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새로 나온 책...그분을 생각한다(한승헌) 등

[출판] 새로 나온 책...그분을 생각한다(한승헌) 등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5.17 09:19
  • 수정 2019.05.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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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 영화, 타자기(프리드리히 키틀러), 시리아에서 온 소년(캐서린 마시)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 그분을 생각한다(한승헌, 문학동네, 356쪽) 

그분을 생각한다
그분을 생각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많은 양심수와 시국사범을 변호한 한승헌(85) 변호사가 그동안 교감을 나눈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저자가 남정현의 ‘분지’ 사건을 비롯해 동백림 간첩단 사건, 월간 ‘다리’ 사건 등 한국현대사 속 굵직한 사건들의 변론을 도맡았던 그가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며 스물일곱 명의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추억을 담았다.

이 책은 겨레의 스승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 한국 앰네스티 초대 이사장 김재준 목사,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응노 화백과 천상병 시인, ‘광주의 어머니’ 시민운동가 조아라 선생, 북한에서 만난 고교 선배 인민예술가 정창모 화백, 김대중, 문재인 전 현직 대통령 등 국경과 지위 고하, 남녀를 막론하고 한국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내가 접한 인물 중에는 메마르고 야속한 이 세상과 이웃을 위해서 ‘사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번 책으로 그들의 삶을 널리고자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각 인물의 삶의 행보와 시대상황을 살펴보면서 직접 경험한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로 여권 신장에 이바지한 이태영 변호사를 기리면서 “세상의 유명인사들 가운데는 말로는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조금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이 박사님께서 말씀만 옳게 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몸을 던져서 자신의 고난을 무릅썼다는 점을 우리는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이 있는가 하면,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도 있다고 한다”며 “우리는 자칫 자신이 의인이라고 착각하는 죄인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준엄한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김대중 정권 시절 감사원장, 노무현 정권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으로 일하는 등 대통령들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해학이 달인 수준이었고 카리스마도 대단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1975년 서울구치소에서 처음 만났다고 소개했다. 당시 반공법 필화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 중이던 한 변호사는 경희대 총학생회 간부로 반독재시위를 주도하다가 잡혀 와 옆방에 들어온 ‘신입’에 속옷 한 벌을 보냈다. 그 젊은이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저자는 “그에게 나는 메리야스처럼 깨끗하고 신축성 있는 무엇인가를 또 선물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사이즈나 그릇에 구애됨이 없는 군자불기(君子不器)를 실증하는 큰 인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염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6월 민주항쟁, 노무현 변호사 구속사건 변호인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대리인단 등 여러 조직에서 함께 일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 청와대에서 대리인단 변호사들이 노 대통령과 만난 일화도 소개된다.

“문 변호사가 끝으로 변호사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없느냐고 하니까, 노 대통령은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더니, ‘저 다시 대통령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래서 우리는 유쾌하게 헤어졌다. 노무현다운 꾸밈없고 담백한 그 날 그의 어법은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 축음기, 영화, 타자기(프리드리히 키틀러, 문학과지성사, 564쪽

축음기, 영화, 타자기
축음기, 영화, 타자기

독일 매체이론가 프리드리히 키틀러가 최초의 아날로그 기술 매체들의 태동기였던 1900년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 매체들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서술한다. 축음기, 영화, 타자기로 대표되는 기술 매체들은 단지 경이로운 발명품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자가 독점하던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기록 체계의 개막을 알렸고 총체적 인간이라는 관념도 해체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축음기의 발명자 에디슨은 자신의 발명품에 ‘안녕Hello’라는 최초의 기록을 남긴다. 그에 따르면, “말이 영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원하게 된 것은 말뿐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기록될 수 없었던 온갖 소음들, 우리가 소리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던 무의미한 소리들을 그 자체로 저장하고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뒤이어 영화가 등장한다. 지금까지 인식의 대상이 되지 못하던 실재의 이미지를 새롭게 드러내줄 것 같던 영화는 축음기와 다른 길을 걷는다. 영화는 1초에 24번 스틸컷을 제시하면서 여러 착시 효과를 통해 그것이 실재처럼 보이도록 조작한다. 우리의 눈은 환영 속에서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고 분절되어 있는 컷들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영화는 실재적인 것을 상상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기제가 된다. 과거의 독자들이 문학작품을 읽으며 영혼 깊숙한 곳에서 상영하던 내면의 영상은 이제 기술적 트릭을 통해 스크린 위에서 실현된다.

마지막으로 타자기가 등장함으로써 문자의 기록 방식은 커다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우선 글 쓰는 이의 성별이 뒤바뀐다. 여성 타자수의 등장과 함께 거의 대부분 남성 작가로만 이루어져 있던 문자의 세계가 전복된다. 또한 개인의 내면적 특성이 외면화되는 개성적인 필사 방식과는 달리 타자기는 모든 것이 규격화된 기록 방식을 제시한다. 분절된 알파벳을 불연속적으로 기입하는 타자기로 글을 쓰면서 개인은 익명화된 존재로 해체되고, 담론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키틀러는 아날로그 기술 매체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정보의 조작 가능성을 지적한다. 아날로그 매체가 열어젖힌 조작의 가능성은 디지털 매체에 와서 완성되는데, 아날로그 매체 간에는 호환이 어려웠던 반면, 컴퓨터에서는 모든 것이 호환 가능해지며 각각의 매체를 구분해주던 최소한의 봉합선조차 사라진 것이다. 인간 역시 중앙신경 체계로 분화되어 연구되기 시작하면서, 굳건했던 ‘총체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인간은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고사하고, 상황 인식조차 불가능해진다.

키틀러는 니체, 카프카, 릴케, 브램 스토커, 코난 도일 같은 문학적 기록뿐 아니라, 비틀즈, 지미 헨드릭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랫말까지 20세기 전후의 수많은 텍스트들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인으로 호출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자 매체를 증인 삼아 문자 매체의 죽음을 언도”하는 것이다.

△ 시리아에서 온 소년(캐서린 마시, 미래인, 352쪽)

시리아에서 온 소년
시리아에서 온 소년

벨기에 브뤼셀을 주 무대로 ‘아웃사이더’인 두 소년이 만나 꽃피우는 우정 이야기다.

시리아 난민 소년과 외톨이 미국인 소년이 우연히 만나면서 외로운 처지를 서로 이해하고 순수한 우정을 나눈다.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 보트에 오른 소년 아흐메드는 난민 보트에서 하나 남은 가족인 아빠마저 잃고 가진 돈마저 불법 브로커에 뺏긴 채 브뤼셀에 도착한다.

갈 곳 없는 아흐메드는 어느 집 지하실로 숨어드는데, 미국인 소년 맥스한테 발각된다. 아빠를 따라 벨기에로 이사 온 맥스는 낯선 환경과 ‘엄친딸’ 누나에 비교당하며 상실감에 시달리던 중 아흐메드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런데 우정을 쌓던 두 소년의 생활은 브뤼셀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는다.

△ 작별(레이먼드 게이타, 돌베개, 219쪽)

작별
작별

이 책은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저자가 아버지를 회상하며 쓴 회고록이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철학자가 되기까지 성장 과정을 담은 자서전 성격의 책이다.

한 아버지의 삶이 아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버지의 삶의 태도가 철학자인 아들이 스스로 철학을 정립하는 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민자 가족의 풍랑과 같은 인생 유전 속에서 아들과 가족을 지키고자 분투한 아버지의 도덕성이 아들에게 어떻게 유전되는지 지켜보는 지적 재미가 있다.

1998년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 우주의 거장들(다니엘 스테드먼 존스, 미래를소유한사람들, 668쪽)

우주의 거장들
우주의 거장들

작은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무역 자유화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정리했다.

역사학 박사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에 싹텄다고 설명한다.

초기 신자유주의자들은 1938년 프랑스 파리에 모였고,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비판하기 위해 1944년에 펴낸 책 ‘노예의 길’이 성공을 거두면서 세를 불렸다.

저자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 이념이 개인적 자유의 확장이라는 이상에서 출발했지만, 자유 시장에 신성한 지위를 부여해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치적, 경제적 논쟁에 대한 분별력 회복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인간의 절박한 필요를 충족할 점진적 개혁은 이성 기반의 정책 수립에 의존한다”고 강조한다.

△ 깃털 도둑(커크 월리스 존슨, 흐름출판, 428쪽)

깃털도둑
깃털도둑

2009년 6월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해 299점의 새 가죽을 훔친 천재 플루트연주자 실화를 다룬 논픽션이다.

16세 때 런던 왕립음악원에 입학한 에드윈 리스트는 19세 때 범죄를 저지른다.

그는 연어 낚시 등에 사용하는 플라이를 제작하는 데에도 천재성을 보였다. 동물 깃털 등으로 곤충 모양 미끼를 만들어 물고기를 유혹하는 플라이 낚시에 사용하는 물건이다.

이 책은 에드윈이 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그의 범행이 어떻게 밝혀졌는지 보여주고, 나아가 사건이 종결된 뒤의 이야기를 취재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마치 범죄 스릴러 소설 같은 흥미로운 전개와 더불어 깃털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다윈과 함께 종의 기원 창시자로 알려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 등을 비롯해 깃털에 얽힌 역사를 입체적으로 담았다.

△ 작가의 어머니(데일 살왁, 빅북, 352쪽)

작가의 어머니
작가의 어머니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시트러스 대학교 영문과 교수인 저자가 작가들의 문학 뿌리가 어디서 발현되는지를 추적한다. 위대한 작가는 그들의 모친에게서 얻은 재능과 영감을 작품 속에 발현한다.

이언 매큐언, 마거릿 드래블, 앤드류 모션, 앤서니 스웨이트, 리타 도브를 비롯한 열아홉 명의 저자들이 바로 이 획기적인 책에 흥미로운 글을 보탰다. 이들은 셰익스피어부터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들의 위대한 문학적 소산에 끼친 어머니의 영향력을 조목조목 흥미롭게 되살려 풀어낸다.

△ 푸틴 신디케이트(마르가레타 몸젠, 한울엠플러스, 280쪽)

푸틴 신디게이트
푸틴 신디게이트

오랫동안 러시아 정치 엘리트 집단을 연구한 저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체제의 러시아를 조명한다.

저자는 권력가들로 이뤄진 내밀한 네트워크가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 임기 동안 러시아를 조종하는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을 ‘푸틴 신디케이트’라고 칭한다.

그는 “푸틴은 비밀경찰과 재계 거물로 구성된 신디케이트를 대표하고 있으나 전권을 가진 회장이 아니라 동료 중 일인자에 불과할 뿐”이라며 그 세력이 어떻게 러시아를 지배하는지 드러낸다.

▲ 북한 사람과 거래하는 법(오기현, 한겨레출판, 248쪽)

북한 사람과 거래하는 방법
북한 사람과 거래하는 방법

지난 20년간 28번 북한을 방문한 북한전문 PD가 쓴 북한 이야기.

남북 방송 교류를 하면서 80여명의 대남 사업가들과 100차례 이상 협상했다는 저자가 장마당의 발전, 북한의 신흥자본가 돈주의 출현 등 대북 비즈니스에 앞서 알아야 할 내용부터 북한 사람들의 의식 구조와 대화 기술까지 다양한 정보를 전한다.

저자는 1999년 다큐멘터리 ‘조경철 박사의 52년 만의 귀향’을 연출하고 2000년 SBS ‘평양 뉴스 2000’, 2005년 ‘조용필 평양 공연’ 등을 기획했으며, 한국PD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 예술경영 이야기(정재왈, 안나푸르나, 327쪽)

예술경영 이야기
예술경영 이야기

문화부 기자, 극장경영자, 공공기관장, 교수 등으로 문화예술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저자가 들려주는 예술경영 이야기.

지난 3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부 예술 장르부터 한국의 예술경영과 여러 쟁점, 문화예술 국제교류와 지방분권까지 폭넓은 주제를 담았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2003년 LG아트센터 기획운영부장을 맡으며 현장 활동가로 변신해 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예술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안양예술재단 대표 등을 거쳤다. 현재 서울 금천문화재단 대표, 아주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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