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국 칼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등대가 필요하다

<석영국 칼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등대가 필요하다

  • 기자명 석영국
  • 입력 2019.01.03 09:3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야구등대
부산 야구등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밤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은 멀리서 깜박이는 등대 불빛을 발견하고는 가슴 조렸던 마음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들이마신다. 등대의 역할이 중요하게 거론되지만 실제 밤바다에서 등대를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등대의 가치를 제대로 모른다.

밤바다에 반짝이는 등대는 적색, 녹색, 백색, 황색의 4가지 색깔과 반짝거리는 불빛의 주기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불의 밝기는 하늘에 수없이 떠서 반짝이는 별의 밝기를 6등급으로 구분 하듯이 등대도 1등급에서 6등급으로 렌즈의 크기와 불의 밝기로 구분하여 약 50Km 내외의 거리까지 불빛을 비춘다.

이런 등대는 최근 변하고 있고 또 변해야 한다. 우선은 부산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바닷가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방파제에 설치된 많은 등대들이 나름대로 스토리텔링을 갖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예로 기장군에 위치하는 대변항 월드컵기념등대, 천하대장군등대와 지하여장군등대, 닭 벼슬 등대, 야구의 고장을 자랑하는 야구등대, 갈매기 형상 등대, 해운대 앞바다의 연꽃등대, 동백섬의 동백섬 등대 등 많은 등대들이 주변지역에 걸 맞는 조형등대로 지어져 사랑받고 있다. 이들 등대는 특히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언약의 장소로 각광받는데, 어느 등대는 아예 낙서판을 만들어 마음껏 사랑의 낙서를 하도록 배려한 등대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외딴 섬에 서있는 무수히 많은 등대들은 홀로 서있다. 누군가가 찾아 주지도 않고 찾기도 어려운 곳에 위치하며 그곳에는 등대관리원이 상주하며 관리하는 유인등대도 있지만 이것들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무인등대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0여년의 세월 동안 등대관리원들이 상주하는 유인등대는 주요한 위치에서 선박의 안전한 길잡이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더불어 더 많은 해상안전 정보를 수집하여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무인등대로 전환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이게 하고 선박이 쾌속화, 대형화 되고 있어 실시간 국지적인 해상교통안전 정보를 받고자 하지만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고, 국제 해사사회에서 도입예정인 각종 정보통신기술 센터를 새로이 건립하는 비용도 많이 어서 유인등대를 현재와 같이 운영해야만 한다.

낙도가 아닌 육지 끝자락 명승지에 위치하는, 이를테면 속초등대, 포항 호미곶등대, 부산 영도등대, 여수 오동도등대 인천 팔미도 등대 등을 활용하여 요즘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K - 팝 아일렌드화로 국내 유명 K-팝 가수들이 정기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되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K-팝 메니아들이 많이 찾게 될 것이다. 지역주민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젊은이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바다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등대나 바닷가 명승지를 활용하여 젊은이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공연을 하는 곳은 없을 것이니 우리나라에서 이를 시도해보면 좋다는 생각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에서 파도소리 갈매기소리와 어울려지는 K-팝 공연,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일 아닌가.

이제 육지는 모든 것이 포화상태다. 해양으로 눈을 돌려 보면 모든 게 블루오션이다 무한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으며,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바다 생물을 맛 볼 수 있고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곳이 바다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다면 등대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등대관리원이 상주하는 유인등대는 내방객에게 바다를 알리는 해설가 역할을 해야 하고 사람들의 안전 지킴이도 해야 하며 휴식장소도 제공해야 한다. 등대원이 등대만 지키는 시대는 지나갔고 앞으로는 선박의 안내자가 역할 뿐만 아니라 등대와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안내자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등대를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면 우리의 등대와 바다도 아주 귀한 가치를 생산할 것이다.

방파제에 서 있는 등대에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도록 낙서판을 설치하고 조형등대를 설명하는 설명문도 설치하고 K-팝 공연이 열리는 등대에서 등대원이 안내자가 되어 여행자들을 편안하게 하는 등대, 그런 등대로 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석영국(전 해양수산부 항로표지과장)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석영국 #등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