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결산

2019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결산

  • 기자명 이상민 기자
  • 입력 2019.03.06 10:57
  • 수정 2019.03.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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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신청자 15명 중 14명이 계약 성공...노경은은 메이저리그 도전

LG로 이적한 김민성. <사진 = 연합뉴스>
LG로 이적한 김민성. <사진 = 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이상민 기자] 길었던 프로야구 FA시장이 문을 닫았다. 유일한 미계약자 김민성이 5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LG로 이적하며 모든 선수들이 계약을 완료했다.

2019 FA 시장의 분위기는 어느 해 보다 차가웠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노경은을 제외하면 FA 권리를 신청한 15명 중 14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10명이 해를 넘겨 계약을 맺었다.

FA 1호 계약은 우려와 달리 일찌감치 나왔다. 시장이 개장된 후 7일 만인 지난해 11월 28일 모창민이 NC와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

일주일 뒤 SK 최정과 이재원이 각각 6년 106억 원, 4년 69억 원에 계약 소식을 알렸다. 12일에는 ‘최대어’ 양의지가 4년 125억 원에 NC에 둥지를 틀었다. 열흘 만에 4명이 계약에 성공하며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결국 10명이 2018년에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다. 길었던 침묵은 새해 들어서도 20일이 지난 후에야 깨졌다. 1월 20일 박용택이 원소속팀 LG와 2년 총액 25억 원에 계약 소식을 알렸다. 40일 만에 성사된 계약이었다.

이후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스프링캠프가 다가오자 구단과 선수들은 하나씩 조건을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열흘 사이 8명이 원 소속팀과 계약을 맺었다.

이번 이적시장의 특징은 구단들이 무리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서 협상을 했다는 점이다. A급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박 계약이 없었다. 이는 최근 이적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의지는 4년 125억 원에 NC로 이적했다. <사진 = 연합뉴스>
양의지는 4년 125억 원에 NC로 이적했다. <사진 = 연합뉴스>

구단들은 비시즌 기간 전력을 보강을 위해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 여기서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시즌의 성패가 좌우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구단들이 협상에 무리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다. FA 선수를 데려온 팀은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300% 또는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을 원 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여기에 유망주를 보호선수에 묶지 못한다면 타 팀에 허무하게 내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FA 보상 규정에 각 구단들이 운영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이적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또 다른 이유는 ‘베테랑 홀대’ 현상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내부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확실한 대형 FA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가 아닌 이상 투자에 소극적이다. 그 여파로 베테랑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기 어려워졌다.

몸값은 비싸고 나이는 황혼기를 향해 가고 있다. 여기에 유망주까지 보상선수로 내줄 수 있다. 값어치를 하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구단에게는 치명타다.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베테랑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결국 몸값이다.

FA 시장이 거품이라는 인식도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FA 시장은 숱한 거품 논란을 일으켰다. KIA 최형우가 사상 처음으로 몸값 100억 원을 돌파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해서 돌아온 황재균이 88억 원을 받는 등 많은 비난을 샀다. 여론도 이에 공감하고 있어 구단도 무리하게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4년 125억 원의 양의지, 6년 106억 원의 최정을 비롯해 올 겨울 FA 선수 14명의 계약 총액은 490억 원이다. 이는 3년 전 FA 계약 총액 836억 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프로야구 이적시장은 2016년 836억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698억, 2018년 601억으로 점점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SK와 재계약한 최정과 이재원. <사진 = 연합뉴스>
SK와 재계약한 최정과 이재원. <사진 = 연합뉴스>

F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연봉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오랫동안 상승하던 KBO리그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11년 만에 감소했다. KBO에 따르면 올 시즌 국내 선수 501명의 연봉 총액은 약 75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6억 원 감소했다. 선수 연봉 총액이 줄어든 건 지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억대 연봉 선수도 지난해보다 8명 줄어든 156명으로 8년 만에 감소했다.

이적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KBO와 선수협은 지난해 FA제도 개선을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 입장만 확인한 채 진전 없이 끝났다.

좀 더 나은 이적시장을 만들려면 KBO와 선수협이 머리를 맞대고 FA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은 더 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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