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4. 아빠가 돌아오다 <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4. 아빠가 돌아오다 <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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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부터 춘호는 네 조수니께 일거리를 줘라잉. 갈담이 삼촌은 아빠(춘호)보다 네살 아래였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아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갔다.

“아버지,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아빠가 할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딱 한 번? 이제 더 이상 네 뒷구멍에 돈 넣어 줄 생각은 없어. 뵈기 싫은 게, 가랑게(보기 싫으니까, 가라)!”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이놈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지우어미는 살아 보겠다고 늦은 밤까지 일하고 댕기는디, 너는 왜 그 모양인 겨? 참말로 내가 속이 터져서 못 살것어.”

“아버지,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믿고 도와주세요.”

아빠가 할아버지 다리에 매달려 잘못을 빌었다. 할아버지는 아빠를 때리려고 손을 들다가 지소 문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지우와 눈이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들었던 손을 힘없이 내렸다.

“그래. 내가 딱 한 번 기회를 줄 테니까, 은행빚만큼 여기서 일을 해야 혀. 그것도 이번 한 번뿐이야.”

“여기서요? 제가 여기서 뭘 합니까?”

아빠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갈담아!”

할아버지가 갈담이 삼촌을 불렀다.

“예, 아버지!”

갈담이 삼촌이 급하게 뛰어왔다.

“인자부터 춘호는 네 조수니께 일거리를 줘라잉.”

“예? 예.”

갈담이 삼촌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춘호는 지우 아빠의 이름이고 갈담이 삼촌은 아빠보다 네 살 아래였다. 그런데 갈담이 삼촌의 조수를 하라니, 아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저보고 갈담이한테 일을 배우라는 거예요?”

아빠가 놀라서 두 눈을 치떴다.

“왜, 못 하것냐? 그러면 당장 여기서 나가야제.”

할아버지가 화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합니다, 해요.”

한바탕 소란스럽던 지소 마당이 조용해졌다. 할아버지가 안방으로 들어가고, 지소 사람들도 서로 눈치만 보다가 각자의 일자리로 돌아갔다.

지우는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아빠를 용서해 주면 지우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아주 긴 하루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고 잠 잘 시간이 되었다.

“지우야, 잘 자. 오늘은 아빠랑 함께 잘 수 있어서 좋지야.”

갈담이 삼촌이 지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우도 눈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는 아빠가 벌렁 드러누워 있었다. 아직도 성난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듯 보였다.

“아빠가 참아!”

지우는 아빠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래. 우리 지우를 봐서 참는다. 그런데 엄마는 언제 오냐?”

“내가 잠이 들 때쯤 올 거야. 요즘 일이 많대.”

“그래? 에휴, 나는 오늘 할아버지한테 맞아 죽는 줄 알았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무서워?”

“그럼. 아빠는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은행 독촉장보다 더 무서워.”

지우와 아빠는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혀. 나는 개량 한지 안 만든다고 혔잖혀. 돈이 문제가 아니여. 내가 그동안 돈 벌려고 한지 만들며 살았간디?”

할아버지가 전화기를 들고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박월선(‘닥나무 숲의 비밀’ 저자)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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