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나를 위한 나의 이야기…우려되는 ‘출판의 가벼움’

[북 리뷰] 나를 위한 나의 이야기…우려되는 ‘출판의 가벼움’

  • 기자명 박상건 기자, 하채연 대학생기자
  • 입력 2019.04.26 07:4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보다 개인이 먼저인 시대...개인성 뚜렷, 사적 경향

데일리스포츠한국 주말판(2019.4.26일자 19면)
데일리스포츠한국 주말판(2019.4.26일자 19면)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하채연 대학생기자] 미디어 발전은 고도화 될수록 재부족화 경향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원시시대, 자연회귀의 본능적 욕구가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산업화가 핵가족 문제를 낳고 고향을 그리듯이 디지털을 플랫폼으로 삼는 미디어 세상은 점점 멀어져 갔던 자연주의와 휴머니즘에 대한 강한 욕구를 자극하는 원천이 된다.

디지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일러브스쿨 등 커뮤니티와 웰빙 등 주말농장, 주말여행을 이야기한 것은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참과 거짓 중에서 선을 택하는 가치적 효능을 드높인다. 정서적 가치가 삶의 중요한 잣대가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소소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 책들이 대형 서점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여행, 동물, 생활 등 개인의 일상과 더불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들이 서점 진열대에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난과 맞물려 사람들은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고자 한다. 책의 주 구매층이 30대인 것을 고려하면 실업률, 남녀갈등 등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개인’에 대한 사유가 더 깊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워라벨’ ‘욜로족’과 같은 단어들이 성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요할수록밝아지는것들(2019) 자료사진
고요할수록밝아지는것들(2019) 자료사진

책 제목 역시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우리네 삶과 환경이 투영된 역설적인 표현과 톡톡 튀고 자신감 넘치는 문장을 제목으로 내건 것들이 많다.

이러한 사적 경향의 책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개인성’에 있다. 여러 사회적 이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뜨거운 사회적 이슈와 쟁점이 되었던 ‘미투’ 운동이 대표적 예다. 개인의 목소리를 뚜렷이 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됐고, 개인의 정당성을 사회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사회 구성원이 아닌, ‘개인’이 먼저인 시대가 도래 했다.

10년 전 2009년 베스트셀러에도 사적 경향이 두드러진 편이었다. 그런데 그 ‘개인성’은 현재와 지향점과 방향성이 달랐다.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세상에 너를 소리쳐’,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등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기계발을 통해 사회에 어떻게 편입할지를 고민하고, 해답을 찾기 위한 책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 우리 사회를 반영한 소설들이 큰 인기였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른 경향성을 띄고 있다.

지금의 트렌드는 그 ‘개인성’에서 시대의 우울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런 현상에 대한 염려도 동반한다. 현실로부터의 탈피 욕구나 염세적인 사고가 사회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2016) 자료사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2016) 자료사진

그래서 최근 책들은 일상적 사유를 통해 우울함을, 어두움을, 혼족의 속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성이 뚜렷해지는 것은 그만큼 사유가 얕아진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만큼 심도 깊은 사유와 지식을 담은 양서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상을 동반한다. 순수문학이 결핍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단지 일상을 기록하는데 그치는 책들이 쏟아질수록, ‘책답지 않은 책’들이 과잉 출판될수록 출판계는 불신이 깊어지고, 그런 만큼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출판의 가벼움은 우리사회 공동체 문화의 가벼움으로 이어진다. 다행인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해도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는 즉시적인 쌍방향성으로 불통을 소통, 갈등을 조정, 대립을 화해 혹은 해소로 여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의 발달은 갈수록 고도화 추세이고, 많은 사람들의 삶과 책이 검증하고 융합으로 실마리를 풀고 성취한다. 독자와 출판인 중에는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새롭고 역동적 미래를 여는 ‘비전 있는 기록’이길 바라는 많은 것은 다행이다.

길은 만드는 것이다. 책은 길을 만든다. 주체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주도적으로 사회를 살아가려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더 궁금해지는 콘텐츠와 독자층들이 함께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탐방] 기형도 문학관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광명시에 있는 기형도 문학관은 지난해 개관했다. 몇 군 데 자치단체가 기형도 사업을 펼쳤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 공간은 작지만 시인들이 공을 많이 들였고 문학계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기형도 문학관
기형도 문학관

시집 ‘잎 속의 검은 잎’과 비슷한 색깔의 건물외관에 쓰인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시인의 시 ‘정거장에서의 충고’의 첫 구절이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에 등장한 구절이다. 시인은 1989년 3월 7일 새벽, 파고다 극장에서 죽었다. 사인(死因)은 뇌졸중. 서른 살에 탑골공원 주변의 낡고 음습한, 어수선하고도 그로테스크한 풍광 속으로 사라졌다.

등단 시를 형상화한 미술품
등단 시를 형상화한 미술품

일반적인 문학과 이미지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누구는 ‘기형도스럽다’고 표현했다. 어색하고 낯설고,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모습이니까. 전시된 미술 형상물은 시인의 등단 작품인 ‘안개’에 나오는 구절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기형도 시인
기형도 시인

문학관 안에 들어서니 직원 두 분과 몇 사람들의 이름이 오래된 방명록이 눈에 들어왔다. 기형도 시인과 관련된 워크숍, 융합예술들도 간간히 펼쳐지고 있었다. 짧았던 생이었던 만큼 1층에 작게 전시실이 마련되어있었고 2층은 북카페가 위치해 있다.

기형도의 생애를 기록해놓은 구역마다 그의 아름다웠던 생애와 문학적 소양을 볼 수 있었다. 기형도의 생애는 나누고 나눠도 네 구역 정도면 인생에 대한 대략적인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남기고 간 그의 시들의 깊이보다 그가 살고 간 생애는 무척이나 짧았지만 작은 문학관 안에 그의 생애가 잘 집약되어 있다.  하채연 대학생 기자

 

[새로 나온 책]

△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박혜란, 나무를 심는 사람들, 248쪽)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이 책은 ‘육아의 달인’으로 불리는 여성학자인 저자가 전하는 창의적인 아이 키우기 방법을 정리했다.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도 잘 알려진 저자는 수십 년간 자녀교육 강연을 한다. 이번 책에서는 아들을 모두 창의적인 예술가로 키운 비결을 소개한다.

저자의 세 아들은 모두 서울대를 나왔다. 둘째인 가수 이적 외에 다른 두 아들은 건축가, 드라마 감독이다. 이적은 학창 시절 중간고사 기간에도 기타학원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학교에 갔다 오면 피아노를 쳤지만, 저자는 수험생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이해했다. 아이들이 자랄 때 TV나 만화책을 못 보게 하는 일도 없었다.

창의력은 자유로운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창의적인 아이가 가져야 할 네 가지 특성인 자율성, 공감능력, 사고력, 성평등 인식을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할 일을 설명한다.

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
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

△ 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엘렌 헨드릭센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376쪽)

스스로 수줍어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2%, 특정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99%에 달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 현상이라는 뜻이다.

적절한 수준의 사회불안 유지는 타인의 신념과 견해를 중시하는 데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이를 공감이라고 부를 수도, 존중이나 평등이라 칭할 수도 있다. 비폭력 운동가였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자서전에서 “사회불안이 나를 성장시켰다. 진술을 꿰뚫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도한 사회불안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지나치게 불안하고 두려웠던 감정들을 친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유쾌하고도 편안하게 사회불안을 극복하도록 조언한다. 저자가 ‘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에게 가장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우리가 행복한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사람들의 눈에 더 많이 자신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털어놓고, 관심과 호감을 표현하라고 제안한다.

거짓말 읽는 법
거짓말 읽는 법

△ 거짓말 읽는 법(베티나 슈탕네트,돌베개, 256쪽)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가 문제다. 가짜 뉴스는 예전보다 훨씬 더 교묘하게 만들어지고 광범위하게 유통된다.

거짓말은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지만, 요즘처럼 거짓말의 위력이 커진 시대도 드물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로 오랜 기간 거짓말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거짓말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는지 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그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믿음, 진실, 의견을 뒤섞어 상대방 생각의 방향을 비틀려 한다고 말한다.

또한 거짓말은 인간적인 능력이라고 소개한다. 인간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말과 실천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분리가 가능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매일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에 속고 살아가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거짓말의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사랑의 이해
사랑의 이해

△ 사랑의 이해(이혁진, 민음사, 356쪽)

이 책은 청춘 남녀의 연애담을 그렸지만 단순한 연애 소설은 아니다. 연애야말로 욕망과 위선이 충돌하는 총성 없는 전쟁터라는 사실을 작가적 감수성을 통해 부각한다. 자본과 감정, 이미지와 실체가 부딪치고 열등감과 자격지심, 자존심과 질투, 시기와 가식이 시간이 갈수록 속물적으로 드러난다.

은행을 배경으로 ‘쿨함’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 사실적이고 ‘물질적인’ 사내 연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도 환전이 될까.

2016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이혁진 작가는 “사랑이 다른 감정과 다르다면 결국 우리를 벌거벗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라며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벌거벗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