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유승철 기자] 오늘날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로 설명될 수 없다. 백향기 작가는 오랜 기간 동안 작업의 대상으로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초기의 작업은 잡초와 흙, 모래, 줄기와 이파리가 모두 어우러져야 비로소 꽃이 된다는 자연의 통합성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를 자연의 향(香)이라는 주제로, 자연 자체는 서로 얽혀져 있는 중첩성의 이미지(Interwind Image)를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화폭에서 서로 중첩하고 관입하면서 꽃과 이파리, 줄기, 흙과 모래들이 인간의 실루엣을 형성한다.
또한 다양한 질료들을 혼합해 단순히 캔버스에 페인팅하는 것이 아니라 문지르고 번지고 흘리고 덧칠하는 등의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한다.
백향기 작가의 작업에서 자연의 이미지들은 형체의 분절과 파편화된 빛으로 재구성된다. 그 이미지들은 빛이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형태들과 분절된 색면을 통해 반구상(半具象)의 형태로 이전한다. 이들은 혼합된 재료에 물감을 흘리거나 부어서 만드는 드리핑 기법을 통해 다양한 질감을 갖는 유동적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을 통해 우연적이며 혼재된 조형 요소들은 반복과 중첩이 이루어지면서 느낌에 따라 사람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하며, 새나 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프랙탈(fractal)이라 할 수 있다. 부분에 전체가 들어있고, 전체가 부분의 동일한 확장이 그의 그림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자연과 인간의 중첩적인 이미지는 그러한 점에서 도가적(道家的)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통합적인 인식으로 조명되어야 비로소 실존할 수 있으며, 이는 총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의 작업을 통하여 단순히 꽃이 반구상화하는 표현상의 문제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총체성의 회복이라는 지속적인 탐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시적인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자신의 화두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기에 그러하다.
작가는 하나의 꽃이 혼자 꽃일 수 없듯이 그리는 일도 혼자만의 작업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혼자일 수 없는 것처럼 서로 교류하고 격려하며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약력
백향기 (Baik, Hyang-Ki), 白 香 基
한남대 서양화전공 졸업, 인천대학교교육대학원 졸업.
University Plus Drawing Program 수업, Texas A & M University
개인전 44회(서울, 대전, 울산, 부산, 중국, 프랑스, 독일 등), 단체전400여회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30여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대상 수상
목원대, 중부대, 혜천대 강사역임, 사)한국조형미술협회 대표이사역임
현재 : 대전여성미술가협회 회장, 사)한국창조미협대전지회장,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대전서구문화원, 유성구문화원강사, 중도일보(중도시평)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