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팝아트로 만나는 화가 안태영

따뜻한 팝아트로 만나는 화가 안태영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4.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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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에 담은 할머니의 사랑

할머니가주신왕사탕116.8cmx72.7cm Oil on canvas2017
할머니가주신왕사탕116.8cmx72.7cm Oil on canvas2017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작가 안태영이 현재 몰두하고 있는 두 가지의 이미지는 ‘조각보’와 ‘알사탕’이다. 조각보와 알사탕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는 알사탕이라는 소재가 자신에게 왔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그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손수건에 각양각색의 알사탕들을 싸놓았다가 건네주시고는 했다. 모든 것이 풍부하지 못하던 시절, 할머니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이었다.

안태영의 작품은 현대미술 안에서 ‘하이퍼리얼리즘’ 계열이다.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리얼리즘으로, 특히 ‘팝 아트’의 강력한 영향으로 일어난 운동이다.

하지만 안태영의 작품들이 ‘팝아트’의 가벼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그 작품들이 품고 있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관조 때문이다.

할머니가주신왕사탕72.7cmx53.0cm Oil on canvas 2018
할머니가주신왕사탕72.7cmx53.0cm Oil on canvas 2018

안태영의 작품은 정조가 느껴지는 ‘따뜻한 팝아트’로 그의 ‘할머니가 주신 왕사탕’ 시리즈는 초기작에서 점점 변용, 발전되어 온 이미지다. 미술적 이미지는 한편의 詩가 된다. 백호가 넘는 화면을 가득 채운 알사탕 하나는, 단순한 알사탕이 아니다. 선명하고 세련된 초록, 스칼렛 본연의 색채와 명징한 형태가 마치 우주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별똥별 같기도 하고, 커다란 초록색 꽃 같기도 하고, 난생설화(卵生說話)를 품고 있는 깨지기 직전의 알(卵)같기도 한다.

빛과 어둠을 품고 있는, 설화를 품고 있는 알사탕. 그가 선택한 이미지인 알사탕과 조각보는 한국인의 근원적인 심정을 건드린다. 잊고 있었던 이미지가 현대의 화폭에 되살아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 추억들이 이야기가 되고 설화가 된다.

“빛이 어떻게 형태(形態)를 품을 것인가. 어둠이 어떻게 색채(色彩)를 품을 것인가. 이미지가 어떻게 설화(說話)를 품을 것인가.”가 그의 화면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기호들이다.

작가의 ‘할머니가 주신 왕사탕’은 또 다른 시작으로 힘겹게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차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청년작가 안태영에게 높고 푸른 하늘같은 예술적 풍경이 펼쳐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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