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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칼럼> 5·18 공청회를 둘러싼 논란, 소동인가 논쟁인가
  • 한은경 ysk7474@daum.net
  • 승인 2019.02.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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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왼쪽)과 5.18 유족단체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각각 집회하던 중 충돌하고 있다.

지난주 한 야당 의원들이 주최한 소위 ‘5·18 공청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인 듯하다. 그 하나는 그 공청회에서 제기된 ‘5·18은 폭동’이라는 주장이다. ‘5·18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원천’이고 그것은 절대불변의 성역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되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5·18 유공자들의 정체에 대한 의혹제기이다. 거의 4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왜 유공자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지 명단을 공개하고 한번 살펴보자는 말이다. 이 주장 또한 “5·18의 진정한 주체 혹은 주동세력이 과연 누구였나”라는 질의를 내포하고 있다. 명단에 실린 유공자의 인적사항을 분석하면 누가 그 사건에 어떤 식으로 개입하고 활동했는지 개개인의 영역까지 세세히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그 당의 원내대표가 당의 공식입장과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사단이 되어 또 다른 논란을 부르는 모양새다. 결국 소위 5·18 공청회 소동(?)의 핵심은 한마디로 “5·18의 진실한 팩트는 무엇이고 본질은 무엇이냐?”에 대한 ‘다양한 사실’과 ‘다양한 해석’의 극심한 충돌인 셈이다. 시민적 교양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람직한 논쟁이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한마디 덧붙이면, 이 소동은 칠레의 ‘아옌데 vs 피노체트’ 사건을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이 두 사건은 공히 특정 역사적 사건을 구성하는  팩트를 발굴하는 문제에서부터 온당한 해석을 결정짓는 과정까지 매우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상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이 사건에 대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고 그 다음에 좌파 및 우파적 시각, 그리고 학술논문의 연구내용을 비교해서 살펴본다. 

[출처브리태니커 백과사선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 1970년 9월 아옌데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바쁘게 칠레를 사회주의적 국가로 개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기업 소유의 구리광산을 아무런 협상도 없이 몰수한 일을 시작으로, 많은 민간기업 및 외국기업 소유의 광산과 제조업체, 그리고 다수의 대규모 농장을 국유화했다. 이와 함께 노동자의 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시장의 상품가격을 강제로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서 시장경제는 급격한 인플레, 식량부족, 제조업 생산의 붕괴와 같은 극도의 침체와 혼란에 빠졌고,칠레의 국제신용도는 추락했으며 재정은 고갈되었다. 이와 동시에 사회 전반에 걸친 노동자의 파업은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아옌데를 대통령으로 만든 급진 좌파 세력들은 상층 자본가와 기업에 대한 공격이 마무리되면서 그들의 적대적 공격을 점차 중산층까지 확대했다. 이에 칠레 군부는 피노체트를 중심을 쿠데타를 감행하고 연이어 대대적인 좌파 세력의 숙청에 나섰다. 아옌데는 대통령궁이 공격받는 와중에 자살로 그의 생을 마감했다.

[칠레의  학술연구를 통해본 분석1970년 9월, 아옌데가 집권하기 이전 10년간 칠레는 연평균 4.4%의 꾸준한 GDP 성장율을 기록하며 남미에서 가장 탄탄한 경제성장과 민주정치를 누리는 국가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아옌데가 집권한지 1년 만인 1972년, 칠레경제는 GDP성장율 -1.2%, 인플레율 163.4%, 쿠데타로 축출된 1973에는 성장율 -5.0%, 인플레율 508.1% (칠레 중앙은행 자료)라는 최악의 결과에 직면했다.

[한국 인터넷에 떠도는 좌파적 관점의 진술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남미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아옌데는 굶주림에 허덕이던 민중, 특히 영양실조로 고통받던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복지정책 실현을 위해 진력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으로 기득권 상실을 염려한 칠레의 지배계급과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쿠데타로 무너졌다. 그의 경제개혁은 단기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사회주의 정책에 반감을 품은 다국적 기업들과 자본주의 강대국은 칠레에 대한 경제투자를 끊기 시작했다. 그 결과, 칠레의 인플레이션율은 140%에 이르렀고 정부 예산 적자는 치솟고 외환보유고는 떨어지는 등 칠레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 인터넷에 떠도는 우파적 관점의 진술]  칠레의 시민들은 중산층까지 테러의 대상으로 삼은 아옌데의 비밀지하조직인 ‘좌익혁명운동’에 의한 테러와 굶주림의 공포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불야성처럼 밤새 휘황찬란하게 밝혀졌던 수도 산티아고는 단 1년 만에 유령의 도시처럼 황폐해졌다. 길거리 상가는 텅텅 비었으며 여기저기 노숙자와 쓰레기가 함께 뒹굴었다. 도시 곳곳 주유소와 빵 가게 앞에는 절망적인 표정의 사람들이 기나긴 줄 속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이와 같이 전혀 다른 다양한 해석 속에 부유하는 자칭 ‘팩트들’이 얼마만큼 진실하고 순수한 팩트일까? 과연 인간의 지각은 순수사실을 인식하고 절대적으로 올바른 해석을 수행할 능력이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은 우리를 품고있는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제기된다. 자연은 온갖 사물과 현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순수한 사물 혹은 팩트 그 자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런 순수하고 실재적인 사물이 존재하고는 있는 걸까, 인간지각능력은 한 사물, 혹은 한 사건 현상이나마 총체적이고 완전하게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런 회의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물, 사건, 혹은 현상의 본질적 성격을 규정하고 정의 내리는 일은 인류사에서 언제나, 그리고 당연히 행해져 온 언어화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이 행하는 언어화 작업은 개별로 쪼개져서 경험되는 현실을 언어라는 도구를 통하여 개념화함으로써 각각의 경험이 가진 개별성을 극복하고 전체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게 한다. 그 결과 개별적 개념은 보편적 지식의 형태로 누적되고 그러한 인간의 특성이 인류를 다른 동물과 완전히 차별되는 다른 종으로 발전시켜온 근본 동력이다. 이러한 작업은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부터 스피노자, 칸트, 헤겔을 거쳐 오늘날의 화이트헤드, 푸코, 레비나스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철학자들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고민이었다. 좋게 말하면 이러한 전형적인 철학적인 고민이 2019년 벽두의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는 셈이다. 시민적 교양의 수준을 좀더 향상시킬 좋은 기회이다. 물론 그것이 건전한 논쟁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폭력적 언사와 우격다짐으로 시종일관하는 한 그것은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야단법석 소동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소동질만 계속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야만에 머물게 하고 시민적 교양의 향상을 저해하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한은경(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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