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3. 빈집을 찾아서 <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3. 빈집을 찾아서 <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10 14:38
  • 수정 2019.05.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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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차창 안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봤다. 하지만 타에 탄 사람은 아빠가 아니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부신 빛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우가 빛 때문에 눈이 시려워 두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나야.”

눈앞에 댕기소녀가 서 있었다.

“너, 진짜 용감하다. 혼자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댕기소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음……. 뭐 별 거 아냐.”

“아무튼 잘 왔어. 어서 들어와.”

지우는 댕기소녀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찬찬히 방 안을 둘러보니, 층층으로 된 선반 위에 닥종이 인형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크기만 서로 다를 뿐이지 모두 댕기소녀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인형들 앞에는 향불과 제기(제사 때 쓰는 그릇)들이 먼지에 덮여 있었다. 지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진짜로 우리 아빠를 찾아줄 수 있는 거니?”

지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지. 나는 날아다닐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아빠를 찾으러 가볼까?”

지우는 넋이 나간 아이처럼 댕기소녀를 바라보았다. 댕기소녀는 구름 빛 한지 한 장을 공중으로 휙 던져 올렸다. 공중에 던져진 한지가 구름처럼 넓게 펴졌다.

“어서 타!”

머뭇거리는 지우를 댕기소녀가 잡아끌었다. 지우는 서둘러 한지 위로 올라탔다.

“가자, 아빠를 찾으러!”

댕기소녀의 말이 끝나자, 한지가 구름처럼 움직이며 앞으로 날아갔다.

“와-와! 진짜 날아간다. 날아간다!”

지우와 댕기소녀가 탄 한지는 닥나무 숲을 지나, 지소 지붕 위를 지나고, 할아버지 집 지붕 위를 날아갔다. 지소 마당에서 닥나무를 나르는 사람들이 아주 작게 보였다.

“와-와!”

지우가 소리쳐도 위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먼저, 아빠 사무실로 가 보자.”

댕기소녀가 말했다.

“그래.”

댕기소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지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지우는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 지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가 아빠 사무실이야!”

댕기소녀는 얼른 건물 가까이 날아가 한지를 멈췄다. 지우가 재빨리 창문 너머로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아빠가 없어…….”

지우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꼭 찾아 줄게. 네 아빠도 어렸을 때는 닥나무 숲에서 놀았지. 그래서 네 아빠 얼굴은 척 보면 알 수 있어.”

지우와 댕기소녀가 아빠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한지는 또다시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어디로 가는 거야?”

지우가 물었지만, 댕기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꿈쩍도 하지 않던 댕기소녀가 갑자기 아랫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내 느낌엔 여기인 것 같아.”

지우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 봤다. 한지는 고속도로 위를 날고 있었다.

도로 위에는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네 아빠 차가 무슨 색이지?”

“파랑색이야.”

“흠, 파랑색 차를 찾아볼까?”

“저기 보인다. 파랑색 차.”

한지가 자동차 가까이로 다가갔다. 지우가 차창 안을 기웃거리며 들여다봤다. 하지만 차에 탄 사람은 아빠가 아니었다. 실망스런 눈으로 댕기소녀를 바라봤다.

“저기, 파란색 차가 또 온다.”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0)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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