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4. 아빠가 돌아오다 <1>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4. 아빠가 돌아오다 <1>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13 09:1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가운 얼굴로 다가갔지만 아빠에게서 술냄새가 확 풍겼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한지가 그 자동차를 향해 날아갔다. 지우는 다시 몸을 기울여 차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빠가 맞아. 우리 아빠야!”

지우는 당장이라도 아빠 차에 뛰어들 듯 몸을 움직였다.

“움직이면 안 돼. 위험해.”

지우는 당장 아빠를 만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만 참아. 저기 표지판 보이지? 전주로 가는 방향이잖아. 지금 아빠는 할아버지 집으로 가고 있어.”

“정말?”

“그래. 이제 안심하고 집에 가서 아빠를 기다리자.”

한지가 속력을 내는 바람에 지우는 한지 끝자락을 꽉 움켜잡아야 했다.

드디어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다.

“참, 나를 만나고 싶으면 이 댕기를 목에 걸어 봐. 이 빨간 댕기를 걸고 있으면 나를 만날 수 있어. 자,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

댕기소녀가 지우를 마루에 내려놓으며 빨간색 댕기를 건네 주었다.

“고마워!”

지우는 빨간 댕기를 만지작거리며, 멀리 날아가는 댕기소녀를 바라봤다.

집으로 돌아온 지우는 아빠가 온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지소 안으로 들어갔다.

갈담이 삼촌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갈담이 삼촌의 빠른 손동작이 신기해서 한참 지켜봤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삼촌은 닥나무 껍질 벗기기 달인 같아!”

“정말?”

지우의 칭찬에 삼촌은 더 신나게 손을 움직였다.

“아빠도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은 겨?”

“…….”

“짜식, 곧 오실 거니 힘내야 혀!”

삼촌이 축 처진 지우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렇게 말하는 삼촌의 눈도 무척 슬퍼 보였다.

‘나는 아빠랑 잠깐 헤어져 있어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삼촌은 어려서부터 아빠와 헤어졌으니 얼마나 슬플까!’

갈담이 삼촌의 마음이 이해되자, 마치 한편이 된 것 같았다.

“삼촌! 나랑 한편 먹자!”

“한편이 뭐시여?”

“응, 사나이끼리 같은 마음이면 한편 먹는 거야!”

“그래? 지우랑 한편이랑게, 기분이 좋은디?”

바로 그때였다. 대문 옆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지우는 그림자를 향해 뛰어갔다.

“아빠, 아빠지? 아빠 맞네.”

반가운 얼굴로 다가갔지만, 아빠에게서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오늘은 아빠가 꼭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어. 아까…….”

지우는 조금 전 댕기소녀와 한지를 타고 아빠를 봤다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할아버지, 삼촌! 아빠 왔어요.”

지우는 지소를 향해 소리쳤다.

“잠깐, 지우야. 잠깐만!”

아빠가 잠시 머뭇거리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삼촌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인사를 했다. 아빠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지소 안으로 향했다.

“너는 여기 있거라.”

아빠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함께 들어가려는 지우를 말렸다.

“아빠와 할아버지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는 가벼.”

갈담이 삼촌 말에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 뜨기를 끝낸 할아버지가 발틀을 씻고 있었다. 언제나 작업을 마친 후에는 할아버지가 직접 발틀을 씻었다.

이 발틀과 함께 작업을 한 지도 벌써 54년이 넘었다. 그동안 함께 해온 발틀을 할아버지는 아기를 만지듯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3)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3)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