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2.닥나무 숲(2)

[장편동화] 닥나무숲의 비밀-2.닥나무 숲(2)

  • 기자명 박월선 기자
  • 입력 2019.05.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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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슨 수로 우리 아빠를 찾는다는 거니?” “걱정 마. 찾을 수 있어. 난 하늘을 날 수 있거든”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월선 기자] 더구나 여자 아이의 목소리는 약간 낮았고 깊은 숲속에서 울려 나오는 것 같았다.

잠시 뒷걸음질치던 지우는 휙 돌아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가지 마. 내 말을 들어 봐.”

지우의 등 뒤에서 여자 아이가 소리쳤다.

‘귀신일지도 몰라.’

양 손으로 나뭇가지를 헤치며 뛰었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도 같은 곳을 빙빙 돌 뿐이었다.

“집이 어느 쪽이지?”

지우는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나뭇가지가 얼굴을 후려쳤다. 깜짝 놀란 지우는 돌부리에 걸려서 순식간에 산비탈 아래로 데굴데굴 나동그라졌다. 온몸에 흙이 덕지덕지 묻었다.

“괜찮아?”

언제 다가왔는지 여자 아이가 물었다.

“너, 귀신이야? 사람이야?”

잔뜩 겁먹은 지우가 버럭 소리를 지르듯이 물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딴소리를 했다.

“널 오래 전부터 만나고 싶었어.”

“뭐, 나를? 왜 만나고 싶었는데?”

지우는 저도 모르게 불쑥 여자 아이에게 물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지우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여자 아이를 잠시 살펴보았다.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얼굴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얘는 그다지 나쁜 애 같지는 않아.’

이런 생각에 지우는 두려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아빠 소식 궁금하지?”

여자 아이가 뜬금없이 아빠 얘기를 꺼내자, 지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 네가 우리 아빠를 알아?”

지우는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럼, 잘 알고 있지. 그래서 너를 도와주려고 내가 온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뭘 돕는다는 건데?”

“아빠를 찾아야 되잖아?”

여자 아이의 말에 지우는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다.

“네가 무슨 수로 우리 아빠를 찾는다는 거니? 휴대폰이 정지 되어서 어디 계신지도 모르는데.”

“걱정 마. 찾을 수 있어. 난 하늘을 날 수 있거든.”

“정말?”

지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

여자 아이가 웃었다. 검은 머리를 땋아 내린 끝에서 대롱거리는 빨간 댕기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러다가 눈길이 여자 아이의 신발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여자 아이의 신발에는 흙이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너, 정말 숲속을 날아다니는 거니?”

“그럼.”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여자 아이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웃기만 했다.

‘어, 근데 내가 따라온 그 한지는 어디로 갔지?’

지우는 문득 잊고 있던 한지가 생각났다.

그때였다.

“지우야, 점심 먹자! 어디 있니?”

멀리서 갈담이 삼촌이 부르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 왔다.

“널 찾고 있나 보다.어서 가 봐. 나중에 여기 와서 빈집을 찾아. 난 거기 있거든. 그때 아빠를 찾아 줄게.”

“빈집은 어디 있는데?”

지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 아이가 사라졌다. 정말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았다. 지우는 무슨 꿈을 꾸는 건 아닌가 싶었다.

‘쟤가 정말 아빠를 찾아 줄까?’

지우는 가슴이 벅차서 할아버지 집을 향해 뛰었다.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닥나무숲의 비밀(저자 박월선)
데일리스포츠한국(20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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