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쿠바야구와 트럼프

[해외화제] 쿠바야구와 트럼프

  • 기자명 김백상 기자
  • 입력 2019.04.17 08:2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지면 사진
17일자 데일리스포츠한국 지면 사진

[뉴욕 =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특파원] 쿠바 야구가 트럼프정부의 ‘오바마 뒤집기’ 유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쿠바 선수들의 미 프로야구 진출을 위해 메이저리그(MLB)와 쿠바야구연맹(BFC)이 지난해 12월 맺은 협약을 무효화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5년 오바마정부가 쿠바와의 국교 수립을 맺은 이래 쿠바 선수들의 합법적인 영입을 추진해왔다. 전통적인 아마야구 최강 쿠바는 미국의 제재 봉쇄로 지난 수십년간 많은 우수 선수들이 목숨을 건 탈출로 제3국을 통해 꿈의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범죄조직에 의해 인신매매 범죄에 희생이 되는 인권문제들이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양국이 정상적인 외교수립을 했으니 선수들도 다른 나라처럼 합법적 테두리에서 진출하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MLB는 쿠바선수들과 계약을 맺을 경우 연봉외에 계약보너스를 지급하고 BFC에는 그 중 25%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BFC가 쿠바 정부 산하기구이기 때문에 현행 무역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트럼프정부는 BFC에 돈을 지급하는 것은 쿠바 정부에 의한 인신매매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애당초 트럼프정부는 미국이 정권전복을 꾀하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쿠바가 지원한다는 점에서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쿠바는 육로로 연결된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미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나라다. 플로리다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쿠바 수도 아바나까지 90마일(144km)에 불과하다. 친미 바티스타 정권때만 해도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었지만 피델 카스트로가 사회주의 혁명정부를 수립하면서 반세기동안 국교가 단절되었고 강력한 외교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인구 1100만명의 쿠바는 전통적인 스포츠 강국이다. 1970년대부터 소련 동독과 함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주름잡았다. 철권 테오필로 스테벤손은 72년, 76년, 80년 올림픽을 제패했고 남자육상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1993년 수립한 높이뛰기 세계신기록(245cm)은 26년째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단체종목으로는 여자배구와 야구가 대표적이다. 쿠바는 오랜 세월 반미주의를 표방했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의 국민오락(National Pastime)으로 불리는 야구는 국기나 다름없다. 젊은 시절 카스트로가 잠시 투수로도 활약했을만큼 지도자의 야구사랑이 한몫 했을뿐더러 일찌감치 미국 야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쿠바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화려함 그 자체다. 월드컵에서 우승이 무려 25회, 준우승 4회, 4강 2회의 성적을 거뒀고 올림픽에서는 5번 모두 결승에 올랐다. MLB 현역스타로 신시내티 레즈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를 비롯, 시카고 화이트삭스 1루수 호세 아브레이유, 뉴욕 메츠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등이 있다.

쿠바의 젊은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게 되었다면 MLB의 판도변화와 흥행성 제고는 물론, 다른 선수들의 몸값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값싸고 뛰어난 잠재 경쟁자들이 줄어듦으로써 MLB의 또다른 젖줄 노릇을 맡은 한국 일본 대만의 유망주들의 가치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BFC는 MLB와 계약이 가능한 17∼25세 선수 34명의 명단을 발표했지만 협약 무효화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 이들이 미국에 가기 위해선 과거처럼 제3국으로 생명을 건 밀항을 하거나 인권 착취를 감수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정부의 결정이 미국의 국익이든, 감정적 판단이든 안타까운 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할리 없는 쿠바의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도 이같은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미국이 인권유린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살 것이라는 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