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바다에 화룡점정 하얀 등대섬

파스텔 바다에 화룡점정 하얀 등대섬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5.07 07:2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35] 3개의 섬, 그 중 바다에 솟은 등대섬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 해상에 있다. 통영시 한산면에 딸린 섬이다. 면적은 2.51㎢, 해안선 길이는 3.8㎞이다. 2019년 5월 현재 27세대 50명의 주민이 산다. 5년 전 15세대 34명이 살았던 것에 비하면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통영시지’에 따르면 매물도는 18세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매미도(每未島)’, ‘매매도(每每島)’, ‘매미도(每味導)’ 등으로 표기해왔으나 해방 후에 ‘매물도(每勿島)’라고 쓰고 있는데 그 경위는 알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1934년에 간행한 ‘통영군지’에서도 ‘매미도’로 기술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옛날 인근 대항마을과 당금마을에서 매물(메밀)을 많이 생산되었다고 해서 매물도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섬의 모양이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마미도’라고 불렀다는데, 경상도에서는 ‘ㅏ’가 ‘ㅐ’로 발음되는 경향으로 인해 매물도가 되었다고도 전한다.

매물도항은 199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는데 정확히 대매물도 당금항을 말한다. 인근 홍도어장의 날씨가 갑자기 악화됐을 경우 어선들이 가장 빨리 대피할 수 있는 국가어항에 해당한다. 매물도는 크기에 따라 대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등대섬 북서쪽에는 천혜의 섬 가익도, 남동쪽에 등가도가 있다.

소매물도항 여행객들
소매물도항 여행객들

통영에서 소매물 가는 배를 타면 1시간 40분 소요된다. 거제도에서 출발할 경우는 50분가량 소요된다. 통영과 거제도권이 생활권인 셈이다. 소매물도 주소지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이다. 통영의 경제권이 컸음을 의미한데 거제도 조선소가 생기면서 거제도 영역도 매물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나는 20년 전 이 섬에 매료돼 가족들과 몇 번씩 더 갔었다. 당시 모두 떠난 섬을 지킨 것은 토박이 할머니들이었고 밥 짓는 게 성가셔서 식사는 줄 수 없으니 숙박만 권해서 콘도 같은 민박생활을 했지만 할머니 인심과 정겨운 이야기꽃으로 밤을 지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가파르게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등대섬이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걷다보면 작은 폐교가 나온다. 교문 앞 작은 표지석이 초등학교 분교였음을 알려주는데 한산초교 매물도분교다. 여객선이 왔던 그 뒤안길을 돌아보고 이웃마을 대물도의 아기자기한 풍경도 아름답다.

망태봉 가는 길
망태봉 가는 길

등대섬이 보이는 152m 망태봉까지 올라가면 몇 개의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망태봉에서 땀방울을 닦으며 등대섬을 조망한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파스텔 톤의 바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바다에 우뚝 솟은 등대섬은 푸른 초원이다. 초원에 화룡점정으로 찍힌 하얀 등대가 소매물도등대. 수많은 사진작가가 찾고 영화촬영지와 CF촬영지이다. 통영8경 중 하나이다.

등대로 가는 망태봉은 왜적의 침략을 감시하던 망대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등대섬을 비롯 수많은 통영의 섬들과 거제도 해금강을 조망할 수 있다.

섬에는 후박나무와 곰솔(해송)군락지가 있다. 제주도 및 남해안 지역에서 자라는 감탕나무과 호랑가시나무, 탕탕나무, 개동청나무도 여기서 자란다.

망태봉에서 등대섬 가는 산길
망태봉에서 등대섬 가는 산길

망태봉에서 산길을 20여분 내려서면 해안으로 뚝, 떨어지는 절벽인데 계단이 설치돼 있다.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길목. 이 해변에서 물때에 따라 하루에 두 번씩 70미터 가량의 자갈길을 건너 등대섬으로 갈 수 있다. 이곳을 열목개라고 부른다. ‘열목’은 두 섬이 해안으로 가늘게 연이어진 여린 목이란 뜻이다.

열목개가 시작되는 왼쪽 해안절벽이 공룡을 닮은 공룡바위가 있다. 몽돌해안은 지친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코스이면서 해수욕하기도 좋다. 망망대해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고 낚시도 할 수 있다. 낚싯줄을 넣자마자 입질이 전율했다. 해안 곳곳이 낚시 포인트이다. 고등어, 전갱이, 멸치, 방어 등 회유 어족이 많다. 특산물은 해안가에 널린 전복, 소라, 돌미역, 해삼이다. 이 바다는 스쿠버다이빙의 낙원이기도 하다.

열목개에서 등대 가는길
열목개에서 등대 가는길

등대섬의 공식 명칭은 등대도. 환경부는 2000년 보존가치가 높은 특정도서로 분류했고 2006년 8월 24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8호로 지정됐다. 등대섬은 무인도서 관리 유형 중 준보전(관광객 계속 증가) 도서에 해당한다. 가파른 해안절벽을 따라 수평·수직으로 갈라지고 쪼개진 암석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발달했다.

등대섬은 해양성기후의 영향으로 초지가 발달하고 관목류가 울창하게 우거졌다. 120여종의 식생이 분포한다. 대부분 참억새군락지이고 중앙부에 식재곰솔군락이 분포하고 남동쪽 급사면 암반지대에 후박나무가 군락지가 있다. 바위틈에 갯강아지풀, 천문동, 참나리, 기린초, 해국 도 볼 수 있다.

등대 전망대
등대 전망대

소매물도등대는 1917년 8월 최초로 무인등대의 불을 밝혔다. 처음에는 와사등 불빛이었고 밀수꾼들을 감시하는 초소역할 했다. 1940년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1959년 5월 무신호(에어사이렌)를 설치해 운영했고 1996년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했고 2002년 12월 등대를 재단장해 관광 명소의 격을 더했다.

등탑 높이는 16m이고, 불빛은 13초마다 한 번씩 깜박거리는데 그 빛의 도달 거리는 48km이다. 안개가 끼면 에어사이렌은 4인치 취명기로 50초에 한 번씩 울려주는데 그 소리는 6마일에 달한다. 등대원들은 소매물도 부근에 산재한 무인표지의 야간가능을 하루 3회씩 감시한다. 소매물도등대에서는 홍도등대, 소지도등대, 고암등대, 오곡도등대, 매물도항 서방파제등대, 매물도항 동방파제등대 6곳의 무인등대와 작도등표, 대구을비도등표, 평서등표, 외장덕암등표 등 4곳의 등표를 관리한다.

이들 무인등대와 등표가 밝히는 해역은 서이말등대에서 외도해상농원 앞 바다, 해금강, 홍도 앞바다에 이르는 어선, 여객선, 컨테이너, 유조선, 가스선 등 부산을 오가는 선박의 항로이다.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밤 10시면 이곳 해역을 등대 빛을 받아 통과한다.

등대와 등대숙소
등대와 등대숙소

등대원들은 하루 5회씩 기상관측 위탁업무를 병행한다. 매일 기상청에 해상 날씨 등을 전하고 기상이 악화될 경우에는 해경과 유람선협회, 해운조합 등에도 통보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대마도가 보인다.

등대섬 주위 해안에는 해식동, 입석, 남근석, 글씽이굴 등 해식애가 발달했다. 글씽이굴은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로 수직 절리면을 공격한 파랑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 진시황제 전설이 서린 글씽이굴 동굴 암벽에는 ‘徐市過次’라고 새긴 흔적이 있다. 진시황제의 사신이 불로초를 캐러 이 섬으로 왔다가 새긴 글씨라고 전한다.

공룡바위와 어선
공룡바위와 어선

등대 옆구리에 3개 산봉우리가 있는데 높이 15m의 바위 사이로 작은 배들이 드나들 수 있는 아치형 동굴이 있다. 이처럼 소매물도 해안선은 억겁의 세월 동안 밀려오는 파도에 씻기어 만들어진 다양한 해식애들이 발달했는데 용을 닮은 용바위, 촛대처럼 우뚝 솟아있는 촛대바위, 탕건처럼 생긴 탕건바위, 병풍을 둘러쳐 놀은 듯이 서 있는 병풍바위, 대문처첨 생긴 문바위, 장수의 투구처럼 생긴 장군바위, 장독처럼 생긴 장독바위 등이 있다.

또 등대섬에는 괭이갈매기, 바다직박구리, 섬개개비, 알락할미새, 매도 활동한다. 이들 새들은 인근 가익도와 어유도 해역까지 활동 범위로 삼는다. 소매물도 남쪽으로 16㎞쯤 바다에 떠 있는 섬이 갈매기섬인 홍도. 이 섬의 해안절경도 아름답지만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학자들은 이 섬과 등대섬을 오가는 조류 이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매물도는 규모는 작지만 섬의 풍광이 수려해 10년 전 연간 60만 명의 관광객이 찾던 섬이었다. 5년 전에는 35만 명, 지금은 10만 명을 기록한다. 장삿속에 일부 주민들 간에 지루한 갈등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면서 발길이 줄었다. 20년 전 유람선을 타고 등대섬을 편리하게 당도해 그곳에서 마을 할머니들이 파는 해산물을 맛보고 마을로 돌아와 숙박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무더운 여름날 산 능선을 넘어 등대섬에 가야했고 배편을 없앴다. 여행은 사서 고생하는 여정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의 셈법에 의해 억지 고생하는 여정과는 구별된다. 억척스럽게 섬을 일구어온 매물도 선조들의 역사를 되살려 다시, 더 많은 여행객들이 평안하게 소매물도 등대섬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의: 통영시 관광과(055-650-4613), 한산면사무소(055-650-3604)

박상건 시인
박상건 시인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