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민 칼럼> 스포츠 지도자의 고용 불안 관점에서 본 스포츠계 비리 문제

<유재민 칼럼> 스포츠 지도자의 고용 불안 관점에서 본 스포츠계 비리 문제

  • 기자명 이수경 기자
  • 입력 2019.03.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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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스포츠분야 폭력, 성폭력 완전한 근절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스포츠분야 폭력, 성폭력 완전한 근절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러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소 생소한 종목이었던 컬링 종목에 출전한 ‘팀킴’의 선전이었다. 비록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하였지만, 국민들은 컬링의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도 자랑스러웠고, ‘팀킴’의 올림픽 출전 전까지의 연습 여정을 들으면서, ‘팀킴’의 은메달 획득에 갈채를 보냈다. 그런데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팀킴’이 제기하였던 컬링 지도자들의 비리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하였다. 스포츠계의 관행처럼 만연한 폭력 문화가 폭로된 것이 두 달 전이고, 성폭력 사건의 폭로로 스포츠계가 충격에 빠졌던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런데 스포츠계는 또 다시 지도자들의 비리 문제와 선수들의 인권 침해 문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스포츠계와 관련한 뉴스를 살펴보면, 스포츠 스타의 개인적인 일탈과 관련한 뉴스보다는 스포츠 지도자인 감독이나 코치와 관련한 뉴스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지 마치 최근 문제되고 있는 스포츠계의 여러 사건·사고의 원인이나 구조적 문제의 주된 원인은 스포츠 지도자의 개인적 일탈이나 인격 결함 때문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최근 일련의 스포츠계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포츠 지도자의 인격 함양이나 인식 전환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 언론이 스포츠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정신 승리’를 하여 경기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는 것을 미덕으로 소개하고 찬사를 보냈던 것처럼, 최근의 스포츠계 문제 해결 역시 스포츠 지도자들의‘인격’이나 ‘인식’의 문제로만 단순화하여 또 다시 ‘정신’으로만 해결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스포츠 지도자들의 각종 비리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스포츠 지도자들의 ‘인격’이나 ‘인식’의 문제 역시 원인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고, 이에 대한 개선과 필요한 교육의 강화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스포츠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비리의 배경을 이해함에 있어 오래 전부터 스포츠 지도자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의 개선과 안정적인 고용 촉구를 주장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체육지도자’를 학교·직장·지역사회 또는 체육단체 등에서 체육을 지도할 수 있도록 법에 따라 스포츠지도사 등 자격을 취득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학교·직장·지역사회 또는 체육단체에서 활동하는 ‘체육지도자’의 정확한 통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월 급여를 받고 활동하는 체육지도자의 수는 7,000여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월 급여를 받는 체육지도자 중 계약직이 아닌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고, 이들이 받는 월 급여 역시 최저임금액과 비슷한 월 170 ~ 18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수의 스포츠 지도자들은 개인 레슨을 하여 추가 수입을 얻거나, 개인 레슨에 대한 수요가 없는 종목의 스포츠 지도자들은 본업인 스포츠 지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생활을 하고 있다.

스포츠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지도하고 있는 팀의 성적에 따라 계약의 갱신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팀의 성적을 위해서 무리하게 훈련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또한,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불법 찬조금이나 입시 비리 등 ‘한탕’을 노리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이들은 일관되게 무기 계약직 전환 등 고용의 안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의 주장은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간제법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 지도자들의 근속년수가 2년을 넘는다면 무기 계약직 근로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6호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기간제법 시행령에서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체육지도자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를 무기계약직 전환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선 학교의 운동부 감독이나 코치는 근속년수가 10년이 넘어도 계속 계약직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1월 스포츠 지도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사건에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득하지 아니한 운동부 코치에 대해서도 위 예외조항이 적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스포츠 지도자들 전부가 기간제법 예외 조항의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스포츠 지도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기 어렵다. 물론 기간제법의 예외 규정에 따라 스포츠 지도자들은 2년 이상의 장기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스포츠 지도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간 계약 자체가 강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포츠 지도자들과 장기간의 계약을 체결할 고용주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법조 격언 중 ‘배고픈 변호사가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마찬가지로 고용이 안정되지 않고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선수들을 대하며 지도자로서 검소하게 생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정신승리’강요가 아닐까. 스포츠 지도자들의 비리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을 것이지만, 스포츠계의 비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스포츠 지도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 및 법 개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재민(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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