한다. 음악, 극, 퍼포먼스, 무용 등 제한이 없다.

신선이 놀고 갈만큼 아름다운 섬에서 발걸음 잠시 멈추고 국내 최초 환경재생 생태공원에서 선유도의 옛이야기와 나만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문의전화는 02-300-5542, 이메일은 2yathoho@naver.com.

생각마루 1층 천만시민의 책장
생각마루 1층 천만시민의 책장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한강을 바라보고 싶다면, 아니면 책을 읽으며 한곳에 머물고 싶다면 뚝섬한강공원 자벌레 내 ‘서울생각마루’가 제격이다.

올해는 뚝섬한강공원에 자나방의 애벌레의 형상을 본 따서 만든 ‘자벌레’가 개장한지 10년째 되는 해이다. ‘서울생각마루’는 2016년부터 뚝섬 자벌레 공간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자문, 시민 아이디어 공모, 유관 부서 활용방안 수요 조사 등을 통해 최종 선정된 운영방안에 따라 올해는 지난 10일 개장했다.

‘서울생각마루’는 뚝섬 자벌레의 실내 1~3층에서 운영하는 공간의 명칭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잠시 쉬고, 책을 읽거나, 각각의 목적대로 작업, 활동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발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가옥에서 바람이 제일 잘 통해 여름이면 가장 시원한 쉼터가 되고, 모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서울의 ‘마루’ 같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이곳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착석기준으로 최대 3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혼자 또는 그룹별로 착석할 수 있도록 좌석이 다양하다.

1층에는 나선형 구조를 활용한 계단식 공간을 배치했고, 1층과 2층별로 한강 전망이 가능한 창가에는 긴 바(bar)형태의 탁자를 설치했다. 자유롭게 독서가 가능하도록 ‘한강에서 읽기 좋은 책’을 주제로 한 책들이 비치됐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독서의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곳도 드물다. 우연히 마주한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때로 힘이 되고,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따뜻한 위로가 된다. 이곳을 통해 빠르고 복잡한 세상 한복판에서 잠시 머무는 일상의 쉼표가 되면 좋을 것이다.

몽촌토성
몽촌토성

뚝섬 맞은 편 송파구에 있는 한성백제왕도길은 한국관광공사가 ‘5월의 걷기코스 10선’로 선정한 길이다.

한성백제의 왕성인 풍납토성에서 시작해 몽촌토성을 거쳐 백제의 중흥기를 이끈 근초고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석촌동고분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백제 역사 700여년 중에 500여년의 수도였던 송파의 역사와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걷기여행코스다.

코스 곳곳에 깃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탐험하며 백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코스 중간에 만나는 몽촌토성의 5월은 신록이 절정을 이뤄 어린자녀와 함께 나들이가기에 그만이다.

코스경로는 천호역~풍납토성~경당&미래 역사공원~몽촌토성~몽촌역사관~움집전시관~한성백제박물관~방이동 고분군~삼전도비~석촌동고분군까지이며 11.4㎞ 거리로 관람시간 포함 5시간 소요된다.

서울에서 숲길은 숲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겐 휴식을, 누군가에겐 치유를, 누군가에겐 휴식을 안겨준다. ‘경춘선 숲길’이 7년 만에 전 구간 연결됐다. 총 6km 전 구간을 막힘없이 걸을 수 있다. 특히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 남양주를 거쳐 강원도 춘천까지 갈 수 있는 자전거길이 연결돼 이 코스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도 그만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경춘선 숲길’ 여행을 떠나보자.

경춘선 숲길 걷기
경춘선 숲길 걷기

‘경춘선 숲길’은 2010년 12월 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방치됐던 경춘선 폐선 부지를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녹색의 선형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옛 기찻길과 구조물을 보존해 철길의 흔적은 살리면서 주변에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숲길로 조성했다. 경춘 철교를 시작으로 구리시 경계까지 숲길을 따라 걸으면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경춘선 숲길은 구간별로 각각의 특성과 매력을 갖고 있다. 2015년 5월에 만든 1단계 구간은 공덕 제2 철도건널목에서 육사삼거리에 이른 1.9㎞ 코스. 단독주택 밀집지역으로 허름한 주택이 카페로 변신해 시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 11월 개통한 2단계 구간은 경춘 철교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구에 이르는 1.2㎞ 코스이다. 시민이 직접 가꾼 텃밭과 살구나무, 앵두나무 등 유실수와 향토수종 등 다양한 수목으로 정원이 조성됐다.

2017년 10월에 선보인 3단계 구간은 육사삼거리에서 구리시 경계에 이르는 2.5㎞ 코스이다. 옛 화랑대 역사와 함께 한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숲속 철길이 생겼다. 화랑대역사 전시관은 시간을 잇는 경춘선,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온기를 나누는 역무실, 경춘선 창밖의 풍경 등 4개 테마로 꾸며져 구 화랑대역과 경춘선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그 문화적 가치를 공유한다.

화랑대역사전시관
화랑대역사전시관

옛 화랑대 역사의 대합실은 2010년 12월 무궁화호 운행을 마지막으로 폐선된 경춘선과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인 근대 등록문화재 300호 화랑대역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공간으로 재단장했다.

기존 역무실은 매표소, 열차 제어반 등 실물을 전시해 당시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는 역무실로 꾸미고 역장 유니폼을 배치해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했다. 또한 춘천으로 가는 80년대 경춘선 열차의 내부공간을 재현해 따뜻한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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