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와 유자 맛 그리고 이순신 마지막 본영, 고금도

매생이와 유자 맛 그리고 이순신 마지막 본영, 고금도

  • 기자명 박상건 기자
  • 입력 2019.01.30 07:22
  • 수정 2019.04.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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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22 고금도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고금도는 전남 완도군에 소속된 섬이다. 전남 최남단에 위치한 완도군은 3개 읍과 9개 면소재지로 이루어져 있다. 고금도는 면단위 섬이지만 완도읍 본섬을 제외하고 가장 크고 넓은 섬이다. 3개 유인도와 13개 무인도를 거느리고 있다.

고금도 노을 바다의 어선(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 노을 바다의 어선(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 방파제 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 방파제 등대(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 면적은 46.52㎢, 해안선 길이는 80.30㎞이다. 북쪽으로 강진군이 있고, 동쪽에 약산도, 남쪽에 신지도, 서쪽에는 완도 본섬이 있다. 고금도 수심은 그리 깊지 않아 갯벌이 아주 풍부하다. 덕분에 다양한 해조류와 물고기들이 서식한다. 산세 또한 그리 높지 않아 구릉이 없고 평탄한 평지가 많다. 그래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많다. 2018년 12월 현재 2,378세대 4,532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고금도는 ‘고이도’라고 불리다가 차차 그 음이 변해 고금도(古今島)라 부르게 됐다. 고금도는 반농 반 어촌이다. 이곳이 섬인가 싶을 정도로 섬 안 풍경은 드넓은 들판이다. 들에는 미곡, 유자, 풀 향기가 가득하고, 한편으로는 갯내음이 어우러져 남도의 색다른 맛과 멋을 뽐낸다. 해안가의 풍부한 일조량과 청정한 해풍을 맞으며 속 깊게 기름진 땅은 풍년농사를 기약한다. 특히 유기농 유자농사는 고금도의 특화사업 중 하나이다.

고금도 유자(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 유자(사진=섬문화연구소)

겨울에도 푸른 잎 사이로 노란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은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 기름진 땅이 그 비결이다. 유기농 유자농사를 짓는 김재광 씨는 “고금도에는 40여 농가가 유자농사를 짓는데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살균제나 살충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고금도 유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 재배 품질인증을 받은 청정식품”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유자 농사 신지식인으로 불린다. 그는 고금도에서 태어나 1만2000평의 황무지를 개간해 수십 년째 유자농사를 지었다. 성공의 결정적 단서는 100% 수입 사료의존에서 탈피하겠다는 발상의 전환 때문. 고금도 자생 솔잎과 해안에 버려진 굴 껍데기, 유자 찌꺼기를 발효시켜 국산 가축사료를 개발했고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 토양의 농산물 소재를 바탕으로 유자상품을 만들었다. 이후 특허를 받아 농림부의 지원으로 최신식 진공농축기를 마련해 저온상태에서 맛과 향을 저장해 사계절 다양한 유자제품을 생산했다. 그렇게 개발한 유자잼, 유자청, 유자고추장 상품은 대성공이었다.

여행객들은 이런 농원에서 유자 향기를 맡으며 유자 따기 체험을 해보고 재배 방법 등을 들은 후 씨를 빼고 저민 후 설탕과 버무려 유자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유자를 적당히 재어 버무린 후 유리병에 담아 놓고 한 스푼씩 컵에 넣고 물을 부으면 그대로 유자차가 되는데 이 체험프로그램이 여행객들에게 인기이다. 유자 과원 주위로는 동백, 귤, 비파나무 등이 숲으로 이뤄져 이국적 멋을 연출하기도 한다.

고금도특산물 매생이굴
고금도특산물 매생이굴
고금도 삶과 역사의 흔적인 굴껍데기들(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 삶과 역사의 흔적인 굴껍데기들(사진=섬문화연구소)

유자 농사 외 고금도 사람들은 주로 김과 미역 양식을 한다. 그리고 전복, 굴, 조개 등 패류를 양식하거나 채취하며 산다. 주낙이나 그물로 도미, 넙치 등을 잡기도 한다. 청정해역에서 잡은 어류와 해초류는 모두 비싼 값에 판매돼 고금도는 고소득농어촌에 속한다.

고금도는 천혜의 섬 환경을 타고나 서울에서 무박2일로 즐겨 찾는 여행자들이 많다. 완도 장도(청해진)에서 해돋이를 감상하고 장보고 유적지 여행을 마친 후 금일도, 생일도, 금당도, 신지도, 강진, 해남 등 문화유적지 코스와 연결한 고금도 패키지여행 상품이 인기다.

농어촌의 향기와 문화 유적지 여행 외에도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섬이기도 하다. 고금도는 대륙붕이 발달하고 난류가 북상한 지점이라서 어족이 풍부하다. 주로 참돔, 감성돔, 농어, 능성어, 돌돔, 가자미가 많이 잡힌다. 섬 주변이 거의 해태, 미역 양식장이어서 물고기 서식지로 안성맞춤이다. 봉명리, 장항리, 상정리, 덕동리 등이 낚시 포인트. 낚시 후에 맛보는 싱싱한 회, 매운탕 맛이 그만이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으로 가슴 아픈 사랑도 눈이 먼 슬픔도 소리에 승화시킨 영화 ‘천년학’ 촬영지이기도 한 고금도의 또 다른 특산품이 매생이이다. 매생이는 섬사람들의 질곡의 삶과 함께 해왔다. 겨울 바다에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채취하던 매생이는 김 양식장 김발에서 김, 파래에 함께 자라는 해초이다. 실처럼 아주 가늘고 부드럽다. 수심이 너무 깊어도, 너무 얕아도 기온이 너무 높아도 낮아도 서식하지 못한다. 채취 후에도 건조하거나 저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장거리 운송이 어려워 서울 등 대도시 한정식집이나 호텔에서 특식으로나 만나던 해산물이다. 물론 고금도와 완도 일대에서는 인심이 후해 일반 식당에서도 쉽게 찬거리 내준다.

매생이 요리방법은 갓 채취한 것의 짠 물기를 짜낸 뒤 곱게 머리를 쓰다듬듯 타원형으로 가지런히 한 다음 냄비에 넣고 참기름을 적당히 뿌린다. 약한 심지의 불빛으로 데우면 뻣뻣한 듯했던 매생이는 부드럽게 풀린다. 이 과정에 짭짜름한 물기가 우러나와 양념이 된다. 반죽한 죽처럼 얽힌 독특한 매생이 국이 된다. 여기에 생굴을 넣어 향기와 맛을 우려낸다. 매생이국은 소화가 잘되고 무기질이 풍부하다. 고금도 매생이는 없어서는 못 팔정도로 인기가 좋다. 현지 주민이나 포구 주변 식당에 주문하면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충무공 유적지 묘당도(사진=섬문화연구소)
충무공 유적지 묘당도(사진=섬문화연구소)
청정바다 양식장(사진=섬문화연구소)
청정바다 양식장(사진=섬문화연구소)

고금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유서 깊은 섬이다. 1598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수군 8000명을 이끌고 고금도 덕동리에 본영을 설치해 흐트러진 진영을 정비하여 왜적을 전멸하기 위한 발판을 삼았다. 당시 충무공은 아군에 비해 왜군의 기세가 너무 당당하자 이를 격파하려는 전략으로 본진 앞 해남도라는 섬을 이용했다.

충무공은 노량해전에서 숨을 거뒀고 그 유해는 3개월 동안 고금도에 모셔진 후 이듬해 봄 아산으로 이장했다. 고금도 사람들은 충무공 얼과 충무공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이영남 장군 위패도 이곳에 봉안해 제사를 올리고 명나라 도독 진린의 공도 기려 비석을 만들었다.

마량포구에서 바라본 고금도(사진=섬문화연구소)
마량포구에서 바라본 고금도(사진=섬문화연구소)
신지도에서 바라본 고금도(사진=섬문화연구소)
신지도에서 바라본 고금도(사진=섬문화연구소)

이런 고금도는 완도 동부권의 물류 중심지로 부상 중이다. 선박 입출항이 많아 유난히 등대가 많이 설치된 섬이기도 하다. 1999년 11월 고금도~약산도 사이에 연도교가 개통됐다. 2007년 6월에는 고금도~강진 마량포구 사이에 고금대교가 개통됐고 2017년 12월에는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 대교가 개통됐다. 따라서 강진군 마량포구에서 승용차를 타고 고금도로 바로 건너갈 수가 있게 됐다. 광주광역시에서 고금도까지 직행버스도도 운행한다. 강진군내버스가 석치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약산대교가 개통되면서 덕동방향 버스노선도 약산면과 통합되어 운행 중이다. 섬 안에서 택시도 영업 중이다. 완도군은 이렇게 섬과 섬들을 다리로 연결해 접근성이 용이한 다도해 국립공원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박상건 시인(섬문화연구소장)
                        박상건 시인(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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