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회화성을 조각에 담다...조각가 고재춘

[숨은그림찾기] 회화성을 조각에 담다...조각가 고재춘

  • 기자명 유승철 기자
  • 입력 2019.03.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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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인간존재 탐구

늘 그날처럼(Always, like that day) 55×62×71cm, Stenress still
늘 그날처럼(Always, like that day) 55×62×71cm, Stenress still

[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조각가 고재춘의 예술세계는 발굴 시리즈와 조합된 신체 시리즈, 일상적인 풍경과 잉태 시리즈로 나뉜다. 이 시리즈들은 석재에서 철판으로 재료가 달라진 점이 두드러진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존재와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적 관심이 차이점을 넘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다.

발굴 시리즈는 현실에 없는 것을 현재 위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은 발굴 밖에 없으며, 그것은 과거와 역사, 내면으로부터 존재의 원형에 해당할 무엇을 캐내는 것이다. 발굴 시리즈에 반영된 고재춘의 조각은 고대유적을 연상시키며, 마치 자기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캐내어 풍화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압축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여인의미소 (Woman’s smile) 59×34×35cm, Stenress still
여인의미소 (Woman’s smile) 59×34×35cm, Stenress still

조합된 신체 시리즈로 분류되는 작품에서 작가는 부분과 부분의 집합으로 전체 신체를 재구성하며, 자신의 조각이 기댈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끌어오고 있다.

이는 해체된 신체의 발상이 부분인식과 파편화된 인식으로 뒷받침되는 후기 모더니즘 인간을 표상하고 있으며, 세계도 파편화돼 있고 인식도 파편화돼 있어서 다만 부분적이고 지엽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을 뿐이라는 소위 불완전인식이 후기 모더니즘 인간을 지지하고 있다.

웰컴 투 해피바이_스테인리스 스틸
웰컴 투 해피바이_스테인리스 스틸

조합된 신체 시리즈로 묶이는 작가의 조각은 이처럼 생물학적 사실과 기계주의 미학에 대한 공감과 함께 후기 모던의 인문학적 성과를 하나로 녹여내고 있다.

일상적인 풍경과 잉태 시리즈에서 작가는 조각의 어휘를 확장시키고 있다. 작가는 평면성과 회화성을 계기로 자신의 조각을 정통 조각의 문법이며 어휘로부터 멀찌감치 떼어 놓으면서 조각을 재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근작에 나타난 작가의 조각은 조각이면서도 회화처럼 보인다.

잉태1-6 (Pregnancy) 27×27×33 Stenress still
잉태1-6 (Pregnancy) 27×27×33 Stenress still

그동안 존재의 원형을 찾아서, 인간의 존재론적인 조건을 찾아서 다소간 관념적인 길을 탐색하다가 마침내 일상이라는 현실 위로 정박했다고나 할까?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록 거창하지는 않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며 뚜렷한 현실로 인해 관념으로 재구성된 현실인식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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