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출판업계 새로운 소용돌이, 1인 출판사

불황 출판업계 새로운 소용돌이, 1인 출판사

  • 기자명 박상건 기자, 하채연 대학생기자
  • 입력 2019.04.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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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토론과 기획을 통한, 새로운 책 만들기 변화 물결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하채연 대학생기자] 종합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던 출판계 지형이 변하고 있다. 개인의 사유와 삶이 다양해지면서, 출판사도 ‘특색’있고 전문 분야의 책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1인 출판사들 붐이 형성됐다. 1인 출판사는 출판의 과정을 1인이 모두 소화해내는 ‘1인 기업’이다. 독자들과 소통부터 마케팅,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 1인 출판사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텀블벅 메인화면
텀블벅 메인화면
텀블벅 펀딩
텀블벅 펀딩
하나의 책 대표 원하나씨
하나의 책 대표 원하나씨

1인 출판사 ‘하나의 책’을 운영하는 원하나 씨는 편집자, 기자 등 여러 직업을 거쳐 새로운 이 길로 접어들었다. 그녀는 지인들과 함께 2012년 1인 출판사를 차렸다. 여행, 에세이 분야를 주로 출판하다가 최근 철학, 고전,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모임 기획에 주력하며 한 달에 60여명 정도가 참여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에 비중을 둔다.

‘책 덕후’라는 별명을 가진 유하나 씨는 80세까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책이 조금 더 독자 곁으로 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느끼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출판 섹션에서는 매력적인 책들이 상시로 업데이트 된다. 1인 출판사들이 만든 책들을 사이트에 직접 올려 후원하고 판매하면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텀블벅을 통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 책을 출간하는 1인 출판사 ‘아브락사스’ 대표이자 작가인 ‘루엔’을 만나 1인 출판사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현재 ‘신화사전’을 진행 중이죠?

- 네, 텀블벅에서 ‘한국 판타지 시리즈: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우리 신화 사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본래 작년 말부터 ‘아름다운 우리 신화 사전’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출간을 도와줄 기성 출판사들에게 문의했지만, 신인작가로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다른 대안을 찾고 있었죠. 그러던 중 텀블벅이라는 사이트가 눈에 띄었어요. 간간히 재미있는 책이나 아이디어상품이 있는 곳인데, 1인 출판사가 만든 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들었죠. 실제 1인출판사가 만든 책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출판사 등록하고, 1인 출판사로서 텀블벅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1인 출판을 통해서 얻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1인 출판 프로젝트는 제 스스로의 도전장입니다. 제가 써보고 싶은 주제에 관해 열심히 배운 후, 그에 대한 지식을 보기 좋게 책에 담아 사람들과 나누는 것, 이것이야 말로 제가 진정 으로 이루고 싶은 거죠.

1인 출판사의 생태계가 궁금해요.

- 1인 출판하는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출판합니다. 책표지 디자인은 다른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맡기고, 저는 조금 더 유리하게 만화창작과, 산업디자인과를 나온 터라 편집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편이죠. 이런 장점을 이용해 책의 모든 디자인까지 제가 해내고 있어요.

출판계가 불황인데 굳이 출판 일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호황은 아니지만 책이라는 것은 희미하나마 늘 빛이 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독서 말고도 취미종류가 굉장히 넓어져 책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을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또한 언젠가 다시 출판계가 호황을 맞이할 거라 굳게 믿고 있고요.

텀블벅이라는 매개를 자주 사용하시는 편인지,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인지 궁금해요.

- 텀블벅은 1인출판사에게 차별 없이 대우해주고 사업자금 부담이 거의 없어요.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들도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창작자 생산품에 대해 후원자들이 먼저 자금을 조달해주고, 상품을 만들면 전달합니다. 목표 금액이 미만일 경우 프로젝트가 실패한 셈이죠. 하지만 창작자와 후원자에게 어떠한 결재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저 같은 1인출판사가 텀블벅을 마다할 이유는 없죠.

출판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따오나요?

- 유년시절 희귀한 자료 모으는 것을 좋아했어요. 장래희망이 판타지작가이기도 하고요. 원석의 효능과 색깔의 역사, 오컬트부터 시작해서 여러 판타지자료들도 많이 모았어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법하면서도 비주류랄까요? 하지만 그만큼 특이성 있는 소재를 어렸을 적 체험과 흥미로부터 비롯돼 하나의 소재가 됩니다.

출판계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출판인은 출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돈 되는 것을 위주로 내도록 할 것입니다. 비꼼과 부정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당연한 거죠. 하지만 그 옆에 비주류 책이나 1인 출판사들이 만든 책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처럼 출판계의 지형은 1인 출판사를 통해 작지만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 물결은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지만 이런 강단 있는 사유와 볼거리로 무장한 책 만들기에 동분서주하는 출판인들로 인해 비롯된다. ‘책 읽는 것’이 단순한 지식 함양과 교양 높이기인 세상은 지났다. 1인 출판사들이 그렇게 변한 지식문화의 새로운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다.

[1인 출판사 책]

아름다운 우리신화 사전 책 이미지
아름다운 우리신화 사전 책 이미지

희귀한 한국 신화여행,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우리신화 사전』

웹툰 만화 작가 루엔이 기획하고 그가 운영하는 ‘아브락사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올 책이다.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꿈이 작가였다. 스토리 구성법, 서사학, 우리나라 민담과 외국의 민담과 신화에 대해 연구했다. 더불어 만화창작과 전공인 작가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우리나라 신화는 ‘건국신화’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바리데기, 대별왕, 소별왕 등 또 최근 개봉한 ‘신과 함께’까지 한국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한국 신화에 대한 사전을 편찬하기 시작했고, 완성했다. 대별왕, 소별왕 이야기가 우리의 것인지 알지 못했다면, 다른 신화들도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1인 출판사 단행본
1인 출판사 단행본

출판사와 독서모임 간 소통을 통해 완성된 『모두의 독서』

2017년 출간돼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이 책은 2014년 독서모임을 시작한 1인 출판사 ‘하나의 책’ 대표가 회원들의 스토리에 힌트를 얻어 기획했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책을 대하고, 책을 통해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회원들은 각자 개성 있는 독서 스토리도 가지고 있었다.

신문 기자, 북 코디네이터, 초등학교 교사, 방송국 PD로 활동하는 이 책의 저자들은 평범한 생활인이다. 하지만 그녀들만의 확실한 연결고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책과 독서모임. 세상에 휩쓸려 때로는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책과 독서모임은 온전한 나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하는 매력적인 존재다.

이 책은 책과 독서모임에 빠진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어떻게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는지, 나만의 독서 방법과 취향은 무언지, 필요한 순간 찾는 책은 무언지 등 각자의 독서 기록을 통해 독자는 본인과도 연결되는 독서의 이야기를 발견할 것이다. 작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독서’가 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박소영 이화정 지은이 한선정, 하나의 책, 204쪽)

하채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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